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기업형 인재일까? 스타트업형 인재일까?
여러분은 '직장인'하면 어떤 이미지를 떠올리세요? 각이 잡힌 비즈니스 캐주얼을 입고 사원증을 멘 모습인가요? 아니면 후드티에 청바지를 입고 카페나 재택, 자유롭게 근무하는 모습인가요?
저는 운이 좋게도 두 모습을 모두 해보았습니다. 첫 번째 직장은 대기업이었고, 두 번째 직장은 스타트업이에요.
미래를 꿈꾸다 보면 그려지는 나의 모습도 다양한데요, 어떤 날은 대기업을 가고 싶고 어떤 날은 스타트업이 더 끌릴 수 있을 거예요. 가장 좋은 방법은 두 경험을 모두 하는 것이지만, 그게 쉽지는 않습니다.
그런 분들을 위해 제 경험을 나누고 싶어요.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경험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내게 더 맞는 조직을 알아보셨음 좋겠습니다.
첫 직장은 베트남에 있는 글로벌 회계법인, PwC베트남이었습니다. 이곳에서 처음에는 한국 비즈니스 데스크의 통번역 직원으로 들어갔어요. 그리고 1년 정도 근무한 다음에 부서를 옮겨서 세무 컨설턴트가 되었습니다.
당시 제가 어떻게 혼자서 해외취업에 성공했는지, 대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해외취업에 성공했던 방법은 나중에 다루기로 할게요. 오늘은 글로벌 회계법인의 구조와 업무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우선, 대기업에 다닐 때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말해보겠습니다. 대기업은 법으로 보장하는 대부분의 권리가 제대로 지켜집니다. 야근수당을 칼같이 주고, 연차를 사용하지 않았을 때 월급으로 주는 등의 복지가 잘 되어 있습니다.
제가 다니는 기업은 해외기업이라서 다를 수 있겠지만, 육아 휴직의 사용도 굉장히 권장됐어요. 임신했다고 퇴사압박을 주는 분위기가 전혀 없었습니다. 제가 신입사원일 때, 진단서 없이 쓸 수 있는 병가를 포함하면 20일 넘게 유급 휴가를 낼 수 있었어요.
물론, 실적에 대한 압박도 있고 업무 강도도 강하지만, 기본적인 안정성을 보장받는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대기업의 장점으로 기본적인 안정성과 복지를 꼽고 싶어요.
이제 제가 대기업을 떠난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대기업을 다닐 때 복지와 안정성은 매우 만족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가 문제였습니다. 바로 커리어 방향성이었죠.
회계법인에서 컨설턴트로 일하면 커리어 방향은 매우 명확했습니다. 세무 전문가가 되거나 회계사가 되거나였죠. 문제는 저는 제 성향과 업무가 잘 맞지 않는다고 느꼈습니다. 이 전문가 자격증을 따서 몇십 년을 이 직무를 하면서 산다고 하니까 조금 마음이 답답했어요.
그리고 항상 전문성에 대한 불안이 있었습니다. 대기업은 구조적으로 업무를 쪼개고 쪼갭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직원이 '대체 가능한 상황'이 돼요. 대기업 입장에서는 한 명이 퇴사한다고 기업의 업무가 돌아가지 않으면 큰일이 납니다. 그래서 최대한 업무를 분업화해서 나누는 거예요.
문제는 저는 이런 상황에서 불안을 느꼈다는 것입니다. 내가 언제든 대체될 수 있다는 생각에 불안했고 '대체되기 힘든 나만의 강점이 있는 인재'가 되고 싶다는 욕망이 커졌죠.
이 욕망은 대기업에서는 이루기 힘든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래서 결심했어요. 이 회사를 떠나야겠다고요. 그리고 더 늦기 전에 커리어를 피봇팅 해야겠다는 결심도 했습니다.
저는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옮긴 것 뿐만 아니라, 세무 컨설턴트에서 뉴스레터 에디터로 직무를 피봇팅하기도 했습니다. 직무를 바꿀 때 느꼈던 생각과 고민에 대한 이야기도 기회가 되면 나눌 생각입니다. 직무를 바꾸거나 중고 신입으로 들어가는 것을 고려하는 분들께도 도움이 될 수 있으니까요.
저의 대기업 경험을 아주 간단히 적었는데도 벌써 글이 길어졌습니다. 저의 스타트업 경험기는 다음 글에서 적어보겠습니다.
머니레터의 기획, 편집 등 머니레터 제작 전반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PwC베트남에서 세무 컨설팅과 영한 통번역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저도 취업 준비생일 때 '잇다'를 알았는데 막상 질문은 많이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현직자들이 멀게 느껴지고 '이런 질문을 해도 될까?' 고민도 했거든요.
혹시 이런 고민이 든다면 괜찮아요, 용기를 내서 물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