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번째 칼럼] 마음대로 죽을 수도 없는 인생, 가자!
필자가 11살 때였던가? 삶에 대해 고뇌를 한 적이 있었다.
'지금 나의 나이가 11살이고, 이제 시간이 지나면 12살이 되고, 15살이 되고, 20살이 되겠지? 그럼 그 때의 나는 지금의 나와 어떻게 달라지게 될까? 그리고 대개 아저씨, 아줌마들은 40대, 50대로 접어들면 점점 늙어보이던데, 그 때 나는 어떻게 될까? 그리고 만약에 죽을 때가 다가오면? 나의 지금 살아오고 기억했던 모든 것들이 사라지게 될까? 그리고 그 기억은 내가 다시금 가져갈 수 없는 걸까?'
지금 생각해도 그 때 그 나이에 내가 왜 그러한 고뇌를 하게 되었는지 알 수 없다. 사춘기가 너무 빨리 찾아온건가? 그건 아닌 것 같다. 이성에 대한 관심은 그로부터 3년 뒤인 14살 때 가지게 되었으니까.
16살 때에는 집안이 매우 어려웠다. 괴로웠고 너무나도 무기력했었다.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하였고, 삶에 대한 의욕 또한 상실하게 되었다. 그 때서부터 우울의 초기 증세가 다가오게 되었다. 병원에 가보지 않았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나에게 찾아온 사춘기와 함께 우울은 나를 오랫동안 내 어깨를 짓눌렀었다. 당시에 나는 한강이 보이는 집에 살고 있었다. 하필이면 집 앞의 한강에 놓여진 다리가 원효대교였을까. 원효대교 앞에서 나는 여러 번 생각을 했다. 나같은 놈이 살아갈 수 있을까? 나는 지금 아무것도 못하고 있는데, 내가 이리 1분1초를 이렇게 숨을 쉴 자격이나 될까?이 1분1초가 왜 이리 아깝게도 느껴지는 걸까?
(프라이버시로 인하여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된 내막은 공개를 할 수 없다는 점을 알려드립니다.)
죽고 싶은 생각이 들었었다. 나같은 사람 한 명 사라진다고 해서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을 것도 아니고, 그런다고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사람들이 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그렇기에 그냥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그냥 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많이 오갔었고, 나는 시도를 하려고 내 목을 양손으로 잡았었다.
조였다, 숨을 쉬지 않았다. 심장은 뛰고 있었다. 나는 심장에게 이제 그만 뛰라고 머릿속으로 중얼거렸다. 못난 몸뚱아리에서 고생하지 말고 같이 그냥 쉬고 여기서 생을 마감하자고. 심장은 그러하지 않았다. 계속 뛰었다. 나의 헛된 선택에 대해 계속 다그치면서 뛰고 있었다. 몸과 마음은 따로 논다는 말이 이럴 때 나오는 것인가 하면서 온몸으로 벽을 부딪히기도 여러 차례. 1분 쯤 지났을까? 나는 결국 심장의 뜀박질에 항복을 했다. 이 미친놈의 심장은 계속 나를 살리려고 애쓰는 거냐며, 가슴을 여러번 쳤다. 치다가 차라리 갈비뼈가 부러지길 바랐다. 근데, 그 마저도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제는 내 뇌가 나의 의지를 꺾어버렸다. 울었다. 너무 속상해서 울었다. 왜 이리 나는 내가 하고 싶은대로 이루어지는 게 없을까? 심지어 죽는 것조차도 내 마음대로 이루어 질 수 없다니, 이건 무슨 일인가 하는 생각만 가득찼었다. 그리고 허탈하게 돌아갔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을 해보니, 그것은 심장과 뇌가 나를 살린 것이 아니었다. 잠재되어 있던 나의 무의식이 나를 살린 것이었다. 아직, 나는 죽을 수 없다. 죽더라도 어딘가에 내 이름이 적혀있고, 내 사진이 박혀있게 한 다음에 죽는 것이 더욱 낫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일깨워 준 것이었다. 너 이리 죽을 수 없다고, 너가 잘못한 게 없는데, 죽긴 왜 죽냐고.....왜 이 글을 쓰고 있는데, 영화 '고지전'의 한 장면이 생각나는지.......
한번 죽으려고 했으나, 그러하지 못했다. 나의 인생이, 나의 손금이 그러하지 않다고 얘기를 해준다. 그리고 나는 지금 한국을 떠나 외국에서 지내고 있다. 한국에서 배우고 익혔던 모든 것들을 다 내려놓고 지금은 새로운 일을 하고 있다. 이 일이 오래갈 지는 모르겠다. 앞으로도 계속 그러할 지는. 그러나 지금 내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한국에서 내려놓은 일은 이 곳에서 언젠가 다시 끌고 가게 될 수도 있다. 그 때가 몇년 후라도 상관은 없다. 내가 이곳을 오게 된 것도 여러 가지의 길 중 하나였고, 지금 하고 있는 일 또한 그러하였고, 앞으로도 그럴 거니까.
'너라도 살아야지, 죽긴 왜 죽어.'
영화 속에서 자살하려던 신일영(이제훈 분)을 향해 말하던 김수혁(고수 분)의 대사를 곱씹어보며, 오늘의 글을 마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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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오랜만에 인사를 드립니다.
거진 1년 하고도 5개월이 지났네요.
현재 캐나다에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미루고 미뤘던 해외생활을 다시금 꺼내서 생활하게 되니, 아직까지는 힘들더라도 마냥 행복하기만 합니다. 만족하게 지내고 있고, 시간이 될 때마다 이곳에 와서 다시 한 번 칼럼을 연재하고자 노력하겠습니다. 성격상 규칙적인 면을 좋아할 때도, 싫어할 때도 있어서 얼마나 오랫동안 이어질 지는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