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님. 안녕하세요! 먼저 반갑다는 말씀부터 드리고 싶어요. 저 역시 어렸을 적 과학소년의 애독자 중 한명이었거든요. 아마 기자님께서 딱 막내 기자로 입사하셨을 때 즈음까지 구독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여기서 이렇게 기자님을 뵙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어서 정말 기쁩니다. 

오늘은 어린이 애독자가 아니라, 과학 기자 진로에 대해 생각하는 멘티로서 몇 가지 여쭙고 싶어요. 저는 지금 화학을 전공하는 대학교 4학년으로, 여느 졸업반 학생들처럼 진로에 대해 고민이 많습니다. 저는 항상 글을 읽고 쓰는 걸 좋아했고, 2년간 학보사 생활을 하면서 기획이나 인터뷰를 하는 것도 재미있어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과학 기자라는 직업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되었고요. 하지만 아무래도 정보를 얻을 데가 마땅치 않아 이렇게 질문을 드려요.

©️Alex Kondratiev

1. 과학 출판업의 전망을 어떻게 보시는지 견해가 궁금합니다. 사실 어떤 분야이든 출판업 시장은 어렵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왔습니다. 또, 국내에 과학 잡지가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인 것 같고요. 과학 기자를 생각하는 입장에서 내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과학 출판업계의 전망에 대해 어떻게 보시나요?

2. 잡지 기자와 방송 / 신문 기자의 차이가 궁금합니다. 과학전문기자라고 하면 잡지기자 뿐만 아니라 방송기자, 신문기자 등도 포함합니다. 모두 과학을 전달하는 일이지만 매체가 다른만큼 차이점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업무나 진로를 준비하는 과정에 있어 공통점이나 차이점이 있을까요?

3. 어떤 활동을 통해 과학 기자 진로를 준비할 수 있을까요? 특별한 자격이나 시험 성적이 필요한 몇몇 직업들과 다르게 과학기자는 꼭 필요한 특정 요건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준비를 통해 제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까요?

4. 개인적으로 과학 기자라는 일을 하며 느꼈던 만족스러웠던 점, 아쉬웠던 점을 각각 꼽아주실 수 있을까요? 오랜 시간 기자로서 일해오셨던만큼 기자님의 개인적인 소회가 궁금합니다.

바쁘실텐데 시간내서 질문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소중한 조언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멘티님! 과학소년 독자를 여기서 만나다니 무척 반가워요.  질문에 대해 답변을 드리기 전에 지난 3월에 퇴사하였습니다. 그래도 불과 두 달 전까지 근무하였으니, 질문에는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SpaceX

과학 잡지, 출판 시장 전망은 어떤가요?

과학 출판 시장은 밝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제가 퇴사를 결심한 큰 이유 중에 하나이기도 합니다. 저는 요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어요. 과학 커뮤니케이터 또는 과학 크리에이터로 성장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사실 과학 동영상 컨텐츠 제작에 관심이 많아 1년 전부터 퇴사를 준비했습니다. 글 쓰는 일에 많이 지쳐 있었고, 매너리즘에 빠져 있어 새로운 변화가 필요했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제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물어보신 질문에 답변을 드리자면, 출판 시장은 하락세가 맞긴 하지만 어린이 과학 잡지 시장은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다른 출판문들과 달리, 아직까지 어린이 출판 시장은 희망적입니다. 과학 전집류(why 시리즈 등)나 과학 잡지류 등은 그래도 하락세가 더딘 편입니다. 물론 이 하락세는 학생 숫자가 줄어든 것도 한몫한다고 생각합니다.

과학전문 기자 매체별 차이점이 있나요?

사실, 잡지 기자는 "기자"보다는 "콘텐츠 에디터" 혹은 "북 에디터"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과학 기자는 신문이나 방송 기자와 더 가깝다고 생각됩니다. 신문이나 방송 기자는 취재와 보도, 원고 작성에 많은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반면 잡지 기자는 책을 기획하는 업무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책(잡지)을 기획하는 과정은 원고 작성뿐만 아니라 책에 들어가는 다양한 그림들, 혹은 사진 등 많은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습니다. 

그래서 진로를 준비할 때도 이 둘은 차이가 큽니다. 과학 잡지 기자는 과학 잡지를 출판하는 "출판사"에 취업을 하는 것이고, 신문이나 방송 기자는 이른바 "언론고시"라고 불리는 시험을 통과해야 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이 둘은 준비 과정이 차이가 있지요.  "취업 VS 고시" 준비 방법이 전혀 다를 테니까요.

과학 기자,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학보사 생활과 인터뷰 경력이 있기 때문에 과학 잡지 기자로서는 충분히 좋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다만, 최근에 동영상 컨텐츠를 기획하고 만드는 능력을 요구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어, 글쓰기 경험 외에 과학 영상 컨텐츠 제작 경험을 쌓아 보는 걸 추천드립니다.

©️Holger Link

과학 기자, 언제 보람있었나요?

과학 잡지 기자를 해 좋았던 점도 많았는데요. 저는 제가 동경하고 좋아했던 교수님들께 서스럼없이 연락하고 직접 만나뵙고 자문을 구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그리고 마음껏 과학책을 읽을 수 있는 것도 좋았고요.특히 가보고 싶었던 연구소를 방문할 때는 무척 설레기도 했습니다. 또 내 이름이 적힌 기사가 책에 실려 나간다는 게 뿌듯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글쓰는 작업이 지쳤습니다. 팀의 인력도 줄어들어서 힘들었고요. 그리고 세상은 활자에서 영상 중심으로 바뀌어 가는데, 제가 하는 일은 여전히 활자에 머물러 있다는 게 조금 두렵기도 했습니다.  

과학 잡지가 콘텐츠 산업의 변화를 많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리고 어린이 과학 잡지를 만들다 보면, 과학 지식이 천천히 쇠퇴(?)해 간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아, 이런 점들이 아쉬웠습니다.

두서 없이 적은 것 같은데 도움이 됐을까 모르겠네요. 혹시 더 궁금한 점 있으면 편하게 연락 주세요. 

감사인사가 늦었습니다. 자세한 답변 감사드려요!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다음에 또 궁금한 게 생기면 여쭤볼게요.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