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력서를 쓰기 전에 - (1) 꿈꾸자
안녕하세요, 콘텐츠 기업 티그라운드 대표 오제욱입니다. 저는 LG상사와 골프존, SBS콘텐츠허브를 거치며 중화권 해외사업과 신사업 개발 업무를 해오다가 작년 티그라운드를 창업하고 예능 방송 기획 제작, 만화 수출입, 캐릭터 라이선스 사업 등을 해오고 있습니다.
10년 정도,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제 진로에 대해 참 치열하게 고민했고 다양한 시도를 해봤었습니다. 제 경험에 비추어서 구직하시는 분들, 이직 준비하시는 분들, 이력서 쓰기 전에, 경력 기술서 쓰기 전에 먼저 생각하셨으면 하는 점 말씀 드리려고 합니다.
오늘 말씀드리려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꿈꾸자"입니다.
여러분 만약 아침에 일어나는데 와~ 나 빨리 출근해야지, 빨리 가서 일하고 싶다, 신난다 오늘도 출근이라니! 막 설레고 들뜨고 행복하고, 이렇다면 어떨까요? 실제 그랬던 적이 있나요? 없었다면 한 번 상상해 봅시다. 마치 데이트 하러 나갈 생각에 들뜨고 설렌 선남선녀처럼 일터에 나갈 생각에 행복하고 설렌다면, 일하면서도 너무 재미있고 기쁘고 신이 나고 흥이 난다면.. 좋겠죠?
이런 경험이 있었던 분들, 여러분의 직업이 앞으로도 이런 경험들로 가득할 거라는 기대와 믿음이 있나요? 이런 경험이 없었던 분들, 본인의 직업 활동에서, 직장에서 이런 행복감을 느끼면서 즐겁게, 해피하게 일할 날이 올 거라는 기대감이 있나요? 아마 많지 않을 겁니다. 월요병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니죠. 대부분 노는 것을 좋아하지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생각을 해봅시다. 이대로 괜찮을까요?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 일하는 시간은 계속 행복하지 않은 시간으로 남겨놔도 괜찮을까요?
2014년 기준 한국 근로자의 연평균 근로 시간은 2124시간입니다. 주 5일제로 환산해보면 하루 평균 8시간 10분, 매일 오버타임, 야근을 한다는 뜻입니다. OECD 34개국 중에서 멕시코 다음으로 근로 시간이 높습니다. OECD 2위에요.
저는 모 대기업에서 근무할 때 한 달에 열흘 정도는 밤을 꼴딱 샜습니다. 경영분석팀이라는 부서에서 근무할 때였는데요. 영업사원들이 하루 종일 열심히 일해서 퇴근할 때 즈음 본인들의 실적과 시장 상황, 전략과 계획 등을 정리해서 제출하면 그 자료들을 취합해서 분석하고 리스크와 이슈 사항들을 뽑아내고, 사업부 전체의 수치와 이슈로 정리를 해서 다음 날 아침 9시 회의 때 사용될 회의자료를 만듭니다. 제가 혼자 담당한 사업부의 연 매출이 1조가 넘었어요. 숫자가 0.1이라도 틀리면 맞출 때까지 문제점을 찾아내야 합니다. 보통 회의자료가 완성돼서 임원 사무실과 회의실에 셋팅을 끝내면 시간이 6시에서 7시가 됩니다. 그나마 7시 전에 끝나면 가까운 사우나에 가서 탕에 잠깐이라도 몸을 담그고 눈도 좀 감고 있다가 다시 출근을 할 수 있어요. 가끔 문제가 많고 자료가 복잡하면 7시가 넘어서 준비가 끝납니다. 그러면 회사 지하에 있는 샤워실에서 샤워만 하고 다시 올라오는 거에요. 8시반이 출근 시간이니까요. 이렇게 한 달에 열흘 정도는 밤을 샜고, 한 달에 두세 주는 주말에도 꼬박 출근을 했었습니다. 당시 저의 연간 근로 시간은 어림잡아 4천 시간 가까이 됐었어요. 결국 몸이 망가져서 병원 신세를 졌었죠. 해군 장교 출신으로 체력과 건강에 꽤 자신이 있었는데 2년 만에 건강이 망가져버렸어요.
자, 여러분은 저보다 일을 잘하고, 효율적으로 해서 딱 우리나라 평균만큼만, 하루 8시간 10분씩만 일을 한다고 칩시다. 하루의 1/3이 넘는 시간이에요. 노후 보장이 안되는 세상, 늙고 힘빠지고 약해져도 일을 하지 않으면 먹고 살기 힘든 세상을 살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 이후 인생의 1/3은 일하는데 쓰게 된다고 보면 됩니다. 이렇게 긴 시간, 인생에서 아주 중요하고 큰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바로 우리의 일, 직업이고 직장입니다. 그런데 행복하지 않게 그냥 막 흘려보내도 될까요? 인생의 1/3을 설렘도 기쁨도 감사함도 행복감도 없이, 마치 변기물 빨리 내리듯이 휙 흘려보내야만 한다면 너무 아깝고 아쉽지 않을까요? 이것이 우리가 우리 직업에 대해서 꿈을 꿔야 하는 이유입니다. 꿈 없이, 기대 없이, 고민 없이 대충 흘려보내기에는 우리 인생은 너무 소중해요. 행복하게, 기쁘게, 흥분하면서, 신나게 즐겁게 보낼 수도 있는 우리 인생의 1/3을 왜 무미건조하게, 아무 느낌없는 회색으로 도배해버려야 합니까?
10년 가까이 몇 곳의 직장을 다닐 때에, 비록 그 직장들이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고 다니고 싶어하는 곳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저의 직장 생활은, 저의 마음은 회색빛, 무채색이었습니다. 하지만 회색빛 현실을 무기력하게 받아들이고 어쩔 수 없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달라질 수 있다고, 방법과 길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믿었고 행복한 직장 생활,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직업에 대해 꿈꾸기를 멈추지 않았어요. 길이 보이지 않아도, 그런 행복, 그런 설렘과 기쁨 경험한 적 없어도 꾸준히 찾았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했고, 묻고 읽고 찾기를 멈추지 않았어요. 결국 몇몇 멘토 분들에게서 조금, 몇 권의 책에서 이것 저것 조금씩, 그리고 저 자신의 경험에서 몇 가지의 실마리를 찾았고 그 단서들을 짜맞춰서 하나의 그림을 완성했어요. 저의 경우에는 그게 창업이었고, 특히 현재의 티그라운드와 비슷한 사업, 비슷한 유형의 회사를 만드는 것이었어요. 요즘 저는 월요일을 좋아합니다. 할 일이 쌓여있는데 즐거워요. 하나씩 일을 처리할 때마다 업무를 적어놓은 노트에 줄을 죽~ 긋는데 한 줄 한 줄 그을 때마다 희열을 느껴요. 저는 사무실에 나갈 때 신이 나요. 사무실에 나가면 반갑게 맞아주는 제 동료들이 너무 사랑스러워요.
회사에 돈이 너무 모자라서 곰팡이 피고 모기와 바퀴벌레가 득실대는 지하 창고 같은 곳에서 추위에 덜덜 떨면서 6개월을 보냈던 때의 사진입니다. 저는 조금 아파 보이지만 모두가 행복해 보이지 않나요?
제 동료들은 적극적으로 해야 할 일을 찾아서 주도적으로 일을 처리하고요, 종종 제가 상상도 못한 기발하고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갖고와서 저를 놀래켜요. 저는 제 동료들의 그런 재능과 기발한 머리가 너무 신기하고 놀라워요. 그들이 저와 함께 같은 고민을 하고 머리를 맞대고 토론을 하며 함께 으쌰으쌰 하면서 서로의 기능을 발휘해 프로젝트를 완수해 나가는 것이 너무 신기하고 고맙고 재미있어요. 지금 저의 직장 생활은 무지개빛입니다. 다채롭고 아름답고 즐거워요. 제가 경험하고 있기 때문에 더 자신있게 말할 수 있게 됐어요.
여러분, 여러분의 직업에 대해서 "꿈을 꾸세요". 그것이 무엇인지 잘 보이지 않더라도, 아직 경험해본 적 없는 무엇이라 하더라도, 여러분이 가슴뛰고, 행복해하고, 설레하고, 신나하는 그런 일을 찾게 될 거라고 믿어 보세요.
꿈을 꾸지 않으면 그 꿈을 이루기 위한 여행을 떠나지 않겠죠. 그렇게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 머물러 있으면 결국 꿈은 이루지 못합니다. 여러분 인생의 1/3은, 만약 저처럼 일복이 넘치는 분이라면 어쩌면 남은 인생의 절반 이상을 회색빛으로, 남 탓하면서, 국가와 사회 탓하면서, 아무런 변화 없이 살게 될 수도 있어요. 믿음을 가지세요. 파랑새는 있습니다. 꿈을 꾸세요. 행복하게 일할 수 있다, 나에게 맞는 직업이 있다, 신나게 직장 생활할 수 있다라는 기대감을 가지세요.
이력서를 쓰기 전에 꿈을 찾는 여행을 먼저 출발하시기를 꼭 바라겠습니다.
(다음 칼럼은 두 번째 "나를 알자"로 이어집니다.)
오제욱 멘토 동기부여 특강 (1) 꿈꾸자 보러 가기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