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부터 문화재와 미술에 관심이 많아 서양화과에 진학해 공부를 하는 학생입니다. 큐레이터가 되기 위한 공부 방법이나 준비 방법에 관한 조언을 구하고 싶습니다.
유학을 가는 것이 좋은지 만약 가야 한다면 지금부터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꼭 알고 싶습니다. 저는 특히 18세기 이후 미술사와 현대미술에 관심이 많고, 가능하다면 해외에서 활동하고 싶습니다. 조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김미영 멘토의 답변
저도 서양화과를 졸업한 뒤 유학 와서 큐레이터로 전공을 바꾸었는데 비슷한 과정을 밟고 계시네요. 아무래도 직접 작품 활동을 했었던 사람이 큐레이터를 하면 작가들이 원하는 바와 고충을 잘 헤아릴 수 있는 장점이 있지요.
큐레이터의 현실부터
미술계의 실정을 어느 정도 아시리라 생각되지만, 노파심에 현실적 여건 먼저 말씀드릴까 합니다. 좋은 대학원을 졸업하고 해외 유학, 취업경력 및 비엔날레 인턴십 참가 경력이 있어도 국내나 해외 갤러리, 박물관 취업은 상당히 어렵습니다.
또 취업한다고 해도 월급도 일반적인 직장인 연봉과 비교해 절반 정도도 안 되고, 실제로 수많은 작가, 큐레이터들이 경제적 여건 때문에 다른 직종의 일을 겸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한국을 포함하여 세계적으로 큐레이터 학과가 너무 많이 신설되어 경쟁률은 예전보다 훨씬 높고, 석사졸업생이 너무 많아 모두 박사과정을 시작하는 추세입니다.
그런데도 이 일이 천직이라 어려움에도 열정을 갖고 전문가의 길을 걷는 이들이 많습니다. 큐레이터는 끊임없이 공부하고 자신의 성장을 스스로 발견할 수 있는 매력적인 직업입니다. 물론 예술을 사랑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평생 직업입니다.
큐레이터는 주로 박물관 또는 갤러리의 학예연구원으로 전시의 주제를 정하고 이에 관련된 리서치를 바탕으로 작가와 작품을 선정하며, 갤러리 공간에서의 작품 디스플레이를 통해 효과적인 주제전달을 고려하는 업무를 수행합니다. 또한 전시기획을 위한 펀드레이징, 홍보, 마케팅 그리고 관람객들의 전시 이해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실행합니다.
큐레이터가 되기 위한 필요 역량은?
큐레이터는 전시 기획에서 조사한 전시 콘셉트와 작품과의 연계성을 위한 총체적인 시각화 작업으로서 주의 깊은 관찰력과 작품 분석력, 논리적 통합능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역사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권의 생활양식, 언어, 예술, 철학 등 사회 전반에 관심이 있는 사람, 꼼꼼하고 계획적인 집행능력이 뛰어난 사람에게 적합합니다.큐레이터가 되기 위해서는 예술적 안목과 창의성 , 시대 흐름을 읽을 줄 아는 통찰력 과 논리적, 분석적 사고력. 명확한 집필 능력과 프레젠테이션 능력 . 그리고 개척정신과 인내력이 요구됩니다.
우선 전문 큐레이터로 활동하시려면 현재 다니시는 대학 졸업 후 큐레이터 과정의 대학원 석사과정을 밟으셔야 합니다. 한국에는 홍익대학교나 한국 종합예술대학에도 큐레이터과가 있는 거로 알고 있습니다.
유학을 원하신다면 미국이나 영국, 또는 영어권이 아니라 언어공부가 어렵지만, 상대적으로 학비가 훨씬 싼 독일, 프랑스도 추천해 드립니다. 미리 유학원을 통해 나라별로 큐레이터과로 어떤 대학원이 좋은지 알아보세요. 또 각 학교 웹페이지에는 Master(석사)과정에 입학하는 데 필요한 조건들을 제시하고 있을 겁니다. 예컨대 대학성적이나 외국어시험 점수 (토플, IELTS)를 명시하고 이 점수를 갖추거나 그와 근접한 점수를 확보한 학생의 입학을 허락합니다.
그리고 객관적, 논리적으로 왜 학교에 지원하는지, 과거, 현재 미래의 장기적 목적이 무엇인지, 나의 경력과 열정 프로페셔널함 등을 보여주는 Personal Statement(자기소개서)를 작성하셔야 합니다. (한국의 자기소개서랑은 매우 다르니 정보를 잘 찾아보세요) 이 과정에 결격 사유가 없어 합격하면 담당 교수와 인터뷰를 본 후 입학이 결정됩니다.
큐레이터는 끊임 없는 배움이 요구됩니다
리서치 베이스의 전시기획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비평력(글쓰기 포함)이니, 현재 현대미술의 가장 활발한 담론이 무엇인지 트렌드를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학교에서도 배우시겠지만 더하여 미술사, 미술비평, 예술철학 관련 공부를 보충하시기를 바랍니다. 현대미술은 표현방식이 예술로 재현되는 것일 뿐 결국 인문학이 가장 근본이 되는 학문입니다. 시사 이슈와 친해지시고, 인문학 서적도 함께 탐독하시길 바랍니다. 예술작품이나 전시를 보신 후 직접 글을 써보시는 것이 가장 큰 도움이 됩니다.
좋은 작품을 볼 줄 아는 안목은 비평력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작품을 많이 보고 감각을 익히시길 바랍니다. 우선 좋은 전시를 기획하는 미술관과 갤러리를 주말에 다니시면서 현장학습 하시면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서울시립미술관, 아르코 미술관, 국립현대 미술관 등을 추천해 드립니다. 보통 Press release 또는 전시 카탈로그 등에 실린 기획자-큐레이터의 글은 전체 전시기획의 주제와 리서치의 결과로 남는 아카이브가 되는 것으로 가장 중요한 자료이니 작품을 감상하고, 나름의 비교나 기획자의 글 분석을 해 보시길 바랍니다.
광주비엔날레가 열린다면 꼭 가셔서 전체적인 주제, 콘셉트, 전시기획 방식, 참여 작가들의 성향 (어떤 작가들이 참여하는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각 작품의 깊이 있는 리서치, 작품 설치방식까지 꼼꼼히 현장학습하고 오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큰 예술행사입니다. 반면, 아트페어는 나름의 장점도 있지만, 기획목적이 상업성인 만큼 좋은 작품을 만날 기회가 비엔날레에 비해 다소 낮습니다.
월간지 중에선 비평력이 좋은 현대미술지로 아트인컬쳐를 추천해 드립니다. 또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운영 중인 웹진아르코도 좋은 기사가 많이 씁니다. 전시소식이나 아카이브 기능으로 김달진 미술연구소의 아트로 라는 웹페이지에도 좋은 기사가 많으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미술관련 모든 자료는 네오룩 아카이브에 있으니 관련 자료를 리서치 하시길 바랍니다.
관심 있는 주제와 관련된 작품을 제작하는 작가분들을 많이 알아야 하니 전시도 많이 보시고, 작가분들도 많이 알아두시면 좋습니다. 또 여럿이 함께하는 일인 만큼 전시오프닝에 많이 참여하셔서 아티스트는 물론 큐레이터, 비평가, 갤러리스트, 예술기관 담당자 등 폭넓은 네트워크를 확보하길 바랍니다.
많은 정보를 드린 것 같은데 도움이 됐을까요? 시간을 두고 천천히 진행하면 되니 너무 부담은 갖지 않길 바랍니다. 일단 현재 학교생활에도 도움이 되는 전시 많이 보시고 미학, 비평 공부 많이 하셔서 작품 보는 안목과 비평력을 키우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유학을 하시려거든 언어 공부에 매진하셔야 할 겁니다. 막연히 하루 몇 시간씩 공부하는 건 그다지 도움이 안 됩니다. 방학 때마다 토플시험 날짜를 잡아서 집중적으로 공부하셔야 점수가 나온다는 점 잊지 말아 주세요. 말씀드린 정보가 시작하는 일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