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자소서에 담아야 할 것
취업을 하고 나서도 대학 후배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관계를 유지하다 보니 요즘 같은 취업시즌에는 자소서에 대한 상담을 많이 해주게 됩니다. 그리고 요즘엔 브런치를 통해 알게 된 자소서 피드백 서비스인 '코멘토'에서 여러 사람들의 자소서에 피드백을 해주는 활동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여러 곳에서 수많은 학생들의 자소서를 보다 보니 많은 분들이 자소서를 쓰실 때 공통적으로 어려워하시는 부분들이 보이게 되었습니다. 크게는 소재의 선택에서부터 사소하게는 글쓰기 스킬에 대한 부분까지 피드백 과정에서 느낀 점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취업을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소재의 선택 - 사소한 경험에서 자신을 발견하라.자소서를 쓸 때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은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자소서에 어떤 이야기를 쓸지 고민이 되는 것은 자신의 인생에 대해 글로 남기는 경험을 해보지 못했다는 것과 자기 인생의 경험들을 다른 사람에게 들려주거나 제대로 전달한 경험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내 인생은 사소한 것 같은데 과연 심사자가 내 이런 이야기를 좋게 봐줄까?'라는 불안함이 생기게 됩니다. 제대로 전달을 해본 적이 없으니 무언가 피드백을 받아본 적도 없고 그렇기에 확신도 생기지 않습니다.
대단한 경험만이 경험이 아니다자신의 경험 속에서 '대단한 것'을 찾으려는 생각을 배제해보시기 바랍니다. 대단한 경험을 해본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요즘은 인터넷을 보다 보면 정말 대단한 청년들이 많습니다. 무전으로 세계여행을 하기도 하고 아프리카에 가서 집을 짓기도 하고 창업을 해서 돈을 벌어보기도 하는 등 '대단한 경험'들로 무장한 청년들이 많습니다. 그런 청년들의 경험을 보며 '나에게는 왜 저런 경험이 없을까?'라고 고민하는 건 너무나 바보 같은 일입니다. 그런 경험이 없어서 경험을 지어내는 것은 더욱 바보 같은 일입니다.
정말 작은 경험이더라도 그 안에서 본인이 어떤 생각을 했고 어떤 행동을 취했는지가 정말 중요합니다. 회사에는 해외여행을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사람들도 많고 창업의 경험이 없는 사람은 더 많습니다.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통해 지원자가 어떤 관계를 구성해왔고 그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해왔는지를 적는 것이 오히려 더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제가 방금 써 내려간 자소서입니다. 취미로 밴드를 10년이나 해왔다는 건 물론 좋은 경험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저희 밴드를 통해 상을 받은 적도 없고 대규모의 공연을 해본 적도 없습니다. 그저 아는 지인들을 조금씩 보아 꾸준히 공연을 해온 것 정도입니다. 아프리카에서 집을 짓는 경험에 비교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이 자소서를 보면 제가 밴드를 하면서 어떤 생각을 해왔는지 보이지 않으시나요? 그리고 회사에서는 어떻게 생활할지도 느껴지지 않으시나요? 대단한 경험은 아니지만 전 이 자소서를 통해 제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걸 더 가치 있게 두는지는 표현하였습니다. 여러분도 자신의 일상 속에서 가족과의 관계나 친구와의 관계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시고 그 안에서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를 정리해보시길 바랍니다.
소재의 선택 - 자신의 성과를 명확히 표현하라.스펙 경쟁이 심화되면서부터 학생들은 더 많은 스펙을 쌓기 위해 다양한 단체나 동아리 또는 모임에 발을 걸치기 시작했습니다. 공모전 동아리, 창업 동아리나 다양한 모임의 한 회원으로서 활동하고 그 모임의 성과를 자소서에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착각하시는 것이 그 모임의 성과가 본인의 성과가 아니라는 걸 심사자가 모를 거라고 생각하시는 것입니다. 물론 모릅니다. 본인이 말을 하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알려 주셔야 합니다' 우리 단체가 무슨 일을 했다가 아닌 '내가 이 모임의 성과를 내는 데 있어 어떤 역할을 했다'라는 걸 중심으로 자소서를 작성하셔야 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대부분의 심사자는 '이 학생은 스펙을 쌓기 위해 발을 걸쳤구나'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소재의 선택 - 직무에 맞는 성격은 없다.가장 많이 하는 질문 중 하나는 '이런 직무에 어떤 성격이 어울릴까요?'라는 것입니다. 자소서 상담뿐만이 아니라 채용 상담을 하면서도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 중 하나입니다. 여러분은 '영업관리'라고 하는 직무를 생각하면 어떤 성격이 떠오르시나요. 많은 사람들이 친화력이나 커뮤니케이션 능력, 외향성, 활발함과 같은 단어들을 떠올리셨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런 성격이 아닌 사람은 영업관리 업무를 할 수 없는 것일까요? 제가 영업관리 업무를 할 때, 가장 존경하게 된 선배는 무척이나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이셨습니다. 하지만 그분은 항상 최고의 성과를 내시는 분이셨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어울리지 않는 성격으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을까요? 세상엔 다양한 성격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100% 좋은 성격이라는 건 없습니다. 나와 잘 맞는 성격만 있을 뿐입니다. 이 선배는 자기와 비슷한 성격의 거래처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었습니다. 술보다는 커피 한잔을 나누고 좋은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매너 있고 신뢰 있는 모습으로 다가갔습니다. 부담스럽게 영업관리를 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관리만을 받아오다 이렇게 진정으로 다가오는 자신과 비슷한 느낌의 사람에게 큰 호감을 느낀 거래처 사람들은 이 분과 함께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어떤 성격이 어울릴지를 생각하기보다내 성격이 그 직무에 어떤 장점이 있을까를 먼저 생각해보세요.
소재의 선택에 대해 이야기를 드렸지만 단시간에 하기 어려우신 부분도 분명 있으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좀 더 실용적인 팁을 드리려고 합니다. 많은 분들이 이미 좋은 소재를 가지고 계십니다. 자소서를 읽다 보면 정말 좋은 소재를 가지신 분들도 많고 좋은 성격과 훌륭한 능력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됩니다. 하지만 정말 아쉬운 건 그 좋은 이야기를 100%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글을 많이 써보지 않으셨기 때문에 문장 구조나 단어의 선택들에서 많이 아쉬운 부분들이 있습니다. 이런 부분을 단기간에 고칠 수 있는 몇 가지 팁을 드리려고 합니다.
피드백 - 다른 사람의 자소서를 고쳐준다.취업준비 커뮤니티에 가보시면 정말 많은 자소서 피드백 요청들이 있습니다. 이런 요청들을 보시고 하루에 꼭 1~2개씩 피드백을 해보세요. '내가 감히 다른 사람의 글을 고쳐줄 수 있을까?'라는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정규 교육을 받으신 분들이라면 '다른 사람의 잘못'은 다 보실 수 있으실 것입니다. 이상하게 내 글의 잘못은 잘 보이지 않는데 다른 사람이 쓴 글의 잘못된 점들은 정말 잘 보입니다. 그렇게 다른 사람의 글의 잘못들을 보다 보면 내가 쓸 때 그렇게 쓰지 말아야지 하는 공부가 됩니다. 그리고 그런 잘못들을 더 이상하지 않게 됩니다. 자소서는 문학상을 받기 위해 쓰는 것이 아닙니다. 잘 쓰는 것보다 잘 못쓰지 않는 게 더 중요합니다. 우리는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 자신을 설명하는 것뿐이지 작가가 되기 위해 자소서를 쓰는 것이 아닙니다.
녹음 - 말하는 대로 써본다 글을 쓰기 어려운 이유는 글을 써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말로 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친구들과의 대화 속에서 친구에게 '야 나는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안 돼. 너 말할 때 문장 구조가 왜 그래?'라고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그게 아니라면 문장 구조나 말의 논리에 전혀 문제가 없으신 분입니다. 다만 생각하는 것을 바로 글로 쓰려니 해보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것입니다. 자신이 하려는 이야기를 핸드폰 녹음기를 틀고 녹음을 해보세요. 그게 가장 자연스러운 문장 구조입니다. 거기에 여러 가지 수식어를 너무 많이 넣으려고 하지 마세요. 글을 잘 쓰기 위해서 자소서에 많은 수식어를 넣으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예를 들면 "발 빠르게 급변하는"이라는 말이 그렇습니다. '급변'이라는 말속에 "빠르게"라는 뜻이 들어있는데 글을 길게 쓰려다 보니 불필요한 수식어를 붙이게 되고 이는 읽는 사람을 불편하게 만듭니다. 자소서이기 때문에 완전히 대화하는 말투로 글을 쓰시면 안 되지만 발표하는 정도의 어투라면 괜찮습니다. "~을 했습니다"라는 말을 "~~ 실시했습니다"라고 하실 필요는 없다는 뜻입니다. 심사자들은 하루에 말도 안 되는 양의 자소서를 체크해야 합니다. 만약 한 번에 글이 읽히지 않는다면 그 자소서는 다시 읽히지 않습니다. '이해 안 되는 글'로 남아 버리게 됩니다.
물론 저도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아닙니다. 아마 이 글에도 많은 잘못된 맞춤법과 띄어쓰기와 어색한 문장 구조가 있을 것입니다. 글을 잘 쓰시는 분들이 보면 정말 초보자가 다른 사람에게 조언을 해주고 있구나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그저 취업을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다만 조금 먼저 취업을 한 입장에서 도움을 드리기 위해 쓴 글이니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