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멘토님! 현재 외국에서 제조업 일을 하고 있는 직장인 멘티입니다. 현재 외국계 회사의 한국지사 기술영업 직군으로 이직을 준비하고 있어요.
제가 가려는 회사를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중공업 분야의 장비와 소모품을 만드는 곳입니다. 글로벌 매출이 매우 큰 회사인데, 국내 시장의 점유율은 높지 않습니다.
그런데 고민이 있습니다. 한국 지사의 직원 숫자가 5인 미만이라는 겁니다. 너무 규모가 작아 이직에 불리하지는 않을까 걱정입니다. 제가 이 곳에서 일하게 되면 어떤 단점이 있을지, 어떤 식으로 업무를 해야 할지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멘토님께서 현실적인 답변을 해주신다면 이직 판단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답변 기다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멘티님. 외국에서 일하다가 한국 지사로 이직하려는 용기에 일단 응원부터 보내드립니다.
외국계 회사의 지사에서 일하는 것에 대해 단점을 물어보셨는데, 단점을 말하기보다 현실적인 업무 ‘구조’를 말씀드리는 게 더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럼 제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①규모가 작은 지사는 영업력이 약하다
멘티님이 질문에서 언급하신 회사에서 일하게 되면 어떨지 크게 네 가지로 나눠서 설명을 드릴게요.
첫째는 지사 규모가 5명 내외라는 사실은 지사가 생긴 지 얼마 안되었다는 것을 방증합니다. 즉, 영업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는 건데요.
외국계 기업은 보통 지사를 설립하기 전에 국내 기업과 총판1) 거래를 맺고 (간접) 영업으로 한국 시장의 대략적인 분위기를 살핍니다. 이후 매출 증가가 예상되거나, 총판 관리가 안 된다면 직접 지사를 설립하게 되죠.
이렇게 지사를 설립하면 지사장, 영업, 영업지원(TSR), 관리 직무의 구성으로 지사 인원을 두는 데요. 현재 고민하시는 기업도 이 정도 상황인 것으로 파악됩니다.
멘티님이 여기 들어가게 되면, 업무 구조상 기존에 영업 네트워크를 형성해놓은 총판 매장보다 영업력이 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부분을 극복해가는 과정에서 업무 외적인 스트레스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미리 알려드려요.
②역할과 책임 구분을 명확하게 합의해야 한다
둘째는 R&R(Role & Responsibility)에 대한 명확한 합의가 필요합니다. 영업은 통상 한국 소속이고, 엔지니어를 포함한 그 외 직원들은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소속의 구분보다 우선해야 할 것이 바로 같은 지사에서 일하는 직원끼리의 협업입니다. 조직이 작으면 입사 전에 안내받았던 잡디스크립션1)과 실제 업무 사이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는 데요.
쉽게 이야기하면, 지사장 성향이나 업무에 따라서 엄격한 역할 구분 없이 일하게 될 수도 있다는 거죠. 회사의 전체적인 분위기나 한국의 영업 분위기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따라서 지원할 때, 입사 후 R&R에 대해 명확하게 확인하고 가셔야 합니다.
③한국 고객과 외국 회사의 문화 차이를 감당해야 합니다
셋째는 문화 차이 때문에 TSR 업무상 힘든 점이 많을 수 있습니다. 국내 고객들은 대부분 On-site(상주 혹은 방문) 영업 지원을 요구하는 반면 외국계 회사의 방침은 그렇지 않아서 생기는 차이인데요.
지사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일반적으로 직접 지원보다는, 후선 지원의 역할을 회사에서 부여받습니다. 간혹 직접 나가게 되더라도 Field Service의 명목으로 고객에게 비용을 요구해야 하는 게 본사 방침인 경우가 많아요.
이게 바로 한국 영업과 외국의 문화적인 차이입니다. 고객은 방문 지원을 요구하는데 영업 사원인데도 이를 거절하거나, 추가 비용을 요구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겁니다.
만약 국내 파트너사가 고객사를 지원하게 되면 그들보다 기술력에서 앞서나가기는 쉽지 않습니다. 아무리 이론 교육을 많이 받아도, 실전 경험이 없으면 기술 향상이 어려우니까요.
이런 이유로 외국계 지사의 TSR로 일하게 되면 중간에 껴서 고통받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④회사 규모와 무관하게 자기 경쟁력에 따라 커리어가 결정됩니다
마지막으로는 이직 가능성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해당 회사에 다닌다고 해서 이직에 도움이 된다, 아니다로 명확하게 조언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규모가 작은 지사에 다녔다고 해서 이직에 불리하다는 말은 사실과 다릅니다. 요즘은 회사보다 개인의 능력이 중요한 시대입니다. 회사 규모와 별개로 그 안에서 본인이 얼마나 경쟁력을 갖추는지에 따라 커리어가 결정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주어진 일만 묵묵히 하는 게 답이 아닐 수 있어요. 시키지 않아도 일을 찾아서 해야 역량을 개발할 수 있으니까요.
보통 외국계 회사 안에서 TSR은 이후 SE(Pre-Sales) - Sales - Sales Manager와 같은 커리어를 밟게 되는데요. 이것도 하나의 예시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TSR 업무뿐만 아니라 거시적인 관점에서 근무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렇게 네 가지 꼭지로 나눠서 멘티님 질문에 답변을 드렸습니다. 여러 이유로 고민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제가 멘티님의 성향이나 가치관을 알지 못하니 그 회사를 추천하거나, 비추천하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판단은 멘티님의 몫이니까요.
제 답변이 부디 도움되기를 바랍니다. 혹시 더 궁금한 것이 있다면 다시 질문 남겨주세요. 감사합니다!
1) 총판 : 특정 지역에서 해당 기업의 상품을 단독으로 취급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판매처. 본사-총판-대리점-소비자의 순서로 상품이 판매된다.
2) 잡 디스크립션 : 직무분석의 결과를 인사관리의 특정한 목적에 맞도록 세분화시켜서 구체적으로 기술한 문서. 주로 모집과 선발에 사용되며 여기에는 직무의 명칭,소속 및 직종, 교육수준, 기능 · 기술 수준,지식, 정신적 특성(창의력 · 판단력 등), 육체적 능력, 작업경험, 책임 정도 등에 관한 사항이 포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