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3. 스스로를 강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요?
(일단 시작하기에 앞서 두 분께 매우 감사를 드리고 싶네요. 페이스북의 대표 주커버그와 잇다의 대표 조윤진 대표님 이렇게 두 분께 ^^ 왜 감사한지 궁금하시다면 500원... ) 이제 곧 서른입니다. 한 5일 남았다고 봐야 할까요? 그 서른이라는 나이를 앞두고, 전 최근에 혹독한 아홉수 액땜(?!) 세 가지를 치뤘습니다. 우선 가벼운 액땜 두 가지는, 하나는 아스팔트 위에 삐죽 올라온 것을 보지 못하고 열심히 걸어가다가 왼쪽 무릎을 쫘아악 갈렸다는 것, 다른 하나는 위경련과 위장병으로 인하여 살이 4KG 이 열흘 사이에 빠질 정도로 건강이 일시적으로 악화되었다가 회복기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독했던 액땜 한 가지는, 결혼을 전제로 진지하게 만나던 사람의 숱한 거짓말과 양다리가 탄로나서 아주 처절하게 배웠다는 것이랄까요? (이것 때문에 병이 났던 듯하네요) 덕분에 하루하루 독기가 올라서 살기도 하지만, 동시에 많은 반성을 하곤 합니다. 서른이라는 나이의 불안감에 서둘러 안정적인 가정을 이루고 싶은 나머지 사람을 성급하게 판단하고 믿어버린 것에 대한 반성도 있엇지만, 한 편으로 가장 컸던 반성은,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하여 제 스스로 나약해진 마음을 누군가에게 기대는 것으로 도피하고 싶었던 것이 아닌가 라는 것이었지요. 어쩌면, 조금은 합리적인 핑계를 대고 싶었을지도 모릅니다. 제가 목표를 분명히 세우지 않고 흐지부지 만들어버린 것에 대하여, '결혼을 했으니 상황상 어쩔 수가 없어'라는 핑계를 만들면, 스스로를 합리화할 수 있었을 테니까요. 6개월 간 드문 드문 반쯤 내려놓다시피 했던 책을 손에 다시 들고, 카톡과 통화로 가득하던 핸드폰을 내려놓고 다시 펜을 들어 공부를 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 몇 달 간, 퇴근하고 한두 시간만 앉아 있으면 피곤하고 힘들었는데, 그 일이 있고 난 후로는 퇴근하고 밤 12시까지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고 있어도 그냥 일상적이란 느낌이랄까요? 뭔가 스스로에 기합(이라고 표현하려니 주변에서 독기라고 합니다)이 올라서 어깨가 단단해진 기분- 무엇이 나를 강하게 만들까, 라는 질문이 떠올라서, 그동안에 살아왔던 짧은 29년의 시간을 가로 축으로 하고 선 두 개를 그었습니다. 빨간 선은 제가 힘들었던 시간, 평온했던 시간 등에 따른 인생 굴곡이었고, 파란 선은 제가 이룬 것이 많았거나 상당히 집중하여 하루를 살았다는 생각이 드는 시간, 허비해버린 시간에 따른 굴곡이었습니다. 그리고 묘하게, 두 그래프가 반대로 간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중학교 때 오빠가 아파서 수술을 해야 해서 집에서 아무도 저에게 신경을 써줄 수 었던 시기엔 가장 많은 대회에 나가서 상을 받았고, 제가 가장 힘들었던 시기-아버지께서 편찮으시던, 그리고 돌아가신 직후-에 가장 학교 성적이 좋았고, 어머니께서 편찮으시던 해에는 회사에서 상도 받았지요. 아이러니하게도, 뭔가 힘든 상황이 발생하면, 그것을 돌파하기 위해서 올라가는 기합이 저에게 큰 성과를 가져다주는 힘이었나봅니다. 소위, '결핍'이 주는 힘이라는 것이었지요. 어쩌면 최근의 커리어에 대한 고민도, 대학생 때와 다르게 '결핍'의 요소가 없기 때문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모님께서 반대하시는 전공을 제 맘대로 선택했기 때문에 학교에 들어가는 등록금과 개인 용돈을 스스로 충당하다시피 해야 했지요. (사실 저희 집안의 공통된 교육 방침이긴 했지만) 그 때의 하루하루의 목표는 어떻게든 장학금을 받아야 휴학 없이 학교를 갈 수 있었고, 그러려면 주말엔 일을 해야 하니 평일에 어떻게든 공부를 해야 했고, 자연스럽게 규칙적으로 생활을 통제할 수 밖에 없었지요. 근데 막상 회사에 들어오니까 주어진 일을 정신없이 하다보면 시간은 자연스럽게 퇴근시간이 지나버리고, 월급은 제 때에 수고했다- 하며 나오고, 시간을 내어야 한다면 연차를 쓰면 되는 거였고, 큰 돈이 들어갈 일이 없었으니 경제적인 불편함도 없어졌습니다. 당시 느꼈던 결핍의 요소들이 결핍으로 느껴지지 않게 되자, 저에게 에너지를 만들어줄 요소들이 잊혀져 버렸달까요?그러다 이번 일이 생기고 결핍을 느꼈습니다. 제대로 속아 넘어가고 배신감에 치를 떨고 나니까, '두 번 다시 누군가에게 속을 정도로 무르게 보이지 말아야 겠다', '또 다시 휘둘리지 않도록 내 스스로가 더 성장하여 더 높이 올라가야 겠다'라는 생각이 뒤통수를 때리고 지나갔지요. 제 어머니께서는 저에게, '이번 일이 딸에게 큰 배움과 성장의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말씀하셨는데, 말씀하신 대로, 저에겐 상당한 에너지의 원천이 되었습니다. 아, 쓰고나니 참으로 우울한 내용을 가지고 칼럼을 쓰긴 했네요. 하지만 충분히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나를 강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낸다면, 나를 끊임없이 강하게 채찍질하고 성장시키게 만드는 것, 나를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게 만드는 것도 어렵지 않은 일일 것 같네요! 그나저나 동시에 궁금하기도 합니다. 결혼, 하면 어떤 기분인가요? 칼럼 4는 결혼에 대한 미혼자의 소고를 써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