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방과 출신이면 PD 되는데 유리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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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멘토님. 저는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전 신문방송학과)에 재학 중인 멘티입니다. 저는 신방과만 보고 입학해서 그런지 다른 학과 공부에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주변 문과 친구들이 거의 다 복수전공을 선택해 제2 전공 과목을 공부하는 중이더라고요. 인문대 졸업생들은 복수전공이 아니면 취업에 불리하다는 말에 요즘 너무 불안합니다. 예능 PD가 꿈인데, 복수전공을 하는 것이 좋을까요? 그리고 PD가 되는 길이 꼭 방송국에 공채로 취업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설업체에 취업하는 것도 가능한건가요? 소중한 조언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김도연 멘토의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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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일단 저 자체가 국어국문학과 출신이에요. 신방과 (전공 이름이 다양하게 바뀌었지만 그냥 신방과로 통칭할게요)랑 PD 되는 거, 저는 개인적으로 별 상관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를 몇 가지로 정리해 볼게요.
신방과와 PD 인과관계가 없어요
PD 중에 신방과가 많아 보이겠지만 그건 원인과 결과를 혼동한 겁니다. 신방과가 PD 만들어 주는 게 아니라 PD를 꿈꾸는 사람들이 으레 신방과를 가는 것일 뿐이죠.
저도 신방과를 가고 싶었지만 수능이 맘대로 안 돼서 다른 전공을 했지요. 근데 PD 되는 데는 지장 없었거든요. 실제 공채 과정을 보면 신방과 전공자라고 유리할 거 하나도 없습니다. PD 중에 신방과 출신이 많다는 게 신방과를 필요조건으로 만들어준다는 건 착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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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과 실무는 달라요
PD 실무에서 신방과 전공지식을 쓸 일이 없습니다. 특히 서울 소재 4년제 대학교 신방과는 이론과 학설 위주로 수업을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건 진짜 현직에서 쓸 일 없고 교양으로 알고 있어야 할 정도죠. 실무도 배우긴 배우겠지만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거, 현장에선 2달이면 다 배웁니다.
그거 조금 선행학습 했다고 뽑을 이유는 없어요. 오히려 회사에서 못 가르치는 역량을 가진 친구들을 뽑아야죠. 그래서 자꾸 창의력, 기획력, 열정, 상식, 예절 등을 평가하려고 하는 겁니다. 공채 과정에서는 기술 보는 경우도 거의 없습니다. 있어 봐야 PD 지망생들이라면 당연히 할 수 있는 아주 기초적인 기술을 도구 삼아 '기획력'과 '창의력'을 평가하는 전형일 뿐입니다. 제가 C 사 공채 합격했을 땐 똑딱이 카메라 하나랑 무비메이커 주고 '타이밍'이란 주제로 영상 한 편 만들라고 하더군요.
PD는 전문가가 아닌 전달자
PD는 자기가 알고 있는 걸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시청자에게 알려줘야 할 것을 대신 공부하여 시청자 눈높이로 전달하는 사람입니다. 전공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간호대 출신 PD가 진짜 탄생한다면 보건 의료 콘텐츠는 그 친구가 씹어먹지 않겠어요? 꼭 방송뿐 아니라 커리어라는 게 대개 그렇습니다. One of them보단 Only One이 되는 게 오히려 유리해요. PD는 취재자이지 지식인이 아닙니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신방과를 PD 되는 필수전공이 아니라 '앞으로 PD로서 생활하는 데 필요한 교양' 정도로 인식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복수전공도 PD 되기 위한 전공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니까 그냥 흥미로운 분야를 하시든지 아니면 너무 좁은 방송국의 문 때문에 혹시 모를 진로 변경에 대비한다는 의미로 선택하시는 게 나으리라고 조언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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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채 외 PD가 되는 길
마지막으로 공채PD 이외의 길을 물으셨는데 방송사 외의 다른 업태는 결국 외주업체 혹은 프리랜서잖아요? 초년생 프리랜서는 말도 안 되고 결국 외주업체 얘기인데 이쪽으로 취업해도 PD 활동 자체는 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무엇을 송출할지, 어떻게 연출할지에 대한 선택권이 현저하게 떨어지겠죠.
방송사에서 돈을 받고 대신 연출하는 역할이니까요. 대신 이 경우 취업이 훨씬 쉽고 다양한 방송사에서 들어오는 일들을 맡을 가능성이 높아 전문 연출가 마인드로 열심히 일할 수는 있겠지만 늘 따라오는 갑을관계에 대한 자괴감, 그리고 한정된 제작비 안에서 인건비를 아껴야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 속 과로에 시달리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참고하셔서 좋은 선택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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