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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MD #진로

스타트업과 일반 기업, 어느 길이 맞을까요?

김문선

SK Planet · 모멘티

약 5년 전

💬 멘티의 질문

안녕하세요. D 대학교 사회학과를 곧 졸업하게 될 학생입니다.

저는 전부터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학생 수준의 스타트업에 몇 번 참여했었고, 단시간에 많이 학습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창업을 한번 하기도 했습니다. 결과는 참혹한 실패였지만요.

그러던 중 학비 때문에 조기 졸업을 하게 되어서, 지난 공채시즌 일반기업에 급하게 원서를 써보았지만 모두 떨어졌습니다. 이후 계속 진로에 대한 고민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스타트업과 일반 기업 중 어느 곳을 목표로 삼고 준비해야 할지 솔직히 혼란스럽습니다. 어떤 사람은 마음 가는 대로 하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 스타트업 취업 자체도 힘들뿐더러 가도 너무 불안정하고 커리어 쌓기도 어렵지 않냐며 일반 기업을 준비하라고 합니다. 양쪽 다 맞는 말이라 혼란스럽습니다.

오히려 일반기업에 계시다가 스타트업 쪽으로 옮기시는 분들이 더 잘하시는 것 같기도 하고요. 게다가 저는 개발자도 디자이너도 아니고, *그로스 해킹을 할 줄 아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재무적인 부분에서 전문성을 갖고 있지도 않은데 스타트업에서 인턴으로라도 일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솔직하게는 욕심이지만 이왕이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스타트업에 가고 싶은데, 그러기에는 능력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 어떤 능력을 보완하면 좋을지 여쭙고 싶습니다. 예전에 관련 뉴스를 보다가 멘토님의 회사를 검색해본 적도 있는데 이렇게 평소 관심 있던 서비스를 만드시는 분과 만나게 돼 기쁘네요. 답변 잘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그로스 해킹 : 성장(Growth)과 해킹(Hacking)의 합성어로서 상품,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개선 사항을 반영함으로써 사업 성장을 추구하는 마케팅 방법론.

💬 김문선 멘토의 답변

안녕하세요, 멘티님. 생각과 고민이 많으신 것이 글에서도 느껴져 더 신중하게 답변을 하게 되네요. 하지만 우선은 왜 스타트업에 가길 원하시는지, 그 부분을 명확하게 만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폭넓은 업무를 경험할 수 있는 스타트업

스타트업에도 가보셨고, 창업을 해보셨다면 더욱 잘 아시겠지만 사실 스타트업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특정 전문성을 쌓기를 바라면서 커리어를 스타트업으로 설정하진 않으시는 편입니다. 생존해야 하는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 하지 못 하는 일 가릴 수도 없고, 잘하는 일만 하겠다고 고집할 수도 없으니까요.

그러다 보면 폭넓게 업무를 하게 되고, 적어도 한 가지 직무에서만 일을 했던 사람들에 비해서 사업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지지만 상대적으로 전문성을 쌓기는 어려운 편입니다.

그래서 저는 보통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이 분명한 친구들에게 스타트업을 추천하곤 합니다. 예를 들어서 나는 문화 마케팅을 꼭 해 보고 싶다든지, 게임 기획이나 자동차 산업 분야에서 B2C로 일하고 싶다든지, 아니면 전반적으로 모든 일을 다 해보고 싶은데 대신 내가 권한을 많이 가지고 아이디어를 실행시켜보고 싶다는 니즈가 있다든지요.

스타트업, 하고 싶은 일이 분명하다면 주저 없이 선택하세요

멘티님은 어느 쪽을 생각하고 계신가요? 많은 일을, 빠르게 배워서 하고 싶으신 일은 어떤 것인가요? 서비스 기획자가 되고 싶으신 것인지, 사업 기획자를 고민하고 계신 것인지, 주도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PM이 되고 싶으신 것인지, 혹은 서비스를 효과적으로 남들에게 전달하는 마케터가 되고 싶으신 것인지 궁금합니다.

또한 저 질문에 답하기에 고민이 되신다면, 지금 스타트업에 가신다고 해도 더욱 혼란이 찾아올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곳이 맞는 건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내게 적합한 것인지, 맞는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인지. 더 큰 고민이 현실적인 규모로 찾아오게 될 것 같아서요.

또한 스타트업에 관심을 가지고 계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빠르고 유연한 의사 결정, 내가 해낼 수 있는 만큼 바로 실행할 수 있는 권한, 일반 기업 대비 젊은 문화, 한 가지 직무에 국한되지 않은 다양한 업무 경험 등에 호감이 있으신 거라면 사실 일반 기업과 비교할 것도 없이 스타트업 쪽을 목표로 삼으시는 것이 맞다고 생각됩니다.

불안정하기 때문에 빠르고 유연할 수 있고, 전문성을 쌓기가 어렵기 때문에 다양한 업무를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여기에 스스로 느끼는 장점이 크다면 당연히 그쪽을 선택하시는 게 맞다고 봅니다.

혼란스러울 때는 마음의 소리를 따라가길

저는 보통 이렇게 선택하기엔 조금 혼란스럽고, 고민이 될 때는 제가 더 해내기 어려운 쪽을 선택하는 편이었습니다. 예를 들어서 저의 상황에 일반 기업에 가기가 더 쉽고, 스타트업에 가기가 더 어렵다면 일단 스타트업 쪽으로 계속해서 도전해보는 식으로요. 그렇지 않고 처음부터 일반 기업을 선택해서 그냥 들어갔으면, 나중에 ‘내가 도피성 선택을 한 게 아닐까?’ 하는 자괴감에 빠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이건 온전히 그냥 저의 성향이었고, 멘티님은 멘티님대로 좋은 선택을 하시리라 믿습니다. 이미 잘 알고 계시겠지만, 혼란스러울 때는 그냥 마음을 비우시고 사실 하고 싶었던 방향으로 가시는 건 어떨까요?

멘티님의 삶을 지금까지 끌어온 뿌리는 무엇일까요? 역동적으로 일하는 데에서 오는 성취감, 혹은 타인과 함께 일을 하면서 실행하는 즐거움, 아니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서비스를 만들어내고 싶다는 희망, 일을 체계적으로 배우면서 느끼는 커리어 성장 등등. 저는 스타트업도, 중견기업도, 대기업도, NGO도 다 나름의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뿌리와 장/단점을 잘 맞춰보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전문성보다 지속 가능한 동기가 더 큰 원동력

그리고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스타트업에 가장 필요한 능력은 정말 다양해서. 사실 개발/디자인을 새롭게 배우실 수는 없으니, 오히려 영업력이나 서비스 기획적인 측면을 갖추고 있다면 좋겠죠.

다만 직무적인 측면에 전문성을 가져가는 것보다도, 저는 지속 가능성을 증명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능력이라 생각합니다. 내가 이 스타트업에서 계속 일할 수 있는 기반 (관심 분야니까, 나도 나중에 창업을 하고 싶어서, 그냥 내가 하고 있는 이 일이 좋아서, 아니면 나는 내 성장만으로도 셀프 동기부여가 충분해서)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인재라고 생각해요.

부족한 제 답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더 궁금한 게 있으시면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그리고, 저희 회사를 알아봐 주셔서 저야말로 정말 감사하고 기뻤습니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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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선 멘토

SK Planet · 모멘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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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20대 시절을 이리저리 흔들리고 방황하며 보낸, 사실 지금도 방황하고 있는 덜익은 멘토 김문선이라고 합니다.
사실 제가 어떠한 도움을 드릴 수 있을 지, 혹은 과연 도움이 되긴 할 지 많이 걱정이 되긴 하지만 그래도 제게 무언가 궁금한 것이 있다면 최선을 다해서 대답해주고 싶어요. 저도 누군가에게 그렇게 질문하고 그 답에 때론 위로받고 때론 반항하면서 지내왔거든요.
무작정 대학 생활을 벗어나고 싶어서 경제/경영을 공부하는 연합동아리의 최연소 부회장을 해보기도 하고, 그러다가 착하게 돈 벌고 싶다는 생각으로 사회적 기업가분들의 인터뷰 프로젝트도 해보고. 어설프게나마 공간 사업/모바일 게임 창업을 해보겠다고 하다가 제 그릇에 안 맞는 걸 알고 포기한 적도 있어요. 문화컨텐츠를 다루는 벤처 기업에서 1년 반 넘게 일하면서 공연 연출, 신규 사업 기획, 웹 비즈니스 등 얇고 넓게 사업을 경험해보기도 했구요.
그러다가 이제는 SK 플래닛이라는 회사에 와서 첫 해에 모바일 서비스 운영, 웹툰 마케팅 담당자로 일하다가 덜컥 사내 벤처에 도전해서 지금은 2명의 팀원과 함께 모멘티라는 자체 서비스를 기획/운영하고 있습니다.
저는 꾸준히 제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대체 적성에 맞는 일이라는 게 세상에 존재하긴 하는건지 궁금해하며 이곳저곳 방랑하고 있어요. 멘티분들을 통해서 저 또한 인생에 대해서 깊게 고민하는 시간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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