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님, 안녕하세요! 은행 취업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는 20대 후반 멘티입니다.
최근 자소서를 쓰려고 노트북을 켜놓고도 전혀 빈칸을 채우지 못하고 있어요. 연이어 최종면접, 인적성, 서류 등에서 탈락하면서 자신감을 잃었거든요. 혼자 하려고 하니 막막하기만 합니다. 그래서 자소서 작성에 조언을 구하려고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일단 궁금한 점을 요약해서 말씀드릴게요.
1. 자소서를 작성하기 전에 제 경험을 정리하려고 하는데, 방법을 모르겠습니다. 경험을 어떻게 일목요연하게 정리할지, 경험의 취사선택은 어떤 기준으로 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2. 읽는 사람이 나를 궁금해하는 자소서를 쓰라고 주변에서 조언을 들었습니다. 어떻게 궁금증을 유발하는 글을 쓸 수 있을까요?
3. 지원동기와 입사 후 포부를 쓰려면 지원회사와 저의 연결성을 찾아야 한다고 알고 있는데요. 제가 요즘 쓰고 있는 I 은행의 경우 특별한 인연이 없습니다. 이런 경우 어떻게 연결해야 할까요? 예를 들어 제가 금융 공기업에서 인턴으로 일하며 소상공인을 많이 만났는데, 이걸 지원동기와 연결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두서없는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답변 기다릴게요!
안녕하세요 멘티님. 바쁘신 와중에 제게 소중한 질문을 주셔서 감사해요. 저도 부족하지만, 경험을 살려서 도움 되는 답변을 하겠습니다.
일단 멘티님께 응원의 박수를 드리고 싶습니다. 좌절에 그치지 않고, 왜 떨어졌는지 계속 실패를 분석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럼 분명 어제와 다른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자신감을 잃지 마세요.
’경험 정리’는 취업 준비의 첫걸음
질문에 답변을 드리기 전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제가 면접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보통 3단계 방법을 말하는데요. 바로 경험 정리, 기업 분석, 쓰기ㆍ말하기 능력 향상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첫 번째 경험 정리 부분을 간과하고 넘어가요. 멘티님은 경험 정리를 스스로 하겠다고 깨우쳤으니 매우 현명하고 올바르게 취업을 준비하고 계신 겁니다. 일단 이 부분 칭찬 드릴게요.
제한 없이 경험을 떠올리고, 카테고리로 분류하기
그럼 본격적인 답변을 시작하겠습니다. 멘티님께서는 첫 번째 질문으로 ‘경험 정리’하는 방법에 대해 물어보셨는데요. 저는 질문을 ‘효율적인 경험 정리법’과 ‘좋은 경험을 판단하는 기준’, 이렇게 두 가지 핵심으로 나누어 답변하겠습니다.
먼저 경험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것을 알려드릴게요. 일단 생각에 제한을 두지 마세요. 취업을 떠나 나를 소개할 수 있는 모든 소재를 적는 겁니다. 표현 방식과 방향만 바꾸면 엉망으로 보이는 경험도 좋은 소재가 될 수 있거든요. 미리 생각해두면 면접에서도 언젠가 써먹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나’에 대해 잘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취업이 아니라면 생각할 필요를 잘 못 느끼죠. 하지만 취준은 나를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들어 파는 과정이기 때문에 철저히 나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입니다. 따라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본인을 탐구하세요. 짧지만 소중한 시간이 될 거예요.
이렇게 제한 없이 생각하다 보면 새로운 소재가 떠오르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때 경험을 분류하는 카테고리가 필요합니다. 본인 편의대로 만들면 되지만, 간단하게 예시를 들어볼게요.
- 유년 시절 : 특이한 가정사
- 대학교 : 동아리, 학과, 교내활동, 어학연수, 공모전
- 학교 외 활동 : 아르바이트, 봉사활동, 친목 모임
- 군대 : 정말 독특하지 않으면 안 쓰는 것이 좋습니다.
- 장점과 단점
- 성공과 실패 경험
- 남들이 겪어보지 못한 특이한 경험
이렇게 다양한 카테고리를 만들어서 오랜 시간을 들여 생각해보세요. 분명 놓쳤던 경험이 되살아 날거에요.
같은 경험에서 여러 의미를 끌어내 보세요
이제 ‘경험 정리’하는 방법의 마지막, ‘한 문장으로 표현하기’에 대해 이야기해볼게요. 소재(경험)의 핵심을 한 단어, 혹은 한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게 정리하는 건데요. 단도직입적으로 설명하자면 “내 경험은 XX다”라는 식으로 말하는 겁니다. “나는 열정적인 인재”, “나는 따뜻한 인성을 가진 사람” 같은 방식으로 어필하는 거죠.
이렇게 주제 정리가 돼 있어야 자소서를 넘어, 면접에서도 빠르게 자신의 스토리를 효율적으로 쓸 수 있습니다. 자소서는 시간이 많지만, 면접은 시간이 별로 없잖아요. 미리 생각해두면 두고두고 도움이 될 거예요.
한 가지 팁을 더 드리자면, 하나의 경험에서 꼭 한 가지 주제만 뽑을 필요는 없습니다. 다양한 주제를 뽑아내면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앞뒤 문장만 바꿔 다양한 내용으로 표현할 수 있거든요. 예를 들어 멘티님이 소상공인을 많이 상대해보셨다면 이렇게 여러 주제와 관련지을 수 있습니다.
1. 인턴 경험 → 따뜻한 인성을 가진 인재 → 동반자 금융의 리더가 되겠다
2. 인턴 경험 → 금융취약자 상대 → 민원 예방 능력
3. 인턴 경험 → 소매상 대상의 금융컨설팅 필요성을 느꼈다 → I 은행에서 소상공인 성장과 함께 은행 성장도 같이 도모하겠다
이렇게 똑같은 경험을 가지고도 정말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겠죠? 경험을 많이 생각하고, 다채로운 의미를 끌어내면 자소서 작성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좋은 경험의 판단 기준? 회사와 직무 분석이 핵심
이제 어떤 경험이 어필하기에 좋은 경험일지, 판단 기준에 대해 이야기해볼까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선 본인이 어떤 회사에, 어떤 직무에 지원하고 있는지를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회사와 직무에 따라 회사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생각하고, 사용 소재를 판단해야 하거든요.
따라서 지원회사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세요. 단순한 수치보다는, 현재 산업의 흐름과 문제점, 회사의 수익구조, CEO의 방향 등 크고 핵심적인 지점을 잡으면서 조사하시기를 바랍니다.
이를 위해 단순히 리포트만 사서 보지 마시고, 현직자와 만날 기회를 최대한 많이 잡아 조언을 듣고, DART나 CEO 신년사, 경영계획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은행 대부분은 비슷한 사업 구조와 전략을 취하고 있으니 시중 은행만 분석해보시면 금방 수월해질 거예요.
다만 본인의 판단력만 믿지는 마시고, 현직자나 주변 지인들에게 퇴고를 받아 가면서 지속적인 검토작업을 거치는 게 좋습니다.
독특한 경험을 지원회사와 연결하기
인사 담당자가 매력을 느낄만한 자소서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본인의 매력을 어필하려고 많은 취준생은 숫자로 보이는 스펙에 집착합니다. 하지만 생각해보세요. 외형적인 스펙만 평가할 거면 회사는 이력서만으로도 충분히 지원자를 가를 수 있습니다.
회사는 큰 비용을 지불하고 자소서 평가, 논술, 합숙ㆍ임원 면접을 실시하죠. 바로 스펙 사이에 숨겨진 진짜 모습을 판단해 실무 역량을 갖춘 인재를 발굴하기 위한 겁니다. 따라서 스펙으로 보여줄 수 있는 건 이력서에 담고, 스펙으로 담을 수 없는 이야기를 자소서에 담는 게 맞습니다.
그런데 많은 지원자가 이걸 생각하지 못하고, 짧은 자소서 문항에 불필요한 이야기를 자꾸 합니다. 예를 들어 지원회사에 대해 무조건적인 찬양을 한다거나, 본인 스펙을 화려하게만 치장하는 거죠.
하지만 이런 식으로는 매력적이고 궁금증을 유발하는 자소서를 작성하기 힘들어요. 조금이라도 타인과 구별될 수 있는 강점, 변별력을 보이기 위해선 독특하면서도 나를 궁금하게 만드는 소재를 찾는 게 필요합니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지만, 한 번쯤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해요. 선택받으려면 다른 사람과 다르고, 뛰어난 점을 어필해야 하니까요.
예를 들어 목표로 하시는 I 은행은 ‘동반자 금융’이라는 브랜드를 런칭한 뒤 활발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어요. 이를 멘티님의 경험과 연결해보는 건 어떨까요? 예를 들어 인턴 경험을 통해 소상공인의 고충을 깨달았는데, 소매상 업종 발전을 꾀하며 수익창출을 끌어냄으로써 은행에서 뛰어난 인재가 되고 싶다고 지원동기를 써보는 겁니다. 인사 담당자는 분명 기특하다는 생각과 함께 면접에서 한 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거에요.
이게 바로 ‘궁금증’을 유발하는 자소서를 작성하는 방법입니다. 제 예시도 한 번 들어보자면, 저는 예전에 장학재단 콜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는데요. 남자가 콜센터 아르바이트를 해본 게 독특하기에 눈에 띄고, 어려운 학생들을 도운 경험을 직무와도 연결할 수 있는 거죠. 어떻게 쓰면 좋을지 감이 잡히시나요?
회사와의 연결 고리는 만들기 나름
마지막으로 지원회사와 특별한 연결성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계신 것 같은데요. 사실 이 부분은 만들기 나름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인턴 경험을 살려 I 은행과 연결 지을 수도 있는 거고, 얼마든지 산업과 연결해 조직의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 수 있는 겁니다. 생각을 창의적으로 해보세요.
답변을 적다 보니 제 취준생 시절이 많이 떠올랐습니다.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한다면 나중에 후회가 없는 것 같아요. 저 역시도 부족한 스펙,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정말 최선을 다했거든요. 오히려 현직으로 일하는 지금, 취준생 시절만큼 치열하게 노력하지 않는 것 같아 멘토로 지원해서 멘티님들을 돕고 있네요.
지금 힘들다는 생각으로 본인을 망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건방져도 좋으니 자신감을 가져보세요. 의지와 자신감을 잃지 않는다면 매일 용기가 생길 겁니다.
요즘 많이 덥죠? 더위를 피한다는 생각으로 카페나 독서실에서 자소서에 매진하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취업에 꼭 성공하셔서 본인의 노하우를 많은 후배에게 나누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항상 응원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