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멘토님. 중학교 3학년 때부터 광고기획자를 꿈꿔온 대학교 4학년 멘티입니다. 광고기획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든 이후로 하지 않던 공부도 늦깎이로 열심히 하게 되어 광고를 전공하는 대학생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대학교에 와서 꿈에 그리던 공부를 하게 되니, 그게 안도감이 됐는지 너무 현실에 안주했던 것 같아요. 4학년이 됐는데도, 공모전 수상경력이 없고(물론 세 개가 있지만, 장려상이나 입선이기 때문에 없는 것과 같아요), 대외활동도 한 개밖에 하지 않았습니다. 두 개를 더 하기는 했었는데, 모두 1기 모집이어서 흐지부지되어 일은 일대로 했는데 수료증이 없습니다. 올해 4학년이 됐는데, 취업을 위해서 뭐부터 해놔야 할지 몰라 토익 공부를 하고 있고 다음 달에는 학교생활과 더불어 MOS 자격증 준비를 하려고 합니다.
반면, 저는 전공 수업과 공모전을 통해서 IMC 기획서를 많이 써봐서 그쪽에 대해서는 감이 있습니다. 또 나중에 광고기획자를 하면서 제작팀에 좀 더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요구사항을 전달하고자 포토샵 / 일러스트레이터 / 프리미어 등도 독학으로 익혀 어느 정도 다룰 수 있는 상태고요. 발표도 학교 안에서 많이 해보려고 노력해왔고, 임원 자리를 좀 해봤었기 때문에 소위 발표 잘하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주저리주저리 늘어놓고 보니, 제가 열심히 해왔던 것들은 이력서에 한 줄로 쓸 수 있는 것들이 아니라는 게 너무 큰 허점 같네요. 당장 뭐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너무 막막해요. 이대로 토익 점수부터 만들어놓는 게 답일까요?
💬 멘토의 답변
안녕하세요 멘티님. 반가워요. 제가 받는 첫 번째 질문이네요. 그런 의미에서 저도 성심성의껏 답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참 고민이 많을 것 같네요. 광고를 하고 싶은데, 막상 해 놓은 것은 없고 이제 4학년이라 취업 시기는 점점 다가오는데 앞은 막막하고, 취준생때 겪었던 기억들이 떠오릅니다.
질문을 요약해보면,
1) 광고를 하고 싶어서 전공을 했는데, 너무 안주한 것 같다. 2) 공모전 수상 경력이 없거나, 있다고 하더라도 큰 상이 아니어서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3) 대외활동을 했지만, 수료증이 없다. 4) 이력서에 요약해서 쓸 내용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지금은
1) 토익 공부를 하고 있고, 2) 학교생활과 더불어 MOS 자격증을 따려고 한다. 3) 포토샵 등의 제작 툴을 익혀 놓았다. 4) 프레젠테이션을 잘하는 친구로 알려져 있다.
정도일 것 같아요.
가만히 생각해보면, 질문의 네 가지는 스펙에 대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기업에 입사하기 위해서는 이력서를 채워 넣어야 하니까요. 그리고 그 이력서를 채워 넣기 위해서 토익과 MOS와 제작 툴과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고 있는 것 같아요. 서류를 통과하기 위해, 소위 말하는 대기업 (인하우스)에 입사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부분입니다.
하지만, 길게 생각해 볼 필요는 있는 것 같아요. 토익을 한다고 해서 영어를 잘하는 것일까요? 현업에서 필요한 네이티브 수준의 스피킹이 가능할까요? MOS 자격증을 따는 것이 정말 필요할까요? 요즘 시대에 PPT와 엑셀, 워드를 못 하는 대학생이 있나요? 포토샵 등의 제작 툴을 익힌다고 해서 제작팀보다 툴을 잘 다룰 수 있을까요? 프레젠테이션을 잘한다고 하셨는데, 대학생 수준과 현업에서 하는 수준이 같을까요?
전공 불문 광고기획자, 스펙이 아니라 내면을
우스갯소리로 광고기획자는 전공이 불문과인 사람도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해서 전공 불문이라고 하죠. 실제로도 아무것도 모르는 친구를 신입으로 뽑아서 딱 2년만 키우면, 광고홍보학과를 전공한 친구만큼은 모두가 할 수 있어요. 하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그 누구나가 잘할 수 있는 일은 아니죠.
광고홍보학이라는 것이 사회학적인 개념을 다루는 전공이다 보니 다른 전공에 비해 학문적인 깊이가 얕다고 생각해요. 그만큼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고, 시도해 볼 수 있는 학문이기도 하고요. 그러다 보니 최근 추세는 다른 전공 사람들을 뽑는 것에 제한을 두지 않아요. 그래야 새로운 크리에이티브를 만들어 낼 수 있으니까요.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새는 것 같네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그렇다면 대학생 신분에서 광고대행사를 가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가? 사실 정답은 없습니다. 위에 이야기한 것처럼, 크리에이티브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어떤 정형화 된 수치를 가지고 평가를 하는 것이 무의미해요.
그러나 광고기획자가 되는 것과 대기업 직원이 되는 것은 다른 부분이니 대기업 입사를 위해서는 스펙은 필수지요. 축구 경기를 보려면 입장권이 있어야 하잖아요. 그 입장권이 스펙적인 부분이에요. 스펙이 갖춰져 있지 않으면, 그 경기 자체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거든요.
멘티님께서는 토익 공부를 고민하고 계셨는데, 제 생각에는 토익보다는 토스나 유학을 가길 추천해요 (실제 필드에서 활용 가능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기르기 위해). 그리고 MOS는 단기간에 따길 추천해요 (저도 있긴 한데, 3주 정도면 따더라고요). 포토샵과 같은 툴은 많이 알 필요는 없어요. 지금 어떤 수준인지 모르겠지만 전문가처럼 될 필요는 없어요. 프레젠테이션은 지금처럼 남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을 즐기는 것이 중요해요. 각본에 따라서 하는 것보다, 애드립도 칠 줄 아는 여유를 갖는 태도가 중요하죠.
필요 스펙만큼 나만의 매력을 갖추는 것도 중요해요
가장 중요한 것은 멘티님만이 가질 수 있는 강점을 만드는 거예요. 저는 서양화를 좋아해서 미술관에 자주 가고, 여행을 좋아해서 해외여행이나 국내 여행을 자주 가는 편이에요. 그렇게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하다 보면 자신의 강점이 되고, 그게 광고를 하는 자양분이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책을 많이 읽으세요. 내가 직접 경험하지 못하는 것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방법은 책이 가장 좋은 것 같아요. 박웅현 ECD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인문학적 소양을 기르는 것은 기본이에요. 인문학, 즉, 사람을 공부하는 것인데 세상 모든 사람을 만나볼 수 없으니 책으로 대신 만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해요.
이력서에 무엇인가를 채워넣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할 순 없지만, 이력서가 멘티님 전체를 대변하지는 못한다고 봐요. 이력서만 보더라도 ‘이 친구가 정말 광고를 하고 싶은 친구구나’. ‘이 친구 궁금한데?’라는 이력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해요. 누구나 채워넣을 수 있는 이력서 말고, 멘티님만의 강점이 있는 이력서를 만들어 보는게 어떨까 생각됩니다.
이렇게 쓰다보니 글이 엄청나게 길어졌네요. 제가 받은 첫 번째 질문이니까 서비스로 하나만 알려 드릴게요. 지금 멘티님 나이를 짐작해 보면, 제가 고민했을 때의 나이 정도일 것 같아요. 저도 취준생때 멘티님처럼 고민이 많았어요. 그때 제 나이가 24살이었거든요. 제가 27살 말 무렵 취업을 했으니까. 약 4년 만에 위에 멘티님이 고민한 대부분의 스펙을 채웠어요.
광고대행사에 취업하는 여자들의 평균적인 나이를 가늠해보면 거의 26~27세 정도가 많은 것 같아요. 어린만큼 아직 더 많은 경험들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조급해 하지 말고 하고 싶은 일들 많이 경험하고, 그 경험을 온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어서 강점화 하길 바라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내가 왜 광고를 하고 싶은지, 왜 광고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초심을 잃지 않는 것입니다.
답변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모르겠지만, 아무쪼록 만족하는 답변이었으면 좋겠네요. 더 궁금한 부분이 있으면 언제든 질문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