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를 뛰어넘는 예능 PD가 되고 싶었습니다'
꿈.
저도 꿈이 있었습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PD가 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때, 느낌표 팀이 제천에 방문한 그날,
제 마음속에는 예능 PD를 향한 불꽃이 피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동국대 연극학부라는,
유명한 연예인을 다수 배출하고, 전통이 있는 학과로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동기로 박하선, 윤소이, 오연서가 있었고 후배로는 함은정, 양지원, 강소라 등이 함께 학교를 다녔습니다.
그때만 해도 내가 꼭 예능 PD가 되어 이 친구들과 작업을 함께 해야지
라는 각오를 갖고 열심히 친해지려 노력도 했습니다.
물론, 지금 연락되는 친구는 극소수지만요.
졸업공연으로 '세일즈맨의 죽음'이라는 작품을 올렸던 날.
새어나오는 눈물을 참는 관객들의 모습을 보며
희열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확신을 얻었습니다.
'난 꼭 뛰어난 예능 PD가 되어 TV를 보는 시청자에게 저런 카타르시스를 전달해야지!'
심지어 졸업당시 이경규 선배님의 멘토링에 선정되어 최초에 '해피투게더 쟁반 노래방'을 연출하셨던 KBS의 이훈희 PD님이라는 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2012년 졸업을 했고,
2년간 PD준비에 열을 올리며 매일같이 예능을 분석하고, 기획안을 쓰고, 작문을 쓰고, 필 받으면 술을 먹고, 그리고 또 예능을 분석하고, 기획안을 쓰다가 잠이 잠시 들고, 술기운에 글을 써야 좋다고 또 술을 먹다가 잠에 들고, 다시 제정신을 차리고 나를 돌아보니 살은 쪄있고. 의 생활을 반복하며 PD준비를 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돼지가 된건 아니지만요ㅎ
CJ E&M을 목표로, 1년 반동안은 공중파, 이엔엠, 종편을 제외하곤 어떤 기업에도 지원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많은 좌절을 맛봤고, 최종문턱에서 엎어지기도 했으며, 공모전 대상을 타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종합격은 이뤄지지 않더라구요.
어느새 2014년 상반기.
부모님이 PD준비를 지원해주시기로 한 27살의 하반기은 그렇게 끝이났고,
전 고민을 했습니다.
'이제 정말 어떡하지, 외주로라도 가야하나, 나 정말 PD 하고 싶은데.. 이제 현실을 돌려서 일단 아무기업이라도 막 써볼까... 일반 회사생활을 내가 할 수 있을까,, 등등'
그 답답한 마음에 평소에 계속 멘토링을 해주셨던 이훈희 PD님을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저의 솔직한 고백을 털어놓았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꿈을 계속 좇아야 할까요, 아니면 현실을 택해야 할까요'
그 분이 이런 말씀을 해주시더라구요
'너의 가장 아름다운 20대에 '꿈'이라는 단어에 저당잡혀 다른 소중한 것들을 포기하지 마라'
'너가 30대에 PD가 되어 20대를 바라봤을 때, 준비했던 기간이 아름답게만 느껴지지는 않을 것이다'
'꼭 PD가 아니더라도, 너가 행복할 수 있는 길은 충분히 있다'
'일단은 시스템이 갖춰진 회사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그럼에도 도저히 못참겠다면 그 때 다시 도전해보라. 너가 능력이 있다면 그 때도 넌 할 수 있을 거야'
라고.
이 말이 전 아직까지 잊혀지지 않습니다.
'꿈'을 이루기만 하면 행복할 줄 알았던 나의 20대.
꿈을 위해서 앞만 보고 달려왔던 나의 지난 7년.
그 7년의 세월을 잠시 마음속 한 켠에 접어두고 '연극과'라는 스펙으로 일반 기업에 도전했습니다.
'행복'을 보는 관점을 다르게 바라보기로 했거든요.
쉽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도전했습니다. 30개의 기업 중 유일하게 BGF리테일만 서류합격을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2015년 11월. 입사하고 1년 6개월이 지났고, 전 멘토(?)라는 이름의 거창한 수식어를 달고 이 곳에 글을 쓰고 있습니다.
지금 행복하냐구요? 'PD'의 꿈을 이루지 못해 분명 아쉬움은 남죠. 하지만 제 나름의 행복을 이곳에서 찾아가고 있습니다.
직장인의 삶이란 것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구나 라는 것도 느끼면서 말이죠.
주저리 주저리 말이 많았네요.
후배들이 많이 물어봅니다. '꿈'을 포기해야 하나요, '현실'을 택해야 하나요.
여러분이 꾸는 꿈의 전제조건에는 스스로의 행복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행복은 현실을 택한다고 사라지지 않습니다.
너무 '꿈' 에 몰두해있지 마세요.
여러분이 '현실'을 택한다고 해서
행복하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그 대신, '꿈'을 이루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은 해야겠죠?ㅎ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멘토, 멘티분들 행복한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