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H 제철 생산관리직을 목표로 하는 지방 사립대학교 학생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제철 관련해서 아는 것이 많지 않습니다. 최근에 포항 포스코에 견학할 기회가 생겨서 그곳에서 처음 철이 공정되는 단계나 역사 등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감히 이 일이 제 적성에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Aaron Barnaby

저는 현장직을 꿈꾸고 있습니다. 성향상 몸을 놀리는 게 적성에 맞기도 하고요. H 제철에 입사하는 것이 꿈인데 손꼽히는 대기업은 문턱이 높은 것도 알고, 제 스펙으로는 무리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아직 2학년이니만큼 할 수 있는 데까지 노력하고 도전해보려 합니다.

멘토님의 충고와 조언이 필요합니다. 지원 기본 요건이나 학점 커트 라인, 자격증, 대외활동 등의 정보를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부탁드립니다.

많은 멘토 중에 저에게 질문 주셔서 감사합니다. 솔직하고 또 현실적인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우선 말씀드리자면, 4년제 대졸 사원은 현장 기능직으로 근무할 수 없습니다. 회사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제철 회사는 보통 기능직(현장직) / 일반직(사무직) / 연구직으로 직군이 나뉘는데, 기능직은 초대졸(전문대졸) 혹은 고졸 사원이 입사하고 일반직이나 연구직의 경우 4년제 대학 출신 사원이 근무합니다. 

 

 

기능직은 설비 하나에 배치되면 그 설비 가동에 대한 것만 배우고 학습하여 좁은 범위의 업무만 맡게 되지만, 일반직의 경우 공장의 전체 설비를 관리하고 설비의 효율화, 추가 투자 검토, 야드 자동화 같은 고차원적인 업무를 수행하게 됩니다. 당연히 폭넓은 전문 지식이 요구되죠. 

 

어려운 말씀이지만, 지방 사립대 출신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습니다. 제 주변이나 동기들은 모두 최소 지방 국립대 혹은 수도권 4년제 출신입니다. 학벌은 바꿀 수 없으니, 다른 노력으로 경쟁력을 만들어야겠죠. 

 

학벌 이외에 회사가 지원자를 평가하는데 가장 크게 고려하는 것은 지원자의 기사 자격증입니다. 전공 분야 관련하여 최소 1개 이상의 기사 자격증을 취득하세요 (금속기사, 품질관리기사 등). 그룹사 동기 중 한 친구는 학교가 썩 좋지 않았음에도 기사 자격증을 세 개나 가지고 있어, 서류에서 탈락한 곳이 없었습니다. 그만큼 공대 출신에게 기사 자격증은 격을 높이는 스펙입니다. 

 

이외 가능하면 외국어 능력(영어), 특히 회화 능력을 갖추길 추천해 드립니다. 막상 실무에 영어를 사용하는 빈도는 높지 않습니다만, 영어 회화가 가능한 사원은 쓰임새가 많습니다. 공대생의 유창한 영어는 두말할 나위 없이 플러스 요인입니다. 

 

학점은 4.0 이상 되셔야 할 것 같습니다. 학점은 지원자가 학교생활을 성실히 했는지를 방증하는 지표입니다. 

회사에서, 특히 조직 규모가 큰 대기업에서는 모든 업무가 협업으로 이뤄집니다. 일례로 제가 근무하는 부서와 연관 부서만도 10개 이상입니다. 포스코에 견학을 가보셔서 아시겠지만, 그 정도 큰 라인을 가동하는 데에는 한 두 군데의 힘만으로는 절대 운영이 안 됩니다. 

 

의사 결정 절차도 복잡합니다. 대기업의 부서들은 톱니바퀴 같아서 여러 개의 부서가 본인의 책무를 다할 때 부드럽게 돌아갑니다. 일을 처리하다 보면 각 부서 간의 의견 차도 있고, 간혹 자기 부서에만 이득을 보는 방향으로 일을 처리하려고 하는데 이를 중재하거나 설득하는 역량이 필요합니다. 

 

조직 생활을 최대한 많이 경험해보고 이를 자소서에 녹여 협업 능력을 어필하시기 바랍니다. 예컨대, 본인이 조별 과제를 수행하면서 어려움에 직면했는데, 이를 조율해 나간 경험이라던지, 어느 방향으로 문제 해결을 하려고 노력하여 좋은 결과를 만들었던 경험을 잘 표현한다면, 회사에서 원하는 인재상에 비슷한 사람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쓰다 보니 글이 길어졌는데 더 궁금하신 점이 있거나 구체적으로 회사에 관한 질문이 생기시면 주저 없이 다시 물어보시고 시간이 아직 많으니 준비 잘하셔서 취업에 건승하시길 빕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