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멘토님. 졸업 유예 중인 24살 여자 멘티입니다. 저는 산업경영공학을 전공하고 컴퓨터공학을 복수전공 했습니다.
IT 계열이 취업이 잘 될 거라는 막연한 생각에 컴퓨터 공학을 복수전공 했습니다. 처음엔 어떤 기업이든 가서 경험을 쌓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두루뭉술한 진로 선정 탓에 어쩌다 보니 전공과 관계없는 중소기업 영업직군에 합격했습니다. 당시 깊은 고민 끝에 조금 더 준비해보자는 마음으로 입사하지 않고 영어, 자격증 공부를 하며 지내왔습니다.
대학교 4학년부터 직무 수업을 듣다 보니 인사 분야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4학년 막바지부터 인사 분야에 지원했습니다. 하지만 전공과 거리가 멀고 지식, 경험이 부족한 상태다 보니 서류 탈락하기 일쑤였고, 면접에서 역시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전문적인 지식도, 자신감도 없으니 저는 떨어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고 어떤 일이 저에게 잘 맞는지 모르는 상황인데 한가지 직무를 선택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이 너무 힘이 듭니다. 남들은 전공 관련 직무를 준비해서 어디든 가려고 노력하는데 방향성도 못 잡는 제 상황이 답답합니다.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찾는 것보다 차라리 전공 관련 공부를 하면 좀 더 빨리 취업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동시에 공학 계열이지만 마케팅, MD, 구매, 인사 등 너무 많은 직무에 관심이 가고 어떤 것을 해야 할지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일상은 바쁘지만, 저 자신은 정체된 느낌입니다.
제가 잘할 수 있는 분야에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임해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싶습니다. 그런데 무엇을 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습니다. IT분야와 맞지 않는 것 같아 다른 직무로 눈을 돌리려는 것인지, 현재 상황이 막막할 뿐입니다.
멘토님은 제 상황을 어떻게 보시나요? 멘토님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제 고민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MBTI나 직무적성 검사를 통해 나를 객관적으로 알아보자
안녕하세요 멘티님. 글을 접하고 나니 고충이 이해됩니다. 저도 겪었던 문제였기에 조금 더 많이 고민하고 답변을 남기고자 합니다. 글이 길어질 수도 있으니 참고하세요!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하나 말하고 싶은 게 있어요. 절대 멘티님이 혼자 뒤처져 있거나 멈춰있는 것은 아니랍니다. 그동안 취업 스터디를 운영하고 멘토링을 하며 봐온 친구들이 멘티님과 같은 고민을 안고 있었어요. 제 경험에 비춰보면 목표를 미리 정하고 그 길대로 가는 친구들은 소수였답니다. 그러니 스스로 자책하지 않아도 돼요.
현재 멘티님의 직면한 문제 중 가장 큰 부분은 직무와 본인의 적성에 대한 이해 부족인 것 같아요. 멘티님 글에서 발견한 2가지 오해를 토대로 이를 설명할게요.
첫 번째, 인사 직무는 ‘사람과 함께 하는 일, 혹은 사람이 좋아서’ 접근할만한 직무가 아닙니다. 일부 특수직을 제외하면 사실상 거의 모든 직무가 사람과 함께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인사 업무가 사람과 관계된 일은 맞습니다.
다만 조직원의 급여, 평가, 보상, 인사기획, 인사 운영 등의 업무를 주로 다루기 때문에 사람과 함께한다기보다는 ‘부딪혀야’하는 경우가 더 많답니다. 이 때문에 ‘사람’이라는 키워드로 인사 직무에 접근하게 되면 괴리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두 번째, 잘하는 일과 잘할 수 있는 일은 다름을 이해해야 합니다. 내가 어떤 것을 잘하고, 어떤 역량을 장점으로 가졌는지를 아는 것은 잘하는 일을 알아가는 과정이에요. 잘할 수 있는 일은 본인의 장점을 토대로 좋아하는 일을 하거나 혹은 관련된 일을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멘티님은 아직 이 두 부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갖고 있지 않은 것 같아요. 막연히 잘할 수 있는 것을 하겠다고 접근하게 되면 막막해진답니다. 그렇다면 직무와 적성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적성 발견은 내가 현재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을 알아가는 것에서 시작해요. 장단점을 찾아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겠지요. 그렇지만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MBTI나 직무적성 검사를 통해 나를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일입니다.
정형화된 테스트를 통해 내 역량과 장점을 한 번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결과를 토대로 본인의 경험에 비추어 멘티님의 장단점을 쭉 나열해보세요. 참고로 학교 취업센터나 구인·구직 사이트, MBTI 사이트 등에서 무료 및 유료로 할 수 있는 검사가 많이 있습니다.
그다음 단계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고 이것을 역량에 대입해보는 일입니다. 제 경우 잡이룸이라는 사이트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역량 설명뿐만 아니라 그 역량과 관련된 직무를 훑어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이런 정보를 취득할 수 있는 다른 사이트도 있을 테니 이런 곳들을 둘러보면서 역량이란 무엇인지, 내 장점과 연계된 나만의 역량이 무엇인지 찾아보세요. 그리고 내 역량과 관련된 직무는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보세요.
직무부터 공부한 후에 내게 어울리는 직무를 찾자
내가 어떤 역량을 갖췄고 이와 관련된 직무가 무엇인지 알았으니 그다음 순서는 내가 하고 싶은 직무를 찾는 일이겠죠. 사실 취업준비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 이 단계인 것 같아요. 저도 그랬답니다.
저도 멘티님과 똑같은 고민과 문제를 안고 있었어요. 정말 많은 유료 강의를 들어보기도 하고 책도 많이 읽었었죠. 그렇지만 가장 도움이 되었던 건 현직자와의 만남이었습니다.
당시 모든 채용상담회, 설명회를 다녔어요. 아예 가고픈 회사를 방문하거나 학교 선배 등 인맥을 이용해 현직자들을 많이 만났던 것 같아요. 그때 받았던 명함 모음집이 지금의 저의 방향성을 정해줬던 것 같아요. 하지만 제가 걸었던 고생길(?)보다는 조금 더 쉬운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직무를 가장 쉽게 알 수 있는 방법은 기초 서적이나 사이트 등을 통해 직무 이론을 얻는 것입니다. 제 경우 직무 직설이라는 책을 비롯해 각 직무 관련 실무 서적이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또한 대기업 채용 사이트에서 직무설명, 일과를 보는걸 추천합니다. 특히 일과 코너를 통해 특정 직무가 하는 일을 간접 경험할 수 있으니 꼭 챙겨보세요. 이 외에 유튜브 직무설명 영상들도 유용합니다.
인사직무의 경우 ‘인사쟁이’라는 네이버 카페와 인사 실무 책을 활용하는 것을 권합니다. 책의 경우 인사 노무 실무가이드라는 간단한 것에서부터 인사관리, 총무업무, 노무 노동법, 급여 퇴직금 등의 실무 끝판왕까지 있으니 한 번 훑어보며 어떤지 체험해보세요.
현직자의 목소리, 최고의 지침서입니다
이렇게 기초 지식을 쌓았다면 몇 가지 관심 직무를 추려서 잇다 멘토, 학교 선배, 취업센터 등을 통해 해당 직무 현직자들을 만나보세요. 그분들로부터 직무 경험, 일과, 업무 등을 세세히 들어보며 그 일이 맞을지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아주 중요한 단계입니다.
어떤 직무를 해야 할지 가닥이 잡힌다면 그다음 관련 경험을 쌓아야 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인턴을 해보는 것이지만 현직자 멘토링, 프로젝트, 아르바이트 등을 통한 간접경험만으로도 경험치를 쌓을 수 있습니다. 자격증도 한 가지 방안이 될 수 있습니다. 이 단계까지 왔다면 이미 방향성이 정해진 것이니 길이 보일 거예요.
여태까지 한 말을 정리해볼게요. 멘티님의 고민을 풀기 위해 ‘나에 대한 이해’ 즉, 내 적성을 명확히 알고 관련된 직무를 공부하고, 그리고 직무를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제 경험과 아는 것을 토대로 단계별로 설명하려 노력했는데 도움이 됐나 모르겠네요. 최대한 많은 팁을 주고 싶었거든요.
학교 취업센터나 직업상담사, 취업 멘토링 등 직접 상담할 수 있는 창구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글은 일방적인 성격을 띠다 보니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거든요. 혹시라도 부족하거나 또 궁금한 점이 있다면 언제든 글 남겨주세요. 원하는 직무를 찾는 그 날까지 멘티님을 돕겠습니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