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간호학과 휴학 중인 22살 학생입니다. 대부분 간호학과 출신이니 간호사로 취업하면 되지 않냐, 취업 걱정은 없겠다고 하는데 전 좀 다른 경우입니다. 임상 간호사가 아닌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게 제 꿈입니다. 해외 봉사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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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방대 출신에 학점도 낮고 딱히 쌓아둔 스펙도 없어 걱정입니다. 지금이라도 멘토님을 만나 다행입니다. 멘토님과의 만남이 제 꿈에 한 발자국 더 다가갈 기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 한종택 멘토의 답변
약점을 ‘나만의 스토리’로 극복하자
답변이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제가 간호학 분야를 잘 몰라서 주변 간호학 전공자 및 현장에서 업무 수행하는 분들을 통해 배경지식을 쌓고 공부를 하다 보니 시간이 지체됐습니다.
우선 멘티님이 왜 국제기구에서 근무하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구체적으로 세계보건기구(WHO)를 지목했지만, 제가 얼핏 느낀 바로는 당장 눈에 띄는 것과 멘티님의 현재 전공을 연결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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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처음 국제기구를 꿈꿨을 때 UNDP(유엔개발계획)를 목표로 했습니다. 국제개발협력이라는 큰 틀에서 ‘개발정책’ 전문가가 되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세부적으로 알아보니 다른 길도 많았고 그 안에서 전문가로 성장하는 게 더 유리할 수도 있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간호학’은 상당히 메리트가 큰 분야입니다.
여기서 두 가지 질문을 던지겠습니다. 멘티님은 현장파인가요 아니면 사무 체질인가요? 또 본인이 약점이라 생각하는 학벌과 성적을 보완하기 위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요?
국제기구뿐만 아니라 어떤 분야든 ‘본인의 성향’부터 파악해야 합니다.
보통 국제기구를 떠올리면 화려한 모습을 상상할 수 있지요. 하지만 현장을 겪어보면 생각했던 것만큼 멋진 모습도 아니고 그런 일만 하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저는 사무직이 제 체질에 잘 맞습니다. 현재 근무 중인 연구기관에서 사무업무와 리서치, 연구 보조 등의 일을 주로 하는데 저는 배우는 점이 많다고 느낍니다. 스스로 발전하기 위해서 공부도 할 수 있고요.
반대로 잘 맞지 않는 사람도 있더군요. 가령 다른 연구기관에서 근무한 제 친구는 본인에게 잘 맞지 않는 기관의 성격과 업무로 인해 많이 힘들어했습니다. 본인이 사무직에 맞는지 현장에 어울리는지 미리 파악해두면 이런 시행착오를 덜 겪게 되겠죠.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냐 물었던 건, 저도 비슷한 경험을 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방 대학교에 입학했었습니다. 학교 다닐 때 본 전공 이상의 새로운 것을 통해서 저의 미래를 만들어보고 싶었죠. 동시에 더 좋은 학교에서 공부해 보고픈 마음이 간절했었습니다. 그래서 군대를 다녀온 후 1년간 준비해 현 모교에 편입 및 졸업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지 못했죠. 평점 3.5를 넘기지 못했습니다. 저도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습니다. 편입 후 진로 고민을 하다 현실을 피하기 위한 요량으로 국가고시를 준비했었죠. 전공도 살리겠단 욕심으로 외무고시와 영사직 시험을 준비했었지만 1년 반 만에 포기하고 고시반을 걸어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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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반 동안 고시 공부만 했으니, 취업을 준비하는 다른 친구들이 이미 갖춘 토익점수, 자격증, 대외활동, 인턴 등은 빈칸이었습니다. 당장 무리를 한다고 해도 나름대로 준비를 해온 친구들을 따라갈 수 없겠다는 판단 하에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어보자고 결심했습니다.
그때가 4학년 1학기였습니다. 정말 막막했죠. 주변에 국제개발 협력에 관해 물어볼 사람조차 없어서 선배님들의 가르침대로 발품을 팔고, 발로 뛰어다니며 공부를 했습니다.
우선 저만의 장점과 특기를 알고 싶어서 NGO에서 자원봉사를 했습니다. 다만 누구나 선택하는 대형 NGO가 아닌 '대학생으로 구성된 스타트업형 NGO'였죠. 그 활동을 통해서 제가 무엇인가를 기획하고 계획하는 일에 흥미를 느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 분야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약 10여 개의 대외활동과 동아리 활동으로 '저의 모습들'을 발견했습니다. 부족한 스펙이었지만 저만의 스토리와 경험으로 만든 ‘비전과 목표’를 바탕으로 인턴 경험도 쌓을 수 있었습니다.
멘토님은 이미 본인의 약점이 무엇인지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약점을 보완할 방법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의료분야 개발 협력, 강인한 정신력 필요하다
다음은 간호사로 근무를 하면서, 의료분야 개발 협력 전문가를 준비하는 지인의 의견을 반영한 답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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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최소 1년~3년 이상의 경력이 필요합니다. 경력 연수는 높을수록 유리합니다. 간호학을 비롯한 의료분야 실무자는 굉장히 환영받는다고 합니다. 병원에서 근무할 경우 누릴 수 있는 처우나 근무환경을 마다하고 현장에 뛰어드는 것이니까요.
가장 중요한 건 실무능력입니다. 지인은 ‘간호학 지식, 대응방법이 부족하다면 그건 있으나 마나 한 것이다’고 강조했어요. 현장은 자신과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대응하는 곳입니다.
신체적인 위협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일반적인 의료 구호단체나 기구가 ‘일반적으로 안전한 장소’로 파견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러므로 본인이 마주하고, 지내야하는 현장에서 버틸 수 있는 강인한 정신력도 뒷받침 되어야 합니다.
2. 검진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현재 검진 센터에서 근무 중인 지인의 조언에 따르면 검진은 개발도상국에서 수요가 많은 분야 중 하나입니다.
과거에는 전쟁, 내전 등의 긴급 구호 비중이 높았지만, 개발도상국의 경제 여건과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질병 예방과 건강검진 수요가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물론 저는 임상과 검진의 차이를 잘 모릅니다. 만약 멘티님이 임상만 목표로 하는 게 아니라면 시야를 더 넓게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3. 이미 알겠지만, 국제기구에서 영어는 필수 사항입니다.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논리적으로 생각을 전달하고 쓸 줄 알아야 합니다.
저는 대학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했습니다. 협상학 수업을 들었을 때 교수님께서 “여러분이 현장에 가게 되었을 때, 그곳이 협상 테이블이든 현장이든 여러분의 말 한마디에 수 천 명이 삶을 이어나갈 수도 있고, 혹은 죽을 수도 있다.”라고 말씀하셨어요.
국제기구나 국제기구와 연관된 기관의 업무는 다양한 사람 틈에서 복잡한 이슈를 다루기에 정확한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자신이 처한 상황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됩니다.
그러므로 영어를 생활 속에서 접하는 환경을 스스로 만들어 어학 능력을 키우세요.
국제 개발 대외활동으로 시야를 넓히자
자신의 인생 계획을 세워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완벽한 계획을 만들어보라는 의미는 아니에요. 왜 내가 국제보건기구에서 일하고 싶을까? 왜 나는 간호학을 활용해서 국제개발 협력이란 현장에 뛰어들고 싶은가? 내가 장기적으로 이루고싶은 비전은 무엇인가? 등을 생각하는 것으로 시작하면 좋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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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현재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에 대한 연구와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구체화하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끊임없이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알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내가 무엇이 되고자 하는 것보다, 무엇을 하고 싶은가를 생각하는 쪽이 훨씬 더 빠른 길이라는 사실을요. ‘무엇을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은 구체적인 행동을 실천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계획을 세울 때도 도움 됩니다.
이전까지 저는 연구원으로 일하는 게 지속가능한 개발'을 구체화하는 방법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무엇을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과 제 관심사를 연결해보니 기업에서 적정 기술 사업을 하거나 빈곤층 시장 컨설팅을 하는 등 다른 길도 많더군요. 그래서 지금 저의 판을 바꾸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 멘티님이 '국제기구'만을 바라보기엔 너무 젊은 나이인 것 같아요. 더 많은 것에 도전하고 경험해보면 더 큰 기회를 얻을 수도 있어요.
추천하고 싶은 대외활동이 하나 있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진행하는 YKSP 라는 프로그램입니다. KDI는 개발도상국에 한국의 경제 발전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KSP(지식공유프로그램)라는 경제협력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YKSP 국내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KSP에 관한 인식을 제고하고 현장 경험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멘티님의 전공인 간호학은 큰 메리트가 될 것입니다. 개발도상국은 우리나라의 보건, 의료시스템 등에 굉장히 관심이 많으니까요.
게다가 간호학을 전공자가 이 활동에 참여한다면, KDI와 KDI의 파트너 국가들에게도 이득 될 뿐만 아니라 멘티님의 시야도 넓힐 수 있을 겁니다.
YKSP는 참가자들이 직접 개발도상국 현지 KSP 실사도 다녀오기에 1년이란 긴 시간 동안 운영이 됩니다. 그러므로 기회가 된다면 이 프로그램에 도전장을 내밀어보세요.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저도 아직 모르는 것이 많아서 자세히 답변하지 못한 것 같네요. 필요하다면 저에게 조언을 주신 간호학 실무자분과 멘티님을 소개해줄 용의도 있습니다.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주저하지 말고 말해주세요. 멘티님이 꿈에 가까워질 수 있다면 물심양면으로 돕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