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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20대 초반, 제 조언은 이렇습니다.
SM C&C · 홍보팀
약 5년 전
💬 멘티의 질문

뭔가 하고 싶은 건 많은데 돈이 없어서 그걸 핑계로 자꾸 회피 도망치는 게 한심합니다.


©️Dawid Zawiła


목표도 못 세우겠고 남한테 자꾸 의존하려고 하고 뭔가 생각만 많고, 집중도 안 되고...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여서 헤어나올 수가 없을 만큼 자꾸 방황하는 하루하루입니다.   


어떤 식으로 고쳐 나가야 할지, 남의 눈치를 안 보고 싶은데 방법이 없을까요? 나에게 발전이 될만한 걸 할 수 없는 나 자신이 뭔가 답답해서 주저리주저리 늘어놨습니다. 멘토님 도와주세요. 


💬 정애지 멘토의 답변


안녕하세요, 멘티님. 글을 읽어보니, 인생의 방향이 정해지지 못해 굉장히 혼란스러워하고 계신 것 같아요. 약간 생각만큼 인생이 잘 풀리지 않는 것에 대한 강박도 있으신 것 같고요. 저도 멘티님의 나이에는 그랬던 것 같아요. 형편이 좋지 않은 집에서 자랐기 때문에 내가 무언가 해야 한다는 강박, 그 강박감이 실수하면 안 된다는 또 다른 강박을 만들고 결국엔 일 중독자에 완벽주의자적인 성격이 생겼지요.


©️james sutton


하지만, 결국엔 자기 자신을 믿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일들에 강박을 갖게 됩니다. '내가 뭘 해도 분명히 실수할 거야', '나는 계획을 세워도 제대로 못 해낼 거야' 등등. 대체로 일 중독자, 완벽주의자적인 사람들을 보면 굉장히 자신에게 충실하게 사는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세상에서 자기 자신을 제일 믿지 못하는 사람들이에요. 저 역시 일 중독 시절에는 그랬어요. 사실 지금도 완벽하게 그 성향을 버린 것은 아닙니다만..... 


저의 경우에는 난 좋은 학교를 못 나왔으니 취업 못 할 거야, 나는 잘난 게 없어 등 자신을 가혹하게 바라보고 채찍질했지요. 철저한 자기반성과 검열은 분명히 나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만, 그게 과하면 나 자신을 자신의 한계에 가두게 돼요. 


아까 말씀드렸듯이, 그리고 멘티님이 스스로 말씀하셨듯이  '안될 거야. 나는 무너질 거야'하고 생각하는 거죠. 하지만 그렇다고 제가 '멘티님, 스스로 자신을 믿어보세요' 하면, 멘티님은 이 말이 굉장히 모호하게 받아들여지실 거예요. 


나 자신을 믿는 방법 자체를 몰라서 저에게 고민 상담을 요청하신 걸 테니까요.


©pixabay


그래서 저는 차라리 이렇게 권해드리고 싶어요. 일단은 이 상황을 좀 즐기셨으면 좋겠어요. 아직 20대 초반이잖아요. 충동이 많고, 무너지고, 성취감이 없는 건 당연해요. 더군다나 우리 사회 자체가 약간 그런 사람을 양산하는 구조의 사회로 되어있어요. 


무언가 시도해보려는 사람을 독려하기보다는 내 밥그릇 뺏기지 않으려고 밟으려는 사회죠. 그래서 힘들 수밖에 없고, 무기력할 수밖에 없어요. 아무리 잘 되고 싶어도, 당장 가진 게 맨주먹밖에 없는 사람이라면 안될 것이 뻔히 보이니까요.

 

이런 말을 들으니 더더욱 힘이 안 나죠? 하지만 실패가 아름다운 이유는 이렇게 성찰을 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내가 왜 실패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면, 물론 나 자신이 끈기 없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사회가 그런 사람을 만들고 있다는 점도 무시해서는 안 돼요.  


멘티님은 지금 무기력하고 이뤄놓은 것이 없다는 걸 스스로 탓하고 자괴하지만, 멘티님이 그런 고민을 하게 된 것은 사실 사회의 잘못도 상당히 커요.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지 않으니까요. 그렇다고 '이 망할 사회야!! 거지 같은 국가야!!'라는 마음을 가지라는 건 아니고요.  


©️mel poole


그냥 사회의 잘못도 있으니 너무 자신을 책망하지만 말고, '아, 난 실패할 수 있어. 나는 오늘 또 바보 같은 짓을 했지만 괜찮아! 내일부터 잘하면 되니까! 하하하!!'하면서 호탕하게 웃을 수 있도록 마음에 여유를 좀 만들어 두셨으면 좋겠어요.


장황하게 말씀드렸지만,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결론적으로 이런 거예요.


자책하지 말자

지금 우리가 사는 사회는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지 않아요. 그러면서 '왜 너는 이것도 못 해'라면서 타박만 하죠. 사회적인 문제를 청년들 개개인의 문제로 미뤄버리는 거예요. 그런 사회에 지지 마세요. 내가 지금 끈기가 없고, 회피하고 도망치게 되는 건 내 탓도 있겠지만, 사회의 탓이 분명히 존재해요.


조급해하지 말자

사람들은 나이에 따라 선을 긋고 비교하고 평가하길 좋아해요. 20대면 대학 어디 갔냐, 30대면 결혼 안 하냐, 결혼하면 애 왜 안 낳냐, 애는 어느 대학 갔냐.  


대부분 그런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삶도 제대로 못 살고 있을 가능성이 커요. 그렇게 나보다 못한 사람을 비교하면서 자기가 우월한 기분을 느끼고 싶은 거죠. 거기에 휘말리지 마세요. 저 사람의 인생은 저 사람의 인생이고, 내 인생은 내 인생이에요. 자기가 뭔데 내 인생에 참견하죠? 세상에는 몇십억의 사람들이 살고 있어요. 이 사람들의 성격이 다 다르고, 자라온 환경이 다 다르죠. 그런데, 이 사람들이 사는 방식에 대한 절대적인 기준이 있나요? 


그런 건 없거든요. 다 자기 환경에 맞춰서 소소한 성공을 이루며 사는 거죠. 지금 멘티님은 자기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는 걸 잊지 마셨으면 좋겠어요. 남들보다 빨리 서둘러봤자, 남들의 속도에 맞춰봤자 그건 내가 결정한 내 인생이 아니라 남이 결정해 준 인생을 내가 대신 사는 것밖에 되지 않아요.


©️siora photography


나 자신을 믿고 사랑하자

결국엔 이게 가장 중요해요. 지금 사회복무요원 수행중이라고 하셨는데, 그 기간동안 막 어줍잖게 '토익을 공부해야지', '뭘 해야지, 뭘 해야지' 이런 생각보다는 자신과의 대화를 많이 하시기를 권하고 싶어요. 


남들이 말하는 성공 말고, 나 자신은 어떤 성공을 원하는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를 아는게 정말 중요해요. 사실 이건 중고등학교때부터 서서히 다져와야 하는 건데, 자꾸 공부해라, 뭐해라 하는 말에 무너지고, 또 20대가 되면 술먹자, 놀러가자 하는 친구들의 유혹에 또 무너지고 말아요. 


돌이켜보고 생각해 보세요. 나 자신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지, 내 마음 속에 어떤 상처가 있는지, 이 상처를 치유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나 자신을 믿고 사랑한다는 것은, 내가 지금가지고 있는 나의 문제까지, 나의 상처나 트라우마까지 안고 사랑한다는 것을 의미해요. 


그 상처와 트라우마를 덮어두면 나 자신을 믿지 못하고 회피하게 되어버려요. '어차피 난 안될 거야. 이런 상처가 있으니까.' 하면서. 하지만 나 자신에게 '그땐 아프고 힘들었지만 어쨌든 잘 이겨냈잖아. 괜찮아, 이번에도 난 잘 해낼 거야'라고 말할 수 있으면 더이상 상처가 아니게 되는 거예요.


©️Bich Tran


제일 권해드리고 싶은 건, 나 자신과 대화를 많이 나누는 시간을 갖는 건데요. 일기 쓰기를 권해드리고 싶어요. 길게 쓸 필요 없어요. 그냥 딱 두 줄만 써도 돼요. 오늘 내가 뭘 했고, 이 행동에 대해 내가 어떻게 생각했는지. 


밥을 먹었는데, 맛있었어. 

아쿠아리움에 갔는데, 물고기가 못생겼었어.


정도의 문장이어도 상관없어요. 그리고 나중에 한 달 정도 됐을 때 본인이 쓰신 걸 보세요. 그게 지금 내가 어떤 사람이라는 걸 가장 잘 보여주는 문서가 될 거예요. 그 문서를 보면, 멘티님 스스로가 알 거예요. 내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를. 처음 그 문서를 보면 나 자신이 못 견디게 부끄럽고 한심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럼 그 한심한 것을 지우기 위해서라도 다른 답을 찾게 되실 거예요. 그렇게 하루하루 단단하게 자신을 다질 수 있는 멘티님이 되길 바랍니다.


혹시나 다른 고민이 있거나 힘든 일이 있다면 또 기분을 나눠주세요. 제가 도울 수 있을 부분에서는 힘껏 돕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애지 멘토
SM C&C · 홍보팀
마케팅/MD
미국의 유명 코미디언인 코난 오브라이언은 2011년 다트머스대학 졸업 축사에서 꿈은 늘 바뀌기 마련이니 특정 직업이나 커리어 목표로 꿈을 정의하지 말라고 말했습니다. 덧붙여, 실패를 하고 실망을 해야만 비로소 남들과 다른 나의 모습이 보이게 되고, 그제서야 자신의 목표를 명확히 할 수 있다고 이야기 했지요. 실제로 그는 공중파 방송에서 퇴출되는 실패를 겪었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케이블방송에서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 오히려 공중파에 있을 때 보다 더 큰 성공을 만들고 있습니다.
저는 스스로를 잉여, 루저라고 이야기 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많은 실패를 거듭했고, 남들이 '한심하다'고 여길만한 일도 많이 저질러 왔으며, 이 순간에도 전공과 직업을 밥 먹듯이 바꿔가며 이렇다할 성공을 이루지 못한 채 살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코난 오브라이언의 말처럼 결국 성공의 자리에 올라가는 사람은 한번 쯤은 실패와 실망에 좌절해 본 잉여, 루저들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아직은 무엇도 아니지만, 스스로의 목표를 명확히 하는 과정 중에 있다고 믿고 있고, 언젠가는 제가 만족할 수 있는 성공을 할 수 있으리라 믿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매우 복잡한 방법으로 살아왔지만, 방향을 잃었던 적은 없었으니까요.
저는 저처럼 자주 흔들리고, 넘어지고, 실패했지만 그럼에도 절대로 자신을 포기할 수 없는 분들께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멘토라는 이름보다는 서로 부족한 삶의 과정을 나누고 고민하며 함께 자랄 수 있는 공생 관계가 되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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