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학교를 졸업하고 약학 대학원 진학을 꿈꾸는 멘티입니다. 나이가 좀 있는 편이에요. 하던 일을 관두고 PEET1) 시험에 응시했는데 올해 입학하지 못하면 재취업한 뒤 회사와 공부를 병행하며 시험에 한 번 더 응시해야 하나 고민 중입니다.
여성으로서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고 싶은 마음과 전문직에 대한 욕심이 맞물리면서 나이가 많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도전했는데, 물리와 유기화학 과목 점수가 조금 부족해서 이번에 충분한 점수획득을 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제가 너무 막연하게 도전하는 것일까요? 약사인 멘토님이 생각하시는 약사라는 직업에 대한 장점과 단점을 솔직하게 듣고 싶습니다. 멘토님의 답변이 제 결정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1) PEET : Pharmacy Education Eligibility Test의 약자로 약학대학입문자격시험을 의미
약사에도 ‘연령 제한’이 있다?
안녕하세요 멘티님. 현실적인 고민이 묻어나는 글이라 신중하게 답변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제 설명이 멘티님의 결정에 모쪼록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우선 약사라고 모두 같은 약사가 아닙니다. 약사를 크게 나누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공직에 몸담은 공직 약사 (국과수, 식약처, 보건소 등에서 근무)
제약회사에 몸담은 제약 약사 (제약사 생산파트에서 학술, 영업까지 담당)
병원 원내의 약제과에서 근무하는 병원 약사
원외 약국에서 근무하는 약국 약사
우선 공직, 제약 약사에게는 연령 제한이라는 벽이 존재합니다. 요즘은 조금 나아졌다고들 하는데, 이미 졸업하고 사회 경험까지 한 경우라면 이래저래 제약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멘티님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병원 약사나 약국 약사 정도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병원 약사와 약국 약사의 가장 큰 차이는 환자를 직접 대면하느냐 아니냐에 있습니다. 사람 대하는 걸 즐긴다면 약국 약사가, 반대로 사람 대하는 게 어렵다면 병원 약사가 좀 더 적성에 맞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란 말을 가장 많이 듣는 직업 중 하나
다음으로 병원 약사의 장단점을 간단히 정리해볼게요. 우선 장점으로 환자를 대면함으로써 얻게 되는 스트레스가 거의 없다는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병원약사회의 방침상 지속적으로 공부할 수 있다는 것도 병원 약사의 장점이죠. 공부 시간을 공식적으로 보장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부 인력이 부족한 병원을 제외하면 근무시간도 짧은 편이고 병원이 망하는 일이 거의 없으니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습니다.
물론 장점이 단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예컨대, 환자를 직접 대하지 않으니 일로 인한 보람을 느끼기 쉽지 않습니다. 공부하지 않으면 뒤처지는 구조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고요. 또한 직장 내 편 가르기, 줄서기, 승진문제 등 직장 내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감내해야 합니다. 아울러 약국 약사보다 경제적 보상이 적은 편이고, 나이가 많이 들어서도 승진하지 못하면 결국 그만두고 나와야 하는 등의 현실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이제는 약국 약사의 장단점을 설명하겠습니다. 우선 약국 약사는 ‘감사합니다’란 말을 가장 많이 듣는 직업 중 하나입니다. 환자를 직접 대하며 일에 대한 직접적인 보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 현장에서 직접 써먹을 무기가 늘어나니 공부한 것을 활용할 기회가 많습니다. 경제적 보상이 크다는 것도 메리트죠. 약국을 개국한 경우 나이 걱정 없이 계속 일할 수 있다는 것도 좋은 점입니다.
병원 약사와 마찬가지로 약국 약사의 장점도 다른 시각으로 보면 단점이 될 수 있습니다. ‘약국은 진상손님의 참새방앗간’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돌 정도로 환자와 직접 만나면서 다양한 돌발 상황을 겪어야 합니다. 또 일이 많아 일터에서 공부하기 쉬운 환경이 아니죠. 육체적으로 힘든 편이고요. 현실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요즘 개국이 점점 어려워지는 추세며, 개국한 상태에서도 병의원의 이전 등 외부상황에 의해 폐업할 상황이 언제든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약사는 평생 공부를 해야 하는 직종입니다. 업무량도 적지 않습니다. 경제적 보상은 좋은 편이지만 그에 비례해서 할 일도 많은 직업이죠. 대부분의 여성 약사분들은 압박 스타킹을 신어가며 일한답니다. 안정성은 나쁘지는 않으나, 그렇다고 옛날처럼 영구불변의 안정성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제 답변이 도움이 됐나요? 멘티님이 중대한 결정을 앞두신 것 같아 최대한 현실적으로 작성했습니다. 추가로 궁금한 게 생긴다면 언제든 문의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