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님, 안녕하세요. 한국에서 패션을 전공하고 디자이너와, 패션 MD 등으로 10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다가 2014년 말 유럽으로 왔습니다. 지금은 이곳에서 법인 회사 대표로 있습니다.
요즘 고민은 제가 일로 다니는 곳들이 밀라노, 파리, 런던, 덴마크 임에도 불구하고 4년 동안 트렌드 자료를 수집한 것이 없다는 거예요. 이게 시간이 지나면서 저를 너무 힘들게 합니다.
ⒸGorodenkoff
제가 이곳에 처음 온 건 유럽에서 좀 더 현장의 패션 분위기를 느끼려는 것이 이유였는데요. 아이러니하게도 유럽 4년보다 한국에 있었을 때 자료조사를 더 많이 했고, 정보가 더 많았습니다.
유럽에 살고 있지만 어떻게 현지에서 트렌드를 읽는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감각이 떨어졌다는 두려움도 있고요. 유럽만 가면 트렌드를 바로바로 읽고 접하면서, 한국에 없는 무언가를 발견해 낼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멘토님이 혹시 저처럼 유럽에 살고 계시다면, 어떻게 트렌드를 분석할 것인지, 어떤 방법으로 내 것으로 만들고 자료로 수집해 놓을 것인지 진심으로 궁금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멘토님의 답변 기다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김현우 멘토의 답변
멘티님, 안녕하세요. 10년 차 패션 MD이셨다면, 선배님이시네요. 오히려 제가 조언을 받아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더욱이 저는 식품/전자 분야를 담당하고 있어서 패션을 좋아하긴 해도 원하시는 답변을 드리기는 쉽지 않을 듯하네요.
대신 멘티님께 조언을 드린다기보다, 제가 식품 트렌드 분석했던 내용을 참조하시도록 하는 차원에서 사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사회 현상과 보고서를 분석해 트렌드를 읽었습니다
우선 저는 트렌드란 사상이나 행동 또는 어떤 현상에서 나타나는 일정한 방향을 말한다고 보고 쉽게 ‘신호’라고 생각했습니다.
과거 제 주요 업무는 식품 카테고리에서 포장 식품을 담당하는 것이었는데요. 당시에 제가 주목한 건 1인 가구 증가 폭이 늘어나는 현상이었습니다. 어느덧 1인 가구 수가 500만 명(국민 중 약 10%)에 달했다는 내용을 본 거죠.
가처분소득이 고정된 상태에서 1인 가구가 늘어난다는 것은 소비 형태가 변화한다는 걸 의미했습니다. 과시 욕구가 개인 만족을 위한 소비로 이동할 것이라고 판단했어요. SPA 브랜드나 노브랜드 제품이 인기를 얻는 것이 대표적인 예였죠.
저는 과시적 성향의 소비 규모를 프리미엄 상품에 연결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프리미엄 포장 식품의 디저트류 판매를 기획했고, 허니버터 아몬드나 말차 초코파이를 한 면세점 매장에서만 월평균 3만 불 이상 판매했습니다. 가격이 적정한 프리미엄 디저트 품목을 선물용으로 많이 사가셨던 거죠.
여기서 1인 가구 비율 증가가 바로 제가 잡았던 '신호'에 해당합니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 신호를 잡았는데요. 삼정 KPMG 보고 자료와 FTA 보고서는 제게 트렌드를 포착하는 소스(source)를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이 보고서를 보니, 수출 품목에서 제조업의 비중이 작아지고 소비재만 유일하게 증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곧 이를 바탕으로 소비재의 수요를 밖(해외)에서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면세 유통 MD였던 제 직무와 연결해, 동남아, 일본 고객들을 대상으로 상품을 개발하겠다는 방향성을 잡았습니다. 이때 회사를 설득하기 위한 보고서를 만들면서는 위와 관련된 교역 증강 폭과 구성비를 수치화해 설득력을 높였습니다.
ⒸNishihama
경제 불안한 상황이라면 고가 배제 기획을
패션에 관한 아이디어가 될만한 원천들은 멘티님이 저보다 많이 접하실 테고요. 제가 FTA 보고서를 찾아봤듯이 타 업종이나 소비 형태에 관한 보고서로는 한국유통협회, LG경제연구원, 현대경제연구원에서 발행하는 경제/사회 분야 보고서를 참조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패션 MD로 유럽에 있다는 가정을 해 보면요. 유럽도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고, 집값이 비싸서 좁은 면적에서 산다고 알고 있습니다. 아마 옷장도 작을 것으로 짐작이 되는데요. 그러면 이 상황을 좀 더 읽어낼 수 있도록 현지 은행에서 발행하는 소비 트렌드 보고서를 참조할 것 같습니다.
또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소재나 패턴, 무늬, 색깔 등에 관한 트렌드는 런웨이에서 읽을 수 있을 테고요. 여기에 세계 경기가 좀처럼 풀리지 않는 상황, 브렉시트에 이어 이탈리아도 EU 탈퇴를 고려 중이라는 경제 정치 지형을 본다면 고가를 배제한 타깃 제품으로 상품을 기획할 것 같습니다.
부족한 답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유럽에서 사신다는 점이 참 부럽습니다. 또 인연 지속되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