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멘토님. 대전에 사는 24살 청년입니다. 예전부터 저는 애니메이션, 만화를 좋아해서 이쪽 업계에서 일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정확히 어떤 직무가 있는지, 무슨 능력이 필요한지 몰라서 궁금한 게 너무 많습니다. 

혼자서 스토리 라인을 짜고, 다른 사람들이 그린 일러스트를 보면서 저도 그림을 그려보는 연습을 해봤지만, 이렇게 독학으로는 취업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그리고 제 나이가 적지 않다고 생각해서 걱정됩니다. 현재 대학교를 중퇴한 상태인데, 찾아보니 대학 졸업장이 있으면 좋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학점은행제를 신청해 학사 학위를 취득할 계획입니다. 

생각이 너무 복잡하지만, 현직자 중에서 아는 사람이 없어 혼자 끙끙 앓아왔어요. 이렇게 멘토님께 질문하게 돼서 너무 좋습니다. 애니메이션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요? 답변 기다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멘티님. 갈피가 잡히지 않아 진로 설정에 어려움을 겪고 계시네요. 질문이 광범위하지만, 일단 최선을 다해 답변해볼게요.

먼저 원하시는 분야를 구체적으로 정하시는 게 좋습니다. 언급하신 애니메이션과 만화 분야는 각각 접근하는 방법이 아예 달라요. 또한, 애니메이션 분야 안에서는 2D, 3D로 나뉘며, 3D 안에서도 모델링, 애니메이터, 라이팅, 컴퍼지팅 등으로 세분화되니까 멘티님께서는 조금 더 디테일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사실 만화 쪽은 제 분야가 아니라 잘 몰라서 3D 애니메이션을 기준으로 설명해 드릴게요.

일단 “Upcoming VFX Movies” 웹사이트에 나와 있는 그림을 참고해보세요. (http://www.upcomingvfxmovies.com/2014/03/3d-production-pipeline-pixar-vs-dreamworks/) 3D 애니메이션 작업의 전체적인 흐름이 이해하기 쉽게 그림으로 설명돼 있어요.

처음에는 스토리를 짜고, 거기에 맞는 캐릭터를 디자인하고, 그 디자인을 바탕으로 모델링을 합니다. 그다음에는 모델이 움직일 수 있게 뼈를 심어 *리깅을 하고, 리깅된 캐릭터를 애니메이터가 연기 해요. 마지막으로 거기에 조명을 비추고, 컴퍼지팅을 통해 화면에 예쁘게 나오도록 만들어주면 됩니다.

이 과정 중에서 흥미를 느끼는 부분이 어디인지 파악하는 게 급선무인 것 같아요. 본인의 취향을 판단하기 위해선 5~10초 길이의 짧은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습니다. 그러다 보면 분명 본인이 재밌어하는 부분이 있을 겁니다. 

제작하는 과정에서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유튜브나 구글에 검색해보세요. 요즘 웬만한 기본 정보들은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혹시 피드백이 필요하시다면 CG숲이라는 네이버 카페에 자문을 구해보세요. (http://cafe.naver.com/cgsoup) 현업에서 일하는 분들이 좋은 비평을 해줄겁니다.

물론 이 모든 학습을 독학으로만 하기에는 힘들 수도 있어요. 학원에 다니는 게 아마 더 도움이 될 겁니다. 다만 SBS 아카데미는 다들 추천하지 않더라고요. 혹시 금전적인 부분이 고민되시면 국비 지원되는 곳을 찾아보세요. 

또한, 학력이 고민되신다면 학점은행제로 학사 학위를 만들어 놓는 것은 좋은 생각입니다. 애니메이션 업계는 학력을 비교적 덜 보기는 하지만, 연봉을 협상하거나 혹시 해외에 일하러 나가게 되면 학위가 필요하니까요.

그리고 나이 부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30 넘어서 공부를 시작한 분도 많아요. 나이보다는 지금의 열정을 끝까지 밀고 갈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살아남는 게 쉬운 일은 아니어서 시작하자마자 1년 안에 포기하는 사람들도 너무 많이 봤어요.

그러니 조급해하지 마시고 본인이 하고 싶은 분야를 정확하고 디테일하게 판단한 뒤에 열정적으로 연구하시면 분명히 꿈을 이룰 수 있을 겁니다. 건승하시길 바랍니다.

*리깅: 3D 컴퓨터 애니메이션에서 캐릭터의 뼈대를 만들어 심거나 뼈대를 할당하여 캐릭터가 움직일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