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과를 졸업해서 과외를 하거나 학원에서 일했고, 현재는 학점은행제에서 심리학 학사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진로 선택에 고민이 있어 이렇게 질문드립니다.
저는 전문상담교사와 상담심리사 사이에서 고민 중입니다. 심리 상담 쪽 일을 하고 싶은 것도, 이 분야에 전문가가 되고 싶은 마음도 확고한데, 마지막 선택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문상담교사는 교육 대학원에 진학해야 하고, 상담심리사는 심리학 대학원에 진학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Gaelle Marcel
상담심리사는 공부도 힘들고 돈도 많이 든다고 들었습니다. 원서로 공부해 일과 병행하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슈퍼비전을 받으려면 돈도 많이 필요해 망설여집니다. 전문상담교사는 대학원을 졸업하면 자격증도 바로 얻을 수 있고, 영어 공부의 부담이 없어 좀 더 쉽게 준비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상담심리사와 전문상담교사 사이에서 선택을 고민 중입니다.
질문
1) 심리학 대학원에 진학하면 전반적으로 학업량이나 학업 수준이 어떠한가요?
2) 영어를 잘 못하는데 원서 해석에 대한 부담이 큰가요?
3) 대학원비나 생활비를 마련하려면 과외수업을 병행해야 하는데 가능할까요?
4) 대학원의 네임밸류는 상담심리사의 미래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나요?
5) 상담심리사의 수련 과정에서 슈퍼비전을 받아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그 과정과 비용에 대해서 알려주세요.
6) 더 알아야 할 것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고민 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슈퍼비전(supervision): 사회복지기관의 종사자가 업무를 수행하는 데에 지식과 기능을 최대로 활용하고 그 능력을 향상시켜 효과를 높이기 위하여 원조와 지도를 행하는 일.
💬 멘토의 답변
마음의 소리를 따르세요
심리상담의 일은 사람을 다루는 것이다 보니 자신의 문제를 다루지 않으면 안 되고, 그러다 보면 언제까지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심리상담 일을 해야 할 자신만의 확고한 의지를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그런 가운데 자신의 사명을 찾는 것이 필요합니다. 멘티님의 글을 읽으면서 그 부분에 대한 정리가 이미 되어 계신 것 같아서 반가웠습니다
ⓒJessica Lewis
상담심리사가 되는 과정이 공부도 힘들고 돈도 많이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원서를 많이 보아야 하는 것도 맞고, 슈퍼비전을 계속 받아야 하는 것도 맞습니다. 그렇기에 비교적 자격증을 따기 쉬운 전문상담교사의 길을 고민하시는 것 같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교사를 했었기 때문에 전문상담교사를 하기가 훨씬 쉬웠습니다. 그리고 전문상담교사의 경우, 안정적이고 고정적인 수입보장이 되고 영어 원서를 읽을 필요성이 적으며, 말씀하신 대로 졸업 후 쉽게 취업이 되는 장점이 있어 저도 많은 시간 고민을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부부 상담과 가족 상담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전문상담교사의 길을 택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전문상담교사라고 해서 부부와 가족을 다루지 못할 것은 없는데, 당시에는 워낙 다루고 싶은 분야가 확고했던지라 기꺼이 상담심리사의 길을 택했던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멘티님의 마음을 스스로 들여다보는 일인듯합니다. 정말 하고 싶은 상담의 영역이 저처럼 분명하게 정해져 있지 않다면, 전문상담교사를 시작하셔도 됩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전문상담교사도 얼마든지 전문성을 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처럼 하고 싶은 영역이 분명히 있고, 기꺼이 그 영역을 위해 심리상담을 하겠다고 소명을 가진 것이라면 어렵더라도 상담심리사의 길을 가는 것이 옳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 하고 싶은 것, 해야 하는 것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항상 고민이 되는 부분이며, 저 역시도 그 고민이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계속 제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한 번 뿐인 인생이라면, 속도가 아닌 방향으로 저의 인생을 끌어가야겠다라는 것이며, 그렇기에 저는 제가 하고 싶은 것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물론 할 수 있는 것과 해야 하는 것이 같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만약 일치하지 않을 때, 저는 저의 마음의 소리를 따르는 편입니다.
그러니 멘티님도 마음의 소리를 들어보시길 바랍니다.
각각의 질문에 대해 답해 보겠습니다.
1) 심리학 대학원에 진학하면 전반적으로 학업량이나 학업 수준이 어떠한가요? - 정답은 없습니다. 자기 하기 나름입니다. 교육대학원, 일반대학원보다는 심리학 관련 전문 대학원의 학습량과 학업 수준이 일반적으로 높은 편이라고 이야기하곤 합니다만 개인차가 워낙 큽니다.
2) 영어를 잘 못 하는데 원서 해석에 대한 부담이 큰가요? - 영어를 못 해도 심리상담공부를 할 수는 있으나, 아시다시피 모든 심리학의 사조가 외국에서 들어온 것이라 외국어, 특히 영어를 잘하면, 최신이론 해석에 있어 도움이 됩니다. 원서 해석을 해야 할 경우는 박사과정에서가 더 많고 석사에서는 비교적 적은 편입니다.
ⓒPatrick Tomasso
4) 대학원의 네임밸류는 상담심리사의 미래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나요? - 좋은 대학원을 나오는 것이 좋겠지만, 사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말로 내담자를 도울 수 있는 능력을 내가 갖추고 있느냐는 것입니다. 상담심리사는 문자 그대로 상담을 통해 심리적 문제를 돕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며, 아무리 좋은 대학원을 나온다 해도 자신이 그런 능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미래가 밝을 수는 없겠지요.
네임밸류보다는 정말 내가 필요한 분야를 공부할 수 있는 교수님과 교육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지, 내가 원하는 분야의 공부를 특화해서 하는 곳인지를 보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대학원의 네임벨류를 고려하지 않았고 담당 교수님만을 따라 석사와 박사과정을 택하였습니다.
5) 상담심리사의 수련 과정에서 슈퍼비전을 받아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그 과정과 비용에 대해서 알려주세요.
- 슈퍼비전은 학회별로 그리고 자격증별로 받아야 하는 최소횟수와 방법이 다릅니다. 그러므로 간단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아니나, 개인 슈퍼비전, 집단슈퍼비전, 집단 상담 슈퍼비전, 심리 평가 슈퍼비전으로 나눠지고 한국상담심리학회의 경우 개인 슈퍼비전 50회를 받아야 상담심리사 1급을 응시할 수 있습니다. 비용의 경우도 슈퍼바이저마다 다르며, 보통 10만원 이상인 경우가 많습니다.
6) 제가 정보를 알아보긴 했지만 많이 모릅니다..상담심리사에 대해 알아야 할 것들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 정보를 이미 많이 알고 계시고, 그만큼 배움과 직업에 대한 욕구가 강한 게 느껴집니다. 길이 비록 좁고 험난하더라도 꼭 가야 하는 길이라면, 나머지 것들과 실패에 관해 미리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어차피 갈 길이니까요. 자신을 믿고, 자신의 선택을 믿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Ron Smith
다만, 위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하고 싶은 일, 해야 하는 일, 할 수 있는 일 중에서 나는 어떤 것을 더 크게 생각하고 있는지, 자신에게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지, 무엇을 위해 상담을 하고자 하는지,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시는 시간을 가지시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