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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X 기획자, 소통과 설득으로 이뤄낸 아이디어 구현에 보람을 느껴요
멘토
서비스 기획/UI, UX
약 5년 전
💬 멘티의 질문
안녕하세요 멘토님. 졸업을 앞둔 대학생입니다. UX 기획 직무가 궁금하고 비전공자로서 앞으로 어떤 준비를 하면 좋을지 조언을 듣고 싶어 이렇게 글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저는 학교에 다니며 중소기업에서 일해  2년 6개월의 온라인 마케팅 경력이 있습니다. 처음에 마케팅 쪽으로 일을 시작했지만 최근 쇼핑몰 모바일 웹, PC 웹 개편 업무를 맡아 UX를 공부하면서 흥미를 느꼈습니다.

회사에 UX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팀이 없어서, 제가 책을 보며 공부하고 강의를 들으며 독학으로 프로젝트 진행했습니다. 특히 밤늦게까지 몰입해서 스토리보드를 작성한 일은 최고의 경험이었습니다.

ⒸSyda Productions

 저는 PPT, 디자인, 글쓰기 등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것에 흥미를 느낍니다. 그리고 비슷한 루틴의 업무보다는, 돌발상황이 있고 순발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업무를 잘합니다. 또 어떤 사항을 개선하거나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뿌듯해해요. 그러나 생각대로 일이 풀리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고, 누군가를 설득하는 일을 힘들어합니다.

제 상황은 여기까지 말씀드리고, 이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1. 멘토님은 어떤 업무를 하시는지, 구체적인 일과를 알고 싶습니다.

2. 업무를 하시면서 언제 재미와 어려움을 느끼시는지 궁금합니다.

3. 멘토님은 슬럼프를 겪어보셨나요? 일하기 싫을 때, 힘들 때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궁금합니다.

4. 제가 말씀드린 제 강점과 UX 업무가 잘 맞는다고 생각하시나요? 아울러 약점은 어떻게 보완해야 할지도 조언 부탁드립니다.

💬 윤유진 멘토의 답변
안녕하세요? 멘티님.
 ⒸMr.Whiskey

쇼핑몰 모바일 웹과 PC 웹을 개편하시면서 UX 업무에 관심이 생기셨군요! 실무를 하면서 UX 업무에 관심이 생기셨으니 UX 기획자로서 참 좋은 출발을 하셨습니다. 대부분 학생이 UX/UI 디자이너라는 직무에 학문과 개념적으로만 접근해서 현실과 괴리를 많이 느끼거든요.
 
그럼, 질문해 주신 것에 답을 하나하나 드릴게요. 저는 대기업 UX 디자이너로 시작하지 않고 에이전시에서 대기업 프로젝트를 많이 진행한 경험이 있는 사람입니다. 제가 드리는 말씀이 꼭 정답이 아니라는 점, 대기업 UX 디자이너와 견해가 다를 수 있다는 점 먼저 전제하고 답변 읽어주세요.
 

UX 기획자의 일과

저의 일과는 요일별로 조금 다릅니다. 월요일과 금요일에는 회의가 많아, 회의에 참석하고 회의 내용을 메일로 주고받는 업무를 주로 합니다.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 오전에는 받은 메일에 답장을 보내고, 아직 처리되지 않은 이슈들이 있는지 점검하고 처리를 합니다. 오후에는 프로젝트 업무를 진행하는 것이 주된 업무입니다. 

사실 업무는 시기별로 다르다고 보시면 됩니다.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이라면 리서치, 아이데이션, 팀 내부 회의를 주로 합니다. 시작단계에는 기획서를 작성하거나 소속 팀은 물론 다른 팀과 회의를 하게 됩니다. 기획이 통과하면 *와이어 프레임 작업을 하죠. 그러면서 계속 개발팀과 스토리보드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해가며 문서를 작성합니다.
 antoniodiaz 

본격적으로 디자인하는 단계에 접어들면 디자이너와 협의할 일이 정말 많습니다. 개발자와 붙어 지내며 문제를 확인하고 해결하기를 반복합니다. 변경되는 부분이 있다면 다 문서로 정리해 두어야 하고요.
 
또 QA도 함께 진행합니다. QA란 개발된 버전을 확인하며 기획한 대로 작동하는지, 디자인이 잘못된 부분은 없는지, 구현하는 데 문제는 없는지를 점검하는 일입니다.
 
이때는 자리에 앉아있는 시간이 없을 정도로 개발자, 디자이너, 퍼블리셔, 사업부서를 수시로 오가며 일을 합니다.
 
서비스를 오픈하면 CS팀이 이슈를 던져줍니다. 그러면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작업해야 하니 프로젝트의 단계에 따라 업무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참고로, 작업 단계에 따라 조직이 분화된 회사도 있습니다. QA 조직이 따로 있는 회사는 UX 디자이너가 QA 업무를 하지 않습니다. 또한, UX 리서처와 UI 디자이너가 분리되어 기획 업무와 스토리보드를 작성하는 사람이 따로 분리된 경우도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조직은 선호하지 않습니다. 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질 수가 없거든요. 이런 상황에서는 중간에 프로젝트가 변경되는 부분이 생겨도 제가 끼어들 권한이 없습니다.


Ⓒunsplash

아이디어와 관련된 업무 단계에서 흥미를 느껴요

두 번째 질문을 발전시켜서 업무별로 재밌는 점과 어려운 점을 말씀드릴게요. 그럼 멘티님이 업무를 더 깊이 이해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업 목표가 정해지면 리서치와 아이데이션을 하는 기간이 있는데, 에이전시에서는 이 기간이 너무 부족해서 불만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이 기간이 길어지니까 또 괴롭더군요. 리서치와 아이데이션을 오래 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 단계는 꼭 필요하지만, 마치 실체를 찾기 위해 안개 속을 헤매는 것 같아 저는 좋아하지 않는 업무입니다. 하지만 이때 모아 놓은 아이디어들이 나중에 정말 요긴하게 쓰이기도 합니다.
 
저는 업무 단계 중 컨셉을 만들고 *프로토타이핑을 할 때 가장 재미를 느낍니다. 일단 컨셉이 확정되면 이를 가시화할 때 가장 기발하고 쓸만한 아이디어들이 많이 나오거든요.
 
또 팀원들의 프로토타이핑을 보면서 함께 논의하는 것도 즐겁습니다. 좋은 의견이 모여 하나의 프로토타이핑이 자연스럽게 나오는데요. 실제로 이를 검증 하는 과정이 있다면 더 좋은 서비스가 나올 확률이 높아집니다.
 Ⓒshutter_o

정보구조를 세우고, 와이어 프레임을 작성하는 일도 재미있습니다. 그런데 이 단계에서 아쉽게도 좋은 아이디어를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생겨요. 개발 환경상 공수가 너무 많이 들어 이번 기한 내에 구현할 수 없거나, 기존의 back-end 정보 구조와 앞으로 만들고자 하는 front-end의 UI가 맞지 않는 실질적인 이유가 있을 때죠.
 
그래서 이러한 제약사항을 얼마나 현명하게 처리해 업무를 구현해 나가느냐가 핵심 역량이 됩니다. 여기서 일을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이 구분되는 거죠. 서비스의 핵심을 잘 인지해야 버릴 건 과감히 버리고, 지킬 것은 끝까지 가져가는 판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개발에 관한 지식이 있거나, GUI 디자인을 할 수 있다면 굉장히 도움이 됩니다. 개발을 안다면 그만큼 실제 구현이 가능한 UI를 설계하게 되기 때문에 차후에 이슈가 적고, 결국 자신이 설계한 대로 디자인이 구현될 가능성이 높겠죠. 개발을 모르는 저는 맨땅에 헤딩해가면서 배우고 있습니다.
 
GUI 디자인을 할 줄 알면 그만큼 UI를 보기 좋게, 읽기 좋게 설계할 수 있습니다. 실력이 좋은 디자이너는 이상한 UI 설계도 디자인을 잘해주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설계대로 디자인을 입힙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단계에서 UI를 얼마나 정교하게 짜느냐에 따라 앱의 수준이 달라집니다.
 
Ⓒyanalya

마지막은 디자이너와 개발자, 퍼블리셔의 요청과 질문, 이슈에 대응하며 소통하는 역할을 하는 단계입니다. 이 단계는 성격과 인성이 중요합니다. 욕먹을 일도 많은데 상대를 달래기도 해야 하거든요. 돌발상황과 순발력에 강점이 있는 멘티님이라면 이 상황을 잘 대처하실 것 같네요.
 
때로는 엄청난 이슈들이 터져서 프로젝트를 완료할 수 없을 거라고 느낄 때도 있습니다. 이때 어떻게든 해결점을 빠르게 찾고, 대응하는 것이 성공의 포인트라고 봅니다.
 
멘티님은 생각대로 되지 않을 때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하셨는데,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그럴 때는 약간 방관하는 태도가 도움이 되더라고요.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슬럼프가 오거나 일하기 싫을 때는 팀원끼리 UX 스터디를 따로 진행하며 환기하는 시간을 만들거나, 딴짓을 하기도 합니다. 특히 협업하는 사람이 비협조적으로 일하거나 일이 진전되지 않고 제자리를 맴돌 때 어려움을 느끼는데요. 회사 생활은 기니까 당장 해결하려는 마음을 접는 게 도움이 됩니다.
 Ⓒunsplash

논리적 근거를 갖추면 상대를 설득할 수 있어요

이제 마지막 질문에 답변하면, 멘티님의 강점은 UX 업무에 잘 맞는다고 생각해요. 다만 UX LAB 형태의 연구원으로 입사하시면 실무에 투입되기보다 리서치와 아이데이션만 하게 되니 멘티님과 잘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평소에 할 수 있는 연습이 있다면, 외국 서비스를 포함한 여러 앱과 사이트를 접해보시면서 UI뿐만 아니라 버튼을 비롯한 흐름, 서비스의 핵심 컨셉을 공부하고 스스로 고민해보시기 바랍니다.
 
또 멘티님은 남을 설득하는 게 힘들다고 하셨는데, 힘든 게 당연합니다. 그런데 그것은 내성적인 것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설득이 힘든 이유는 그만큼 자기 생각을 논리적이고 명확하게 전달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조용하고 말도 많이 없으신 분이 차분한 몇 마디로 사람들을 설득하는 경우도 많이 봤습니다. UX 디자이너는 자기 의견에 전문적인 근거로 상대를 설득하는 기술을 지니는 것도 중요합니다. 연습하시면서 극복하시길 바랍니다.
 
또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질문 남겨주세요. 준비 잘하셔서 꼭 꿈을 이루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와이어 프레임(Wire frame): 사이트/앱 개발 중 레이아웃 및 상황의 뼈대를 그리고 수정하는 것
 
*프로토타이핑(Prototyping): 소프트웨어 시스템이나 컴퓨터 하드웨어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전에 그 타당성의 검증이나 성능 평가를 위해 미리 시험 삼아 만들어 보는 모형제작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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