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관은 '갑'이 아니다. 면접은 내가 회사를 판단하러 가는것.
다소 자극적인 제목이 됬을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진짜 입니다. 면접관은 "갑"이 아닙니다.
먼저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를 말씀드릴게요. 저는 전 직장(미군부대에 있는 여행사)에서 팀장으로 일하며 여러 친구들 면접을 봤습니다. 한달에 10명이상 본 적도 있어요. 매일매일이 면접일정으로 제 근무량보다 많았던 적이 있구요.
면접을 보면 면접보러온 친구들의 말투, 목소리, 옷, 태도에서 이미 면접의 합격여부는 결정이 납니다. 스펙은 정말 서류상일뿐이예요.
기업의 입장에서도 이미 뽑을 사람, 좋은사람 뽑고 싶거든요. 그래서 긴장을 너무해서 어수룩해보이는 사람보다는 당당한 사람에게 더 끌리는 법이죠. 회사를 고르는 것도, 회사가 신입/경력자를 뽑는 것도 마치 연애 전의 밀당과 같아요. 기업 입장에서도 엄청 재고 따지죠.
그런데 이상하게 우리 면접을 보러오는 친구들 중 10명 중 8명은 일단 어깨부터 축 쳐져있고 시선을 갈 곳을 잃습니다. 특히 경력이 없는 친구일수록 시선은 바닥을 향하고 있어요.
하지만, 여러분 잘 생각해보세요. '사람인', '잡코리아'만 가도 사람 뽑는다고 올라오는 공고가 정말 많습니다. 여러분, 기업에 이력서 내실 때 한 군데만 넣지는 않잖아요. 물론, 정말 가고싶은 곳이 있어서 그 곳만 바라보는 분들도 많지만 다들 적어도 3군데까지는 생각하고 계시지 않나요? 기업에서 우리를 이력서로 평가해서 불렀듯이 우리도 면접보러 갈 때 그 회사를 평가해야합니다. 왜냐면, 우리의 하루 일과중에 9시간을 (혹은 그보다 더 이상을) 시간을 보낼 곳인데 아무회사나 들어갈 수는 없잖아요?
일례의 제 경험을 얘기하자면 저는 1월에 여행사를 퇴사하고 3월즈음에 A호텔에서 오퍼가 들어왔습니다. 오퍼가 들어왔어도 제 이력서를 내고 면접을 봐야하더라구요. 면접을 보러 갔습니다.
생긴지 얼마 안된 곳이라 굉장히 외관도 좋고 다 좋았습니다. 다시 몇년만에 호텔로 들어온다는 생각에 너무 들뜨기도 했구요. 단정하게 차려입고 1차면접을 보았는데, 거기까지는 참 좋았던거 같아요. 1차를 보고 집에 가려는데 갑자기 총지배인 면접을 봐야한다며 1시간 반을 기다리라고 하더라구요. 다음 일정이 한 3시간 뒤여서 알겠다고 하고 기다렸습니다. (여기서 이미 회사가 면접자에게 2차면접을 볼 수도 있다는 사전언급이 없었기에 얼마나 절차가 허술한지 이 회사에서 얼마나 급한지 저는 느꼈죠.)
1시간반을 기다리고 2차면접을 보았는데 총지배인님, 인사부 부장님, 인사부 과장님 이렇게 3:3면접이더라구요. (저는 당시에 약간 자신이 있던 상황이여서 느낌이 참 좋았습니다.)
그런데 인사부 부장님이 딱 한마디 하시더라구요.
"김민지씨는 지금 나이가 서른인데, 여자서른에 일 시작하기 너무 늦지 않아요?"
저는 그 순간에 '아 이 회사는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참고로 팁을 드리자면 면접자를 보면 기업의 분위기를 알 수 있습니다. 질문에서 "여자서른"이라는 말은 이 기업이 어떠한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지를 볼 수 있었거든요.
그 후에 또 하나의 저를 실망시킨 사건이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언급은 하지 않겠습니다.
결국, 저는 1차거절을 했고 이 기업측에서는 "혹시 연봉때문에 그러느냐?"라고 되묻더라구요.
연봉을 다시 맞춰줄테니 생각해보라며. 하지만 저는 다시 거절했습니다.
회사의 기업문화가 저와 맞지 않아 다른분에게 기회를 주셨으면 좋겠다고.
이 얘기를 들은 지인들은 '와 너 대단하다. 그렇게 말을 했어?'라고 하지만 이건 전혀 대단한게 아닙니다. 우리가 따박따박 월급받을 회사, 하루에 9시간 이상을 있어야하는 회사, 아무때나 들어갈 순 없잖아요?
자신감 있는 태도만큼 가장 매력적인 태도는 없다고 생각해요. 면접에 있어서의 '갑'은 기업이 아닙니다. 내가 '을'이라고 생각되는 순간, 내가 마치 선택받아야 된다고 생각하는 순간! 이미 지고 들어가는 게임과 같은거예요.
내가 너희 회사를 선택해준다는 마음으로 내가 '갑'이라는 마인드로 당당하게! 긴장되더라도 최대한의 아이컨텍과 밝고 명랑한 목소리로 최대한 매력을 펼쳐보세요.
절대 면접에서 '갑'은 기업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