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멘토님. H 자동차에 입사하고 싶은 기계시스템디자인과 4학년에 재학 중인 멘티입니다. 취업에 대해 별 생각이 없다가 뒤늦게 취업을 준비하다 보니 궁금한 것이 많아 멘토님을 찾게 되었습니다.

©️REDPIXEL.PL

이번에 H 자동차 채용공고에 올라온 연구 인턴, 특히 연료 전지 분야로 지원하고 싶은데요. 관련해서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첫 번째로 연구 개발 직무에 있어서 고객은 누구인가요?

위의 고객을 제외한 제2의 고객은 누구일까요? 외주업체나 협력사가 따로 존재하는지 궁금합니다. 

마지막으로 연구 인턴 직무를 위해 필요한 역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이번에 인턴직에 떨어지더라도 꾸준히 H 자동차에 지원할 생각입니다. 후배로 인사드리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멘티님. H 자동차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차례대로 질문에 대해 답해보도록 하겠습니다.

©️Brian A Jackson

연구개발 팀에게 고객은 누구인가?

연구개발 팀에게도 고객은 역시 ‘자동차 구매를 원하는 고객’입니다. B2C가 주요 캐시카우¹⁾인 H 자동차 기업에 있어서 이 질문의 답은 뚜렷합니다. 최근 고객에 관한 질문을 많이 받고 있는데요. 이런 질문이 나오는 이유에 대해 말씀드릴게요.

연구개발을 하다 보면 지켜야 하는 기한이 있습니다. 기한에 맞게 목표를 이루려고 하면 이른바 ‘고객’에게 소홀해질 수 있겠죠. 기한을 맞추려다 보니 ‘고객은 어떤 방식으로 차를 이용할까? 어떻게 만들어야 니즈가 더 충족될까?’라는 본질적인 질문이 뒷전이 되는 겁니다. 

이러면 회사가 제시한 기준에는 맞지만 고객 친화적이지 않은 제품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H 자동차는 품질경영을 내세우지만 결국 연구원들이 ‘고객’을 생각하지 않으면 문제는 생길 수밖에 없겠죠. 그런 의미에서 ‘고객’이 누구냐는 질문이 많이 나오는 것 같네요.

©️Pranithan Chorruangsak

제2의 고객은 누구인가?

저는 같은 차종을 담당하는 타 부서 사람들이 제2의 고객이라고 생각해요. 'Silo Effect'²⁾를 방지하기 위해 타부서 사람들을 제2의 고객이라고 생각하는 마인드가 중요합니다. 내 목표만을 우선시하면 ‘자동차’가 아닌 ‘내 성과’ 위주로 일을 하게 됩니다. 그럼 타 부서와의 소통이 이뤄지지 않고요.

이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타부서 사람들 역시 나의 고객이라는 마음으로 협력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아마 회사라는 시스템에 들어와 보지 못한 사람은 절실히 느끼기는 어렵겠지만, 몇 년간 일해본 연구원으로서 이 Silo Effect가 얼마나 위험한 현상인지 많이 느끼고 있어요.

©️oatawa

연구개발직에 필요한 역량은?

흔히 연구개발직무에 중요하다는 것은 분석력, 집중력, 목표지향, 사고력 등이 있습니다. 물론 이런 역량도 중요하지만,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업무에 관한 관심’입니다. 특히 이 관심은 신입사원이나 인턴에게 가장 필요한데요. 관심이 없으면 금방 일이 질립니다. 회사는 일을 잘하는 사람도 좋지만 오래 일할 사람이 필요합니다.

아마 PT 면접이나 자기소개서 등을 통해 분석력이나 사고력을 평가할 거예요. 멘티님은 이런 분석력이나 사고력에 자신이 있기에 연구개발 직무를 꿈꿀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능력은 멘티님뿐 아니라 연구개발직무에 지원하는 지원자들 모두 가진 무기입니다.

따라서 멘티님이 가져야 할 진짜 무기는 지원 분야를 향한 지대한 관심입니다. 연료전지 쪽을 지원하겠다고 하셨는데,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은 물론 세계시장의 현황이나 동향을 러프하게라도 알고 계셔야 합니다. 학부 시절 직무와 관련해 어떤 일을 했는지 간단하게 포트폴리오를 작성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저 역시 면접 때 이런 관심을 어필해서 좋은 결과를 얻었거든요.

더 궁금하신 점은 다시 질문해주세요. 잘 준비하셔서 좋은 결과 있길 바랍니다.

1)캐시카우 : 수익창출원. 확실히 돈벌이가 되는 상품이나 사업을 의미.

2)Silo Effect : 사일로 효과. 사일로는 곡식을 저장해두는 큰 탑 모양의 창고를 말하는데, 기업에서 각 부서들이 사일로처럼 서로 다른 부서와 담을 쌓고, 자기 부서의 이익만 추구하는 현상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