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멘토님, 저는 유행을 관찰하는데 흥미를 느끼고 관심이 많아 소비자의 소비를 분석하는 마케팅 연구원을 꿈꾸는 멘티입니다. 인터넷에서 이 직업을 조사했지만, 너무 형식적인 정보들만 올라와 있고,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어렵게 느껴져 제가 너무 막연하게 꿈꾸고 있는 거 같아 멘토님께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멘토님은
왜 마케팅 관련으로 직업을 선택하게 되었나요?
이 직업을 종사하면서 보람찼던 일은 무엇인가요?
또한 그렇다면 어려웠거나 힘들었던 일은 무엇인가요?
어떤 성향을 가진 사람에게 이 직업이 어울리나요?
이 직업을 가질 때 고려해봐야 할 점은 무엇인가요?
마케터가 되기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요?
추천하는 책이 있을까요?
마케팅에 관한 직업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충고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여기까지 제 질문입니다. 혹시 대답하기 곤란하거나 애매한 것들이 있다면 그냥 넘어가셔도 괜찮습니다. 소중한 답변 미리 감사드립니다.
💬 * 멘토의 답변
안녕하세요, 멘티님.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자신의 꿈을 향해 한 발 내딛는 모습이 인상적이고 멋집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인터넷에 있는 자료만으로는 마케팅 연구원이 무엇을 하는 것인지, 현업에서 어떤 모습인지를 상상하는 게 어려울 거예요. 저도 마케팅을 배우는 대학생 때, 그리고 취업을 준비하면서 많은 어려움을 느꼈던 터라 공감이 됩니다.
그럼 멘티님께서 물어봐 주신 것들에 대해서 하나하나 대답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왜 마케팅 관련 직업을 선택하게 되었나요?
초등학교 5학년 때 우연히 직업에 관한 다큐멘터리 한 편을 봤습니다. 2000년이 되기 전이던 그때, 염색한 머리에 댄디한 귀걸이(?)를 한 남성이 회사건물로 들어가는 장면. 그리고 그 남성이 담배를 물고 회의하는 장면 (이 당시에는 TV에서 담배 피우는 모습이 여과 없이 방영되던 때였습니다.) 이 당시 저한테는 큰 충격이었죠. 정말 저렇게 일을 할 수 있는 것인가, 회사원 중에서도 저런 모습을 하는 사람이 있구나 싶었죠.
그 사람은 카피라이터였습니다. 그 이후로 그 사람은 제 꿈이 됩니다. 한 줄의 카피로 사람들과 공감을 끌어내는 사람. 생각하고 글로 써내는 것을 좋아하던 저는, 제가 좋아하는 일로 많은 사람과 공감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고 이것이 원동력이었습니다.
많은 사람은 말하곤 합니다.
"자신은 정말 여러 번 꿈이 바뀌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니 한가지 꿈에 얽매일 필요 없다. 당연하다. "
맞는 말도 틀린 말도 아닙니다. 그렇지만 저랑은 다른 말이었죠. 저는 정말 다행히도 꿈이 한 번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제 꿈은 직업이 아닌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사람과 가장 가까운 직업이 카피라이터였던 것이죠.
이렇게 관심을 갖다 보니 자연스럽게 카피라이터가 되기 위한 준비를 했습니다. 그러면서 더 광고도 많이 보고 어떻게 광고가 만들어지는지 관심을 갖게 되고. 그렇게 공감을 만들어가는 모습들이 절 마케팅 관련한 직업으로 이끌었던 것 같습니다.
이 직업에 종사하면서 보람찼던 일은 무엇인가요?
마케팅에서 보람은 과정보다는 결과에 많이 기인하는 것 같습니다. 사람을 분석하고 예측하여 각종 마케팅 방법들을 도출해내지만, 결국 세상에서 가장 힘든 것이 사람을 예측하는 일입니다. 이 일이 쉬웠다면 마케팅 자체가 필요하지 않았을지 모릅니다.
소비자를 움직인다는 것은 90%의 철저한 분석 위에 10%의 영감을 덧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결국 이 10%의 변수에서 마케팅이 성공하고 실패도 하지요.
마케팅이 성공했을 때, 느끼는 보람이 정말 큽니다. 이렇게 말을 하면 ‘마케팅이 성공하는 기준이 무엇인가’에 관해서 물어볼 수 있는데, 우선 수치적으로는 마케팅한 해당 상품이나 서비스의 매출이 올랐을 때입니다. 그리고 체감하는 기준은 주변에서 누군가 모르는 사람이 내가 마케팅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는 거나 혹은 카피를 말하고 다니는 사람들을 볼 때겠죠.
공감을 만들고 싶어 시작한 일이니, 공감을 얻었다는 생각이 들 때 그 보람은 정말 짜릿하답니다.
어려웠거나 힘들었던 일은 무엇인가요?
현실적인 이야기가 가장 많이 필요한 질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대부분의 마케터는(저도 포함) 가장 힘들 때가 클라이언트 (마케팅 의뢰를 하는 기업 또는 브랜드, 만약 회사 안의 마케팅부서라면 상사가 될 수도 있습니다.) 가 무리한 요구를 한다고 느껴지거나, 지나친 고집을 부린다고 느껴질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일주일의 시작, 월요일. 클라이언트들은 휴식을 끝내고 상쾌한 기분으로 마케팅/광고 시안을 보기 원합니다. 이렇기에 대부분의 광고인은 주말 없이 일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답니다. 평일은 야근이 많아서, 주말은 간헐적 근무로 일하게 될 때, 개인 라이프 스타일을 고수하기는 정말 힘들지요. 기업 안에 마케팅부서는 조금 덜하겠지만 에이전시 (대행사)에 있는 마케터들은 이 점이 가장 힘들 겁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말씀드리면 제품이 나쁠 때입니다. 제품력이 없는데 마케팅을 하게 되면 회의감이 정말 많이 듭니다. 공감을 만들기 위해 마케팅 / 광고업을 하기로 결심한 저한테는 가장 감당하기 힘든 일이었던 것 같아요. 거짓말을 해야 하는 상황은 없지만, 그 부분을 말하지 않는 것에서 오는 갈등도 무시할 수 없거든요.
어떤 성향을 가진 사람에게 이 직업이 어울리나요?
이 질문 정말 어렵네요. 어떤 성향을 가진 사람이 마케팅에 어울릴까.. 마케팅은 숫자에 밝아야 합니다. 행동력도 필요하고요. 톡톡 튀는 아이디어 이전에 분석력과 예측력이 요구되는 직업입니다.
그러나, 저는 감히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마케팅은요.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이 해야 한다고요.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에게 사랑받을 줄 아는 사람들은 공감이란 걸 은연중에 시도합니다. 그리고 그걸 점점 키워가지요. 이런 사람들은 마케팅할 때, 재미를 느낍니다. 왜냐하면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소비자 분석인데 이것에서 대충 넘어가는 법이 없고 재미를 찾게 되기 때문이죠.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이 마케팅 직군에 잘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마케터가 되려 할 때 고려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요?
이건 원론적으로 얘기하면 한도 끝도 없이 얘기가 퍼질 것 같아서, 마케팅 신입사원들이 가장 오해하는 것 하나를 말해주고 싶습니다. 본인이 마케팅이나 광고에 감이 좋은지 고려를 해보십시오. 그리고 그 감이라는 게 어떤 근거에서의 감인지를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정말 많은 신입사원이 이런 생각을 합니다. 정확한 데이터 없이 본인의 감에 의존해서 상대방을 설득하려 들고,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려 듭니다. 이런 감은 누구도 무시하지 않지만, 마케팅은 어떻게 해서든 지출이 생기는 작업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투자 대비 수익률'을 즉 ROI를 따져야 하죠.
그런데, 이 ROI는 감을 통해 산출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 금액을 투자하게끔 상대방을 유도하려면, 효과적인 측면 이전에 위험 요소를 제거해 가는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위에 말한 것처럼 10%는 느낌과 싸움일 수도 있습니다. 사실 이것도 후하게 쳐준 거고 사실 5% 정도를 느낌에 기대게 됩니다. 성공할 가능성을 점치기 전에 실패하지 않을 가능성을 더 보는 게 대부분의 기업이 선호하는 마케팅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데이터를 볼 생각이 없는 사람이라면, 마케팅에 발을 들여놓기 전에 고민을 조금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당장 대학 초년생이 준비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요?
우선 어휘력을 넓히도록 노력하세요. 마케팅에서는 세그멘테이션이라는 작업이 있습니다. 타깃이든 자사 제품이든 어떤 부류인가를 판단하고 유형 짓는 작업입니다. 세그멘테이션을 얼마나 정교하게 하느냐에 따라서 광고/마케팅 효과가 결정되기도 하지요. 그런데 누군가에게 그 유형을 말할 때, 풍부한 어휘력은 그 정교함에 깊이를 더해줍니다. 책을 많이 읽어보세요. 때로는 특별한 묘수보다 우직한 정수 즉 다독이 최고일 수도 있습니다.
외국어 능력을 키우세요. 인터넷에 정보가 정말 많죠. 많이 찾아봤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혹시 외국 사례도 많이 찾아보셨나요? 애플, 구글, 알리바바, 소니, 코카콜라 이런 유수 기업들에 대한 영문자료가 정말 많습니다. 그들이 분석해놓은 마케팅, 트렌드에 대한 정보도 넘쳐나고요.
대학생 이후로는 정보력의 차이가 많은 것들을 가르기 시작합니다. 그 정보 경쟁에 앞서 나갈 수 있도록 하세요. 외국어는 경쟁력이고 또 생존 수단입니다.
마지막으로 단문을 쓰는 연습을 하십시오. 사람들한테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할 때, 짧은 글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전달하느냐는 경쟁력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어떤 사물, 제품, 컨셉 등을 표현할 때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는 능력은 축복입니다. 상대방에게 기억을 시킬 수 있기 때문이죠.
추천하시는 책이 있나요?
전통적인 마케팅 입문서로 잭 트라우트의 '포지셔닝'이라는 책을 추천합니다. 기본 개념을 가장 잘 설명해 둔 책이라고 볼 수 있죠. 실제로 이 책은 제가 대학교 1학년 때 카피라이터 인터뷰를 하러 갔다가 추천받은 책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사실 아직은 이 책이 좀 재미가 없을 수 있어요. 저는 한 번도 재밌게 읽은 적이 없는 책이기도 하고요.
작년 말인가 산 책 중에서 '폭스바겐은 왜 고장이 난 자동차를 광고했을까?’라는 책을 재밌게 봤어요. 자일스 루니라는 브랜딩 전략 컨설턴트가 쓴 책인데요. 이 책 재미있으니 한번 읽어보기를 추천해요.
마케터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언제 어디서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마케팅하게 될지 여러분들은 모릅니다.
저도 역시 앞으로 어떤 것들을 마케팅하게 될지 모르는 일이고요. 그런데 공통적인 건 하나가 있어요. 아이템은 달라도 이들 모두 사람을 대상을 한다는 겁니다. 사람을 골똘히 관찰하는 버릇을 들여보세요.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이, 사람에게 사랑받는 마케팅을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