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801)주거급여 개편에 따른 주거복지사업의 전달체계 변화_오재현
오재현(유한회사 인제하우징 대표)
‘15년 7월 1일부.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생계 ․ 의료 ․ 주거 ․ 교육급여별로 지원되는 ‘맞춤형 개별급여’ 방식으로 변경되었다. 이는『국민기초생활보장법』제정이후 15년 만에 개편되는 내용으로 통합급여가 단순히 ‘기초생활수급자’ 라는 획일화된 급여선정 기준으로 모든 급여를 통합하여 지원을 했었다면, 개별급여의 경우 가구소득이 증가하면서 수급자로써의 자격이 초과하더라도 개개인의 상황에 맞추어 필요한 급여들은 항목별로 별도로 정해진 기준을 산정하여 지속적으로 지원을 해주는 방식이다. 주거급여의 경우 소득인정액이 중위소득의 43%이하(4인 가족기준 182만원)이면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충족하는 가구에 한하여 지급대상자를 선정하며, 임차 수급자는 가구원수, 소득인정액, 임차료 부담수준을 감안하여 임차급여를 매월 지급받으며, 자가를 보유한 수급자는 주택의 노후 상태에 따라서 3년(경보수), 5년(중보수), 7년(대보수)마다 주택개량 공사를 지원받게 된다.
개편되는 주거급여의 변화에 발맞춰 보건복지부 산하에서 사업을 수행해 왔던 주거복지 영역의 자활기업 및 자활근로사업단(이하 ‘자활단체’)들은 행정기관의 이관(보건복지부→국토교통부)과 동시에 전반적인 전달체계의 변화와 사업진행의 표준화 작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주거현물급여 집수리사업’은 2000년도 자활후견기관에서 전국 시범사업으로 시작된 5대 표준화사업 중 하나로 명실상부 지역의 자활센터와 자활기업들의 기반사업으로써 많은 자활기업들의 성장기반을 마련하고, 견인하는 역할들을 수행해 왔다. 하지만, 주거복지 자활단체들은 10여년 간의 ‘현물급여 집수리사업’ 수행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수행에 대한 평가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것이 대부분이다. 내부적인 성과를 살펴보면 공공근로 형태의 자활근로사업에서 시작되어 자활기업, 사회적기업으로 성장(법인화 추진 등)하며 지역에서 사회적경제 조직의 일원으로 활동범주를 넓혀가고 있다는 평가와 함께 전국 표준화사업이라는 보호된 시장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보호된 시장에만 의존하게 되면서 여전히도 영세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적인 평가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외부적인 성과로는 표준화 사업으로 시작되어 전국단위 주거복지 네트워크 활성화, 주거복지 지원정책 제언, 실행주체로써 직접지원(집수리)사업의 전국화 ․ 표준화 ․ 규모화 하는데 일조하였으며, 지역의 ‘주거복지 통합지원서비스 체계 구축’을 위하여 중앙부처와 함께 다양하고 적극적인 현장의 경험들을 공유해 왔다고 판단된다. 물론, 지역별 시공에 대한 전문성이나 사업수행도 면에서는 매우 극심한 편차를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며, 이번 사회보장제도의 개편을 통해 성장하지 못한 영세한 자활단체들은 기업의 존폐가 흔들릴 정도로 심각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반기 부처이관 이후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에서는 ‘수선유지급여 개보수공사’로 사업의 명칭을 개정하고, 대 ․ 중 ․ 경보수 공사 중 경보수 범위만을 자활단체에 우선 위탁하여 사업을 진행한다. 예정되어 있는 하반기 사업물량은 7,417세대로 추정사업비는 25,960백만원이 배정되었다. 대부분의 사업내용은 LH본부에서 매뉴얼화 된 내용들을 각 지역 LH지역본부로 하달하고 계획된 일정에 맞추어 시공업체 선정, 착공간담회, 착공보고회 순으로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자활단체의 입장에서 보면 연중 사업의 중단 없이 연속적으로 수행해 오던 사업들이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사업 전반적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변경이 되고, 사업의 연속성까지 보장받지 못하는 현재의 상황 자체만으로도 심각한 위기감이 도래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된다.
필자가 속해있는 도 ․ 농 복합 도시인 경상남도 지역을 예로 들면 18개 시 ․ 군 지역에 23개의 자활단체가 주거복지 사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그중 10개의 자활단체만이 시공업체로 선정이 되었다. 나머지 13개 자활단체의 경우 행정실무자의 부재, 전문성 결여, 자활기업 인정서 미제출 등의 사유로 시공업체 참여를 포기하거나 인근지역의 자활기업으로 고용승계를 조건으로 기업의 통 ․ 폐합을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2년 전부터 전국, 광역단위 주거복지 네트워크를 통해 사업의 변화를 대비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기피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예고이후 아무런 준비 없이 안주해오며 반복되었던 한 해, 한 해가 자활단체들 스스로에게 무기력감을 학습하게 만든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전국 각 지역에서 운영되고 있는 지역자활센터(전국 262개소)에는 주거복지 사업을 수행하는 자활단체가 약 250개소 이상일 것으로 추산된다. 사업의 변화에 발맞춰 빠르게 준비하고 학습해 온 경남지역의 사례를 빗대어 추정해 볼 때, 각 지역별로 50%이상이 향후년도 사업 참여를 기피하거나 사업을 포기 할 수 있는 충분한 여지가 남아 있다.
이러한 주거복지사업의 전달체계 변화는 일선에서 직접적으로 주거복지 사업들을 수행해 온 자활단체에 대한 다양한 변화와 혁신을 요구함과 동시에 주거복지사업 전반적인 혼란을 야기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예를 들면 누수지역에 대한 인근지역 자활단체 간의 마찰과 일반영리 업체들과의 담함, 하도급 금지 항목의 위반, 면허기준(중보수 이상) 충족을 위한 과도한 부채, 특기시방서 상에 촘촘하게 정해져 있는 절차들은 누락되거나 값싼 자재들로 교체되어 영리만을 목적으로 사업이 수행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는 지난 15년 간 각 부처에서 주먹구구식으로 진행해왔던 주거복지사업들을 직 ․ 간접적으로 수행해 오면서 수차례 문제제기를 해왔던 부분이다. 더 이상 주거복지사업은 서비스 대상자 중심이 아닌 전형적인 공급자 중심의 사업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며, 지금까지 각 지역에서 주거복지사업들을 성실하게 수행해오며 사회적 가치와 나눔의 연대를 실천해온 수많은 자활단체들은 사업에 참여할 명분을 점점 잃어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편, 도시지역에 거주하고 있던 기초생활수급자들은 신도시 조성 및 구도심 재개발 등 급속도로 진행되는 도시개발 정책에 내몰리며 농어촌 지역으로 밀려나고 있다. 주로 가족분의 사망으로 노후 된 주택을 제공받게 되거나 도시로 출가한 우인(友人)들의 공가를 무상으로 대여하는 형태로 농어촌 지역으로 유입된다. 한 달, 한 달 수급비를 받아 연명하며 생활고를 호소하는 이들은 주택을 수선할 의지도, 수선비를 부담할 능력도 전혀 없다. 상황이 그렇다보니 농어촌지역에 거주할수록 ‘수선유지급여(경보수) 개보수공사’에 대한 의존도는 점점 더 높아지는 추세이다. 이러한 상황은 농어촌 인구의 고령화와 청년층의 인구감소 등의 문제들로 인하여 불편을 회피할 수 없게 되는 ‘과소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노인들 대부분은 주거복지 정책들을 학습할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할 뿐더러 지역의 대표주민들을 통해 제공 받는 주거복지 지원정책 내용들 또한 대상기준이 명확하게 전달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맞춤형 개별급여’ 방식은 기초생활 수급자가 원하는 지역에서 원하는 형태(전 ․ 월세, 자가 등)의 주택에 자유로이 거주하면서 본인에게 필요한 재원이나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자가 가구에 대한 개량공사를 일반시장으로 개방할 것을 예고하고 있는 부처 관계자들의 입장은 앞으로 본 사업을 통하여 성장하고 성숙해 나아갈 자활단체들이 풀어가야 할 가장 큰 과제이다. 아울러 정책의 변화를 통해 자활단체들은 각 지역의 ‘주거복지 통합지원(노후주택개량, 빈집정비, 에너지효율개선, 편의시설 설치, 주거환경개선 및 주거실태조사) 서비스 체계 구축’을 위한 보다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사업수행이 요구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