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멘토님. 저는 대기업 구매 직무에서 일하고 싶은 28살 경영학도 취준생입니다. 내년이면 29살인데, 나이를 너무 빨리 먹는 느낌이네요.
본론부터 말씀드리면, 대기업 구매 직무(혹은 영업 직무)에서 커리어를 쌓고 싶은데 확신이 생기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약 영업 또는 중소기업의 플랜트 소프트웨어 영업에도 지원을 고려 중입니다.
제가 진로 방향을 구매 쪽으로 결정하게 된 계기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대학교 3학년 2학기에 미국 교환학생을 다녀온 후 저는 외국어 능력을 활용해 건설사에 6개월간 파견직으로 일하게 됐습니다. 해외에서 꿈을 펼치고 싶었던 저의 꿈과 건설사의 성장 방향이 일치해 취준 초반에는 건설사 취업을 목표로 준비했습니다.
그러나 외국계 건설 회사 지멘스코리아에서 6개월간 일하면서 제가 지망했던 건설 프로젝트 관리 업무는 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공대생이 아니니까요.
ⒸManop_Phimsit
그래서 인턴으로 일하면서 제가 즐거움을 느꼈던 경험을 생각해보니 워크숍 기념품 구매를 기획하고 주도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자연스럽게 구매 직무에 관심이 생겼고 이쪽으로 방향을 돌렸습니다.
제조, 건설회사 12개에 지원을 했지만 코오롱글로벌 현장관리 직무와 LG화학 전지사업부 구매직무에만 서류합격을 했습니다. 나름 최선을 다했으나 모두 1차 면접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습니다. 면접 과정까지 거치면서 세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면접을 보는 과정에서 지원자 중 제가 두 번째로 나이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제 나이가 취업에 많이 불리한지 궁금합니다.
구매 직무도 결국 공학 전공생이 더 유리한데, 공대생도 아니고 중국어도 못 하는 제가 가진 강점이 있을까요?
어떤 직무를 선택해야 전문가로 주도적인 성장을 할 수 있고, 나이를 먹어서도 치킨을 튀기지 않고 살 수 있을까요?
면접이 끝나고 백수 생활을 하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은 자소서를 쓰거나 영어 공부를 하면서 지내는데요. 불쑥 튀어나오는 제약사나 강소기업들의 채용 소식에 마음이 항상 갈대처럼 흔들립니다. 원래는 상반기 때 한번 시도해보고 안 되면 제약사나 중소기업에 지원하려고 했었습니다.
좋지 않은 학벌을 가지고 있고, 문과생인 제가 대기업에 가서 오래 버틸 수 있을지, 아직 공채를 제대로 준비해본 적도 없는데 너무 흔들리는 것은 아닌지 생각이 많습니다. 지금 준비하는 대기업 취업에 확신이 없기 때문이겠죠. 그래서 멋진 커리어를 쌓으신 멘토님께 현실적인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짧게 쓰려고 했는데 글이 너무 길어졌습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멘토의 답변
ⒸGoran Bogicevic
구매 직무에 확신을 가지고 지원하자
안녕하세요 멘티님! 취업 때문에 고생이 많으십니다. 질문하신 순서대로 답변을 드릴게요.
먼저, 나이 관련해서 말씀드리자면 요즘 지원자들은 워낙 고스펙이면서, 나이도 많은 추세라서 그렇게 큰 결격사유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도 동점일 경우에는 나이 어린 사람이 가산점을 받긴 하죠.
멘티님은 구매 직무에 확신이 없으셔서 고민하고 계시는데, 확신은 본인이 만들어가셔야 합니다. 물론 구매 직무의 커리어패스를 처음부터 설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회사가 채용 공고를 낼 때 구매 직종을 별도로 공지하지는 않으니까요.
저 같은 경우에는 처음에 전략/기획으로 입사했으나 저에게 할당된 자리가 사라져 우연히 구매팀에 배치됐습니다.
멘티님이 10년 이상 구매 직무를 수행하실 확신이 있으시면 구매 부서가 명기된 회사에 바로 지원해보세요. 구매 직무는 외부에서 높은 기대치로 바라보는 부서입니다. 본인 스스로 판단하기에 숫자 계산에 밝고,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신다면 지원해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yanalya
그리고 멘티님은 영업 직무도 생각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영업 직무는 현재 대부분의 회사에서 뽑고 있습니다. 제가 직접 영업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영업 부서와 긴밀히 협업하면서 일해본 결과, 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종입니다.
옛날만큼은 아니지만, 영업 일을 하다 보면 내려놓아야 할 것이 많아요. 하지만 B2B 영업을 하신다면 실적의 압박보다 고객 대응 업무가 많을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가능성을 열어두세요.
문과생의 기술적인 한계는 공부로 극복
적어 주신 질문 글을 봤을 때, 건설사에서는 Document Controller 업무를 하신 것 같습니다. *EPC의 원리를 아시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고, 면접 시 어필도 가능할 것 같지만 구매와 직무 연관성이 아주 크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지멘스에서는 Turbine이나 Compressor, 혹은 Instrument/Electrical 관련 부서의 PM팀에 계셨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기술적인 부분의 경쟁력을 고려하면 문과생보다 공대생이 유리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저 역시도 상경계를 졸업했지만 회사생활을 하면서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노력했고, 매일 1시간씩 몇 년간 공부해서 궤도에 올라설 수 있었습니다.
ⒸBranislav Nenin
노력보다 좋은 스펙은 없다
좋지 않은 학벌의 문과생이라도 열심히 노력하시면 회사에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제 예시를 말씀드릴게요. 좀 극단적이긴 하지만 저는 1년에 363일 일한 적도 있었고, 거의 매일 밤에 퇴근하는 것이 일상다반사였습니다. 제가 열심히 야근과 주말 특근을 했던 것처럼 남들보다 열심히 일하신다면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어요.
본인의 학벌이나 조건 등을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능력을 키우는데 좀 더 주력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노력보다 정직한 것은 없다는 신념으로 열심히 회사 생활을 하신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회사에서 10명 중 5명을 해고하는 위기가 오더라도 항상 열심히 하고 능력 있는 사람은 쉽게 잘리지 않습니다.
Ⓒjannoon028
가능성을 열고 최대한 찔러보기
일단 가능한 많은 곳에 지원해보세요. 저 같은 경우 약 130개 정도의 지원서를 넣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면접은 가능한 모두 참석했어요. 이 모든 경험이 저에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본인이 입사할 회사라고 생각하면, 면접할 때 회사 사무실의 분위기, 면접관과 면접진행 도우미의 언행 등 모든 것을 유심히 살펴보게 됩니다.
마음을 굳게 먹으시고 본인이 모든 것을 만들어나간다는 태도로 열심히 노력하시면 좋은 결과 있으실 거예요. 가능성을 다 열어두시고 본인이 원하는 좋은 회사에 취업하시길 바랍니다.
*EPC: 설계(engineering), 조달(procurement), 시공(construction) 등의 영문 첫 글자를 딴 말이다. 대형 건설 프로젝트나 인프라 사업 계약을 따낸 사업자가 설계와 부품·소재 조달, 공사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형태의 사업을 뜻한다. 일괄수주를 의미하는 턴키(turn-key)와 비슷한 개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