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직장생활 2년 차에 올해 서른살이 된 멘티입니다. 정보통신과를 나와서 지금은 생산기술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하드웨어 쪽을 전공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쪽 업무를 흘러들어왔죠.
회사 생활을 잘하다가 갑자기 최근에 개발 업무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가슴 속에서 올라오는 열정이라고 해야 할까요? 생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그런데 나이 서른에 프로그램을 새로 배워서 내년에 재취업하는 게 가능할까요? 얼마나 공부를 하고 어느 정도 개발을 할 수 있어야 할까요?
학원에 다니면서 공부를 해야 하는지, 학벌도 좋지 않은데, 아예 시도조차 할 수 없는 건지 고민이 많습니다. 현직 멘토님의 의견 듣고 싶습니다.
💬 윤원진 멘토의 답변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방향과 속도, 모두 용기가 필요한 결정입니다
주신 질문은 방향에 대한 고민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원하는 길이 어느 방향인지 바르게 찾는 것이 중요하지요. 방향이 잘 못 되었다고 생각한다면 되돌아오는 용기도 필요하지요.
멘티님의 인생에 어떤 길이 맞을지. 멘티님이 원하는 것은 어떤 것인지는 제가 조언해 드릴 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어떻게 사는 것이 가장 가치가 높은지. 행복한지. 내가 원하는 방향인지. 본인의 생각과 마음을 잘 살펴보셔야겠네요.
방향을 정하고 난 뒤에는 속도의 문제입니다. 속도보다 중요한 것이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만, 끝없는 경쟁을 강요하는 한국 사회에서 남들의 재촉에 동요하지 않고 초연하게 자기 걸음으로 길을 가는 건 아시겠지만 쉽지 않지요. 남들과 비교하며 자신의 늦은 걸음을 자책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자신의 길을 자기 페이스로 가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만약 자신이 뒤처지는 걸 싫어하는 성격이라면, 열심히 해 뛰어서 남들을 따라잡거나, 남들에게 뒤처질 길에 아예 들어서지 않는 게 좋은 선택이겠죠. 결국 인생의 목표는 행복이니까요.
SW 개발, 나이가 아니라 실력 우선의 분야
말씀하신 대로 나이는 중요한 조건이 됩니다. 만약 20대 초반이라면 아직 자신의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해보지 못했을 시기이고, 부모님과 함께 거주하면서 생활이 가능하다면 당장 직업을 구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큰 문제가 되지 않겠죠. 하지만 30대는 다릅니다. 시간과 돈의 투자가 당장의 생활에 영향을 주죠.
하지만 실력이 있으면 나이와 상관없이 자기 일을 계속할 수 있는 분야가 SW 개발이기도 합니다. 이건 저와 다른 의견을 가지신 분들이 많을 것 같네요. 개발자분들 중에도 한국에선 나이 먹고 개발 계속하기 힘들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주변에 계속해서 개발하시는 선배들을 보고 있고, 앞으로도 그분들이 계속 개발을 하실 것으로 희망하고 감히 예상할 수 있습니다.
시간을 투자할 용기가 있나요?
저는 웹 개발자입니다. 웹 개발자도 다양한 분야가 있습니다만, 저는 그중에서도 Front-end 개발자이고, 또 그중에서도 마크업 개발자입니다. 주로 HTML, CSS를 작성합니다. 이 일을 직장에서 한 지도 11년 째가 되었네요.
첫 직장에 근무하기 전에 혼자서 웹사이트를 만들어보며 작업을 다양하게 해봤던 기간이 3년이었습니다. 처음 6개월 정도는 학원에 다니며 공부를 했고, 그 이후는 다양한 개인 작업을 했지요. 전산과와 디자인과를 복수전공하여 대학을 졸업하였습니다. 직장에서 근무를 시작한 후에도 부족함을 느껴 시간을 내서 공부할 수 있는 학원에 다니거나, 책을 통해 학습하기도 하고, 실무 프로젝트에 다양한 시도들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제 분야에서도 취업준비생들이 많은데요. 짧은 시간 학원에서 공부한 것을 바탕으로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는 직업이란 무엇이 됐든 투자한 시간이 적으면 직업을 갖거나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아내는 변호사인데요. 9년 간 법을 공부하는 시간을 거쳐 변호사가 되었습니다. 준비하는 9년의 기간은 돈을 버는 기간이 아니라 돈을 쓰면서 시간을 투자했지요.
SW 개발을 위해서도 준비하는 시간 투자가 필요합니다. 변호사처럼 자격을 획득해야 하는 분야가 아니니, 준비하는 기간은 본인이 선택할 수 있습니다만, 준비가 부족하면 좋은 회사에서 일하기 어렵고, 적은 급여를 받으면서 고생할 각오를 해야 합니다.
도전에 마음이 섰다면, 일단 자신의 상황을 먼저 살펴 주셨으면 합니다. 멘티님은 얼마나 오랜 시간을 수입 없이 자기 계발에 투자하실 수 있는지, 또한 교육을 위한 비용으로 얼마까지 지출하실 수 있는지 생각해 보셨나요?
멘티님은 어떤 일을 할 때 즐거우신지, 그 일을 하기 위해 준비할만한 여력이 있는지 생각해보시고 결정하시면 좋겠습니다. 짧은 경험이고 식견일 수도 있습니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