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님, 안녕하세요. 현재 제약회사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멘티입니다. 저는 지난 2년간 대학원 진학을 목표로 실험실 경험을 했다가, 최근 구직으로 방향을 전환했습니다.
실험실에서 쌓은 HPLC1)경험이 품질 관리 직무에서는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많이 들었지만, 생산직이나 생산 관리 분야에서도 그런 기기 사용 능력이 필요한지 알고 싶습니다. 끝으로 생산관리의 직무에 구체적으로 무엇이 있나요? 말씀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1. HPLC : Hgh-Performance Liquid Chromatography, 고성능 액체 크로마토그래피
안녕하세요, 멘티님. 이렇게 글로 인사드리게 되어 반갑습니다. 우선 직무 관련 정보가 부족하시니 최대한 길게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필요한 부분만 선택해서 참고하시면 될 거 같습니다. 1. 생산 관리 업무 → 2. 필요역량 → 3. 현장의 여성 비율과 채용 현황의 순서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생산 관리 업무란?
생산관리는 경영학, 산업공학 전공자가 하는 생산관리 업무와 이공계열 전공자가 하는 생산 공정관리로 업무가 나뉩니다. 주요 업무는 현장 문제해결과 관련 문서작성이 있습니다. 일간, 주간, 월간 단위의 생산계획을 작성 후 그 일정에 맞추어 작업 인원을 배치하는 일도 합니다.
원재료 보유 여부를 확인하고, 설비 이상 여부를 파악하여 제품 생산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관리하는 일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거 같네요. 업무를 좀 더 크게 확장해보면 제조관리와 공정 개선, 인력관리와 원가절감, 설비관리와 신제품 생산, 그리고 안전 및 환경 관리 등의 종합적인 업무를 하게 됩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밥을 짓는데 쌀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누가 밥을 할 것인지, 언제 할 것인지, 밥솥은 잘 되는지, 밥은 얼마나 할 것인지를 계획하신다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어떻게 보면, 현장에서 생산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관리하는 쉬운 업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실제 현장에서는 매일 다양한 일이 발생하기 때문에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작업장에서 시시각각으로 발생하는 다양한 일들을 날마다 대처하는 일이라 고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몸으로 뛰면서 처리할 수 있는 박진감 넘치고, “하루가 어떻게 지나간 지 모르겠다”는 말이 저절로 입 밖으로 튀어나올 정도로 업무 강도가 높은 일입니다.
현재 제가 하는 업무는 경영학이나 산업공학 졸업생들이 주로 하는 생산관리 업무입니다. 저희 팀 업무 한 줄로 요약하면, 공장에 원재료를 들어와서 제품으로 나가는 것까지 전체 공정을 관리하는 직무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Q, C, D입니다. Quality, Cost, Delivery를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에 따라 공장의 효율성이 향상되게 됩니다.
생산관리 직무는 크게 생산기획, 생산계획, 관리개선으로 세 부분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생산기획 업무는 경영계획 및 기획 관련 업무를 하는 기획 부분과 생산성, 수율, 제조원가 및 기타 분석을 하는 분석 업무로 나뉩니다. 생산계획 업무는 생산 일정을 진도관리하고, 관리개선은 혁신 활동(Six sigma, TRIZ 등) 및 기타 관리 및 개선 업무로 구성됩니다.
생산관리 현업의 일과는 이공계 출신들이 주로 하는 ‘생산공정 관리’ 업무를 기준으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저희는 출근 시간이 오전 8시 30인데, 공정관리 하시는 분들은 보통 오전 7시 30분쯤에 출근을 합니다. 그 후 오늘 할 일에 대해서 정리를 하고 오전 8시 15분부터 체조를 합니다. 공장이다 보니 사고 예방 차원에서 음악에 맞춰서 간단한 운동을 하는 거죠.
그 후 현장 순회를 2시간 정도 합니다. 순회할 때, 공정, 제품, 인력 등의 특이사항을 확인합니다. 별도로 문제가 없으면 문서 업무를 보고 점심을 먹어요. 보통 점심시간은 1시간이며 저희는 12:10~13:10 분이네요. 오후에도 마찬가지. 현장 순회하고 특이사항이 없으면 문서 업무를 합니다. 퇴근은 일찍 할 때는 오후 6시에 하고 특이사항 있으면 좀 더 늦게 할 때도 있습니다.
표준 일과가 단순하게 보이죠? 하지만 매일 현장에서는 특이한 일들이 많이 일어납니다. 예를 들어, 기계가 고장이 나는 경우, 불량품이 많이 나오는 상황, 원재료를 사용할 수 없고, 갑자기 일정을 변경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이 상황을 조사 → 확인 → 협의 → 처리하다 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갑니다.
특히, 문제 상황이 때로는 생산 과정 내부에서 처리되는 경우도 있지만, 품질에 영향을 줘 수량과 일정에 문제가 생기면 외부 부서와 협업을 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생산관리 부서는 자체적으로 꼭 해야 하는 일과 함께 타 부서와 협업도 고려해야 하는 쉽지 않은 일을 많이 하는 곳입니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필수, 품질경영기사 자격증이면 충분
가장 중요한 역량은 대인관계 능력 및 커뮤니케이션 능력입니다. 업무 자체가 현장 직원들을 관리, 영업 쪽과 납기 관련 일정 협의, 품질 부서와 품질 관련 이슈에 대한 논의 하는 등 언제나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부서입니다. 그러다 보니 모든 사람과 두루두루 관계가 좋아야 하며, 이를 위해 효과적인 의사전달 능력이 가장 필요합니다.
자격증이 있으면 취업에 유리합니다. 생산관리 쪽은 ‘품질경영기사’ 자격증 하나면 충분해요. 좀 더 관심 있으시면 정보처리기사나 Six Sigma 관련 자격증이 있으면 더 도움이 됩니다. 이러한 자격증은 생산관리 관련, 본인의 관심도를 보여줄 수 있는 유용한 근거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현장의 여성 비율과 채용 현황
회사마다 다르기는 하겠지만, 생산관리 현장 작업자와 관리자 비율은 여성보다는 남성이 더 높습니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생산 분야는 군대식 문화가 주를 이룹니다. 그러다 보니 다른 부서보다는 더 거친 거 같습니다. 말의 수위도 세고, 행동도 거칠게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오래 일하고 싶어 하는 여성분들이 많지는 않을 거 같습니다.
이와 반대로 품질 관리 쪽은 여성에게 기회가 많이 있습니다. 흔히들 대학생들이 오해하는 부분이 ‘생산관리팀과 품질관리팀은 같은 팀이다’인데 두 팀은 전혀 다릅니다. 생산관리는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을 관리하는 것이고, 품질 관리는 생산된 제품의 품질을 단계라고 보시면 될 거 같습니다. 즉, 품질관리 부서는 시험실 복장을 착용하고 시험하는 부서라는 것이죠.
요즘 제약, 화장품 등의 산업 분야에서 품질의 중요성이 강조되기 때문에 품질관리 분야에 채용 기회가 많습니다. 그만큼 들어가기도 쉽고 다른 곳으로 경력을 쌓고 이직하기도 쉽다는 것이죠. 멘티님처럼 HPLC 기기 사용법이 능숙하면 더 말할 것도 없을 거 같습니다. 다른 지원자에 비해 더 매력적으로 보일 거 같네요.
직무를 명확하게 정한 뒤, 취업을 준비하세요
끝으로 가장 중요하게 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멘티님이 희망하시는 분야를 명확하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생산 현장에서 제품을 생산, 이를 관리 감독하는 ‘생산관리’ 쪽인지, 주로 시험실에서 시험하는 ‘품질관리’ 쪽인지를 정확하게 정해, 하나에 매진하셨으면 합니다.
궁금한 점 있으시면 언제든지 연락해 주세요. 긴 글을 읽어봐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