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식품 회사의 직무가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해서 찾아보다가 멘토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질문에 앞서 제가 걸어온 길을 조금 소개해드리자면요. 지역 소재 국립대학교에서 식품공학과를 전공하였고, 3~4학년에 미생물 실험실 학부 연구생으로 있으면서 전통 누룩을 이용해 막걸리를 담그는 실험을 했습니다. 이후에는 취업 준비 대신 대학원에 진학했고요.
그 당시에는 실험하는 것 자체가 재미가 있었고, 성취감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서울 소재 대학 식품생명공학과의 미생물 실험실에 들어왔고, 현재는 미생물 분리 동정을 위한 스크리닝과 메타게놈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Lisa S.
생명공학과 관련된 내용을 배우고 있어서 새로운 지식 습득을 하고 있지만, 식품에 관련된 것을 하지 않고 있어서 한편으로는 취업이 걱정되곤 합니다. 취업 준비의 초읽기에 들어간 지금, 제가 어떤 분야로 나가야 하고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도 갈피를 못 잡고 있어서 답답한 마음에 글을 씁니다.
제가 실험실을 선택하고 대학원에 진학했던 것은 성취감과 호기심이 제일 큰 이유였는데요. 취준생도 포화상태이고, 석사 출신도 많은 상태라 선배들 또한 취업 실패의 고배를 마시고 있습니다.
멘토님께서는 취업 당시 어떤 생각으로 식품 회사와 직무를 선택하셨는지 궁금하고 ,취업 준비는 어떻게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답변 주시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 멘토의 답변
안녕하세요, 멘티님. 질문 잘 보았습니다. 크게 두 가지 질문인 것 같은데요. 이렇게 업무적인 질문보다 개인적인 선택에 관한 질문이 사실 제일 어려운 것 같습니다.
ⒸNew Africa
취업을 생각한다면 바이오업계까지
우선, 제가 지금의 직무와 식품 회사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말씀드릴게요. 제가 실제로 식품 회사를 선택한 이유는 안정적이고, 업무 강도가 낮은 식품 회사의 특성이 제일 컸던 것 같습니다. 또 제가 합격했던 유통, 구매, IT, 금융 등 다른 직군들보다 그나마 제가 가장 오래 공부하고 잘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선택했던 이유도 있고요. 하지만 이런 이유는 아마 멘티님께 도움이 되시진 않을 것 같네요.
고민이 많으시겠지만, 점점 석사 출신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현실과 식품 회사에서 생명공학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식품 회사로의 취업이 쉽지는 않으실 듯합니다.
따라서 연구 쪽으로 길을 잡으신다면, 바이오 업계까지 넓혀서 길을 확대해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아쉽지만 현재 국내의 생명공학 전문 인력에 대한 수요가 많지는 않은 게 현실이네요.
학문적 성취가 있다면 ?
너무 어두운 이야기만 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본인이 하는 공부에서 성취감과 보람을 느끼고 계신다고 하니, 단순히 학위를 위해 온 다른 분들보다 명확한 방향성을 갖고 계시는 것 같아 좋은 결과 있으실 거로 생각합니다.
한편으로는 그런 학문적인 성취감이 있으시니 공부를 더 해보시는 것도 추천을 드립니다. 저도 생명공학부 식품공학과 출신인데요. 제 주변 생명공학 전공자들 중에 석사들은 현재 생명공학 계통에 남아있는 사람들이 거의 없지만, 박사까지 한 친구들은 벌써 교수도 있고 나름 잘 나가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실제 회사에서 연구직으로 있는다고 해도 본인의 의도와 방향성대로 무언가 연구나 개발을 할 수 있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멘티님처럼 학문적인 성취감을 잘 느끼시는 분들은 조금 더 공부해서 깊이 있는 전문가가 되시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VGstockstudio
선택직무 안에서 발전가능부분을 찾아보세요
저의 직무 선택에 관해 말씀드리자면, 처음부터 품질 직무를 가려고 했던 건 아니었습니다. 공대생으로서 전문 지식을 마케팅에 접목시키고 싶었거든요. 품질 쪽으로 온 건 제가 품질/위생 관련해서 자격증을 가지고 있고, 졸업 논문을 썼다는 이유였습니다.
품질 직무에는 제품 품질, 회사 표준 관리 등 다양한 직무가 있는데, 이 중에서 저는 품질 시스템(ISO/HACCP)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이건 제가 지원해서 시작한 업무인데요. 큰 그림을 보고 전체적인 표준 시스템을 잡아서 회사의 품질 프로세스를 유기적으로 재조합하는 데 흥미를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프로세스를 움직이는 인적 자원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고요. 현재는 ISO 국제심사원 자격과 평생교육사, 직업상담사 등 다양한 자격증을 따서 품질 관련된 교육은 제가 전부 담당하고 있습니다.
직무의 시작은 사실 다들 비슷하지만, 그 안의 어떤 부분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찾아내고 그것을 어떻게 내 것으로 발전시켜 나가느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에 따라서 업무의 스케일도 확대될 수 있을 뿐 아니라, 내가 가진 역량도 같이 올라가게 되니까요.
멘티님도 입사를 하신다면 처음 직무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그 안에서 본인의 성취감이 높은 부분과 그를 통해 내가 어떻게 발전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rawpixel
각 인재상에 맞는 경험을 표로 정리해 보세요
두 번째로는 제가 어떻게 취업 준비를 했는지 궁금해하셨네요. 사실 저도 취업 준비할 때는 남들 하는 걸 따라 하며 중구난방이었습니다. 금융, 유통, 외국어 등 다른 사람들이 따는 건 다 따긴 했고요. 6개월이지만 어학연수도 다녀왔죠. 하지만 그 외에 남과 다르다고 할 만한 점은 없었습니다. 대신 한 가지 확실했던 건 자기소개서든 면접이든 내 이야기를 하자는 원칙 하나는 확실하게 끌고 나갔던 것 같아요.
그래서 S 사, H 사, L 사, C 사 등 몇 개 주요 기업의 인재상 10개 정도를 먼저 뽑고, 그 뽑은 인재상에 맞는 제 인생의 경험이나 사건/사고, 삶의 가치관 등을 정리해 봤습니다. 표로 정리하면 좀 편하더라고요. 그리고 자신을 분석한 이 내용을 토대로 직무별로 어떤 인재상이 적합할까 고민해서 정리를 다시 했습니다.
예를 들면 창의, 성실, 글로벌, 문제 해결 등등 인재상이 참 많은데요. 여기서 제가 개발직/마케팅을 쓸 때는 글로벌/창의적 인재 중심으로 뭔가 제 인생에서 남들이 안 해본 일들 위주로 자기소개서와 면접을 준비했습니다.
반면에 품질 직무에 지원할 때는 문제 해결 능력, 열정 등을 중심으로, 작은 것 하나 놓치지 않고 문제를 발견하면 끝까지 놓지 않고 해결한다는 내용으로 사례를 써냈습니다. 이렇게 하면 어떤 직무나 어떤 회사에도 나만의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었어요.
그리고 이런 식으로 준비하다 보니, 제 이야기가 머릿속에 정리가 돼 면접에서 무엇을 물어봐도 저와 쉽게 연결해서 풀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yanalya
나만의 이야기를 정리해 차별점을 만드세요
취업이 복불복이라고는 하지만, 내가 남들과 비슷하다면 이 많은 경쟁자들과 차별화가 될 수 없습니다. 사실 엄청나게 차이가 나는 스펙은 거의 없을 것 같고요. 누가 더 나를 잘 드러내는가, 그 드러낸 모습이 해당 회사/직무에 맞는 사람인가가 가장 크게 작용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는 제 주변에 있는 어떤 후배들에게도 스펙을 더 쌓으라는 이야기는 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다들 저보다 학점도 높고 외국어나 자격증 등 많은 부분에서 저보다 낫더라고요. 하지만 그 친구들에게 부족했던 것은 자기만의 스토리였던 것 같습니다.
왜 이런 스펙을 만들어 왔는지 방향성과 그것들을 자기화해서 표현하지 못했던 부분이 제일 아쉬웠죠. 그래서 멘토링 할 때도 자기소개서 등에 그런 부분을 일치시킬 수 있게 봐줬던 것 같아요.
멘티님 질문을 처음 보고 느꼈던 점은 사실 스펙보다는 본인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다른 외부적인 이유보다는 내적인 동기가 크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다른 사람들도 이런 느낌을 꼭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졸업까지 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에 석사 연구도 마무리하고 논문 쓰시는 것도 중요하지만, 멘티님의 이야기도 같이 정리하고 표현하는 방법을 많이 연습하면서 준비하시길 조언드립니다.
제 글이 도움이 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멘티님은 좋은 분이신 것 같아요. 준비하시면서 또 필요한 부분이 있으시면 다시 연락주세요. 꼭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