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그림책을 내고 싶은 직장인 멘티입니다. 제 직업과는 상관없지만, 평소 저만의 생각이 담긴 그림과 글을 창작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저는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해줄 수 있는 따뜻한 그림책을 출판하고 싶다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적으로 배워본 적이 없어, 출판 절차나 방법에 대해 잘 모르고, 물어볼 사람도 없어 참 막막하네요. 지금은 연습 삼아 그림을 그려보기만 하고 있는데 제가 책을 내려면 어떻게 시도해야 할지 멘토님께서 알려주신다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답변 기다리겠습니다.
멘티님, 반갑습니다. 최근 ‘내 이름으로 책 한 권 출간하기’를 버킷리스트로 꿈꾸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현업 작가로서 굉장히 응원하고 싶은 현상이에요. 게다가 책 중에서도 ‘그림책’을 내고 싶은 멘티님을 만나니 정말 반갑네요.
멘티님께선 본인 이름으로 그림책을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질문을 주셨는데요. 제 경험상 그림책 출간 방법을 크게 나눠보자면 투고, SNS를 통한 인지도 얻기, 공모전 당선 이렇게 세 가지로 나눠집니다. 각 방법을 자세히 설명해 드릴 테니 참고해주세요.
투고를 통해 출판사 문 두드리기
가장 먼저 본인의 작품을 출판사에 투고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많은 출판사가 투고의 문을 열어두고 있어요. 다만 출판사마다 그림책을 출간하는 방향과 스타일이 다르니 평소 좋아하는 출판사가 어딘지, 자신의 그림책과 결이 맞는 곳은 어딘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도서관과 서점에 들러 마음에 드는 그림책을 뽑아보고, 해당 책의 출판사를 살펴보세요.
적합한 출판사를 찾았다면 이제 직접 출판사의 문을 직접 두드리셔야 합니다. 대부분의 출판사가 블로그나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으니까 들어가서 정보를 찾아보세요. 투고를 우편으로 받는 곳도 있고, 이메일이나 PDF 파일 형태로 요청하는 곳도 많으니 출판사별로 문의해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출판사에 투고하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더미북이나 완성된 형태의 작업물이 필요합니다. 이를 만드는 비용이 생각보다 클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충무로 인쇄소에서 하드커버로 인쇄를 하면 두 권당 10~15만 원가량의 제작비용이 듭니다. 더미북을 여러 출판사에 보내려면 돈이 꽤 드니까 참고해주세요. 출판사에 따라 더미북을 돌려주지 않는 곳도 있으니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선 투고 시에 거절할 경우 더미북을 꼭 돌려달라는 말을 덧붙여야 합니다.
심지어 PDF 파일로 투고를 요구하는 출판사도 책의 실물 모습을 미리 보고 싶어 하므로 실물로 완성된 구성을 갖춰서 투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철저하게 준비해야 하는 이유는 처음 투고할 때부터 ‘나는 준비된 작가’라는 인상을 줘야 출판사의 눈에 띌 수 있어서예요. 신진 작가나 출판사들에 알려지지 않은 작가가 투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작업물의 완성도를 높여야 가능성이 커집니다.
투고를 보낸 뒤에는 출판사에서 연락이 올 거예요. 출판사의 성향과 맞고, 내용이 마음에 든다면 출판까지 이어질 수 있겠지만 사실 투고로 출판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는 않습니다. 출판 시장이 점점 위축되면서 모험을 회피하는 출판사들이 많거든요. 기존에 검증된 작가의 작품 위주로 출판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는 것은 슬프지만 현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는 끈기가 중요합니다. 거절당하더라도 자신감을 잃지 말고 다른 출판사의 문을 두드려보셨으면 좋겠어요. 해리포터를 출간한 조앤 롤링도 몇십 군데가 넘는 출판사들에 거절을 당했다고 합니다. 세계적인 작가도 첫술에 배부를 수 없듯이 멘티님도 끈기 있게 도전해보시면 언젠가는 문이 열릴 것이라 믿습니다.
나만의 색깔이 담긴 SNS를 키워보세요
두 번째로는 SNS로 대중적 인지도를 얻거나 능력을 증명해 출판사로부터 먼저 섭외를 받는 방법입니다. 사실 출판사가 신진 작가에 먼저 연락하는 일은 드뭅니다. 보통 출판사는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거나, 대중적인 작가에게 접촉해 작품을 요청하니까요.
다만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등에서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사람이라면 미등단 작가라도 출판사 쪽에서 섭외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다른 방법들도 시도하되,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SNS 계정을 활발히 운영해보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될 수 있겠죠?
부지런한 작가가 공모전 당선 기회를 잡는다
마지막으로는 그림책 공모전을 통해 출간에 도전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다양한 국내 공모전 중에서도 당선되면 상금과 함께 출간의 기회를 제공하는 곳들이 있으니 참가해보시길 권장합니다. 멘티님께서 도전해보면 좋을 공모전을 몇 가지 추려서 알려드릴게요.
1. 비룡소 황금도깨비상 : 민음사의 아동 전문브랜드 비룡소에선 여러 가지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어요. 그중에서도 가장 역사가 깊고 대중적인 황금도깨비상이 있습니다. 황금도깨비상 그림책 분야에 당선될 경우 *선인세 1000만 원을 받고 출간할 기회가 주어집니다. 해에 따라 그림책 분야가 진행되지 않을 때도 있으니 미리 공지를 살펴보세요. 보통 6~10월 사이에 참가 신청을 받습니다.
2. 현북스 앤서니브라운상 : 출판사 현북스는 일 년에 한 번 앤서니브라운상이라는 그림책 공모전을 엽니다. 당선될 시 황금도깨비상과 마찬가지로 선인세와 함께 그림책 출간을 할 수 있습니다.
3. 한국 안데르센상 : 사단법인 아이코리아에서 진행하는 안데르센상은 미등단 작가 지망생에게만 공모 신청을 받습니다. 그림책은 미술출판 분야에 해당합니다. 물론 당선된다 해도 출간으로 바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상금과 함께 여러 출판사에서 섭외 연락이 올 가능성이 커집니다.
4. 우수콘텐츠 지원사업 : 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지원하는 사업으로 당선되면 작가에겐 300만 원을, 해당 책을 출간하는 출판사엔 700만 원을 지원합니다. 보통 출판사와 출간 계약을 이미 맺은 책들을 지원하는 경우가 많지만, 계약되어 있지 않아도 지원할 수 있어요. 멘티님의 경우처럼 미계약 작품이 당선되면 진흥원이 작가와 출판사를 연결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당선된다면 출간은 거의 확정입니다. 매년 3~4월에 모집하니 해당 시기에 진흥원 홈페이지를 잘 살펴보세요.
이외에도 비정기적으로 열리는 그림책 관련 공모전들을 꾸준히 찾아보고 지원하다 보면 언젠가 당선과 함께 출판의 기회를 맞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아무나 당선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공모전에 당선되려면 부지런함이 생명입니다. 계획을 철저히 짜서 좋은 작품으로 도전해보세요.
국내 그림책 작가들의 책이 한 해 500여 권이 출간됩니다. 매주 10여 권의 책이 출간되는 셈이지요.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본인만의 차별화된 실력을 갖추는 것이 출간으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꾸준한 습작을 통해 완성된 자기 더미북들을 수집하고, 기회가 될 때마다 투고나 공모전으로 출간 기회를 노려야 합니다. 기회는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는 사람에게 찾아오지 않습니다. 열심히 노력하고,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사람에게는 분명히 길이 열릴 거예요.
앞으로 멘티님의 그림 책을 볼 기회가 꼭 있었으면 좋겠네요. 현업 작가로서 꿈을 응원합니다!
*더미북(Dummy book) : 출간되기 전에 책이 어떤 형태로 구성될 것인지 파악하기 위해 표지-면지-속표지-내지까지 이어지는 순서를 알 수 있게 만드는 책
*선인세 : 작가가 출판사와 계약할 시 초판 발행 부수가 전부가 팔렸다는 가정하에 미리 받는 금액. 팔린 만큼만 받는 인세와 달리, 초판에 한정해 판매량과 무관하게 금액을 보전해주는 선인세는 작가 수입을 보장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