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lti-Job Player로 산다는 것
내 의지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나는 여러 개의 직함으로 살아가는 남자이다.평소에는 저명한 해운 선사의 평직원이고주말과 밤에는 스포츠 칼럼니스트로 살아간다.동시에 나는 비영리 스포츠 컨텐츠 생산 조직의 팀장이다.직함을 여러 개 갖는 데에는 여러 가지 심리가 존재한다.일단 내가 좋아서 선택하는 것이다. 하나의 직업 갖고 살기에는 뭔가 재미가 없고 내 의지가 없는 것 같아서 말이다.누구나 자기가 진짜 하고 싶어하는 일이 있다. 그게 뭐든 간에, 마음 속에 간직하는 꿈이 있다.그 꿈의 일부분을 실현하고자, 직함을 하나 더 달고 다닌다.또 하나의 심리는 불안감이다. 우린 언제 도태될 지 모르는 얼음판 위에 있다.지금 존재하는 직업이 20년, 30년 뒤면 없어질 지도 모른다. 그 때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새로 구직활동을 해야 한다.별로 마음에 들지도 않는 직업을 선택하는 것만큼 고역도 없다. 설사 생계가 급하더라도 호감이 변하지는 않는다.그래서 바로 지금, 하나의 직업이라도 더 가져서, 한 푼이라도 더 벌려고 하는 심리가 존재하는 지도 모르겠다.많은 이들이 그렇겠지만, 나도 나름 일 욕심이 있다. 돈을 많이 번다기보다는, 하고 싶은 걸 최대한 누리고 싶은 게 내 욕망이다.평일에 일하고, 주말에 노는 것? 물론 좋다.하지만 남는 시간을 그저 술집에서의 수다, 잠깐의 여행만으로 보내기에는 뭔가 아깝다는 생각도 든다.일 주일 24시간 내내 회사에서만 일하는 게 아니라면, 또다른 일을 찾아 시도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당연히' 여러 개의 정체성으로 살려면,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많다.노는 시간을 포기해야 하고, 사람들과 사적으로 만나는 것도 줄여야만 한다.다른 사람들이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나는 노트북을 켜고 글을 쓴다.재미있는 영상 찾을 시간에, 계속 자료를 찾고 들여다보고 글 주제를 찾는다.회사에서 보고서 초안 쓰듯이, 그렇게 주말에도 초안을 잡고 자료를 찾는다.당연히 그렇게 지내다 보면 사람들과 멀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연락도 잘 안하게 되고, 얼굴도 보기 힘들고... 그러다 보면 혼자가 되어 외로움을 느낄 지도 모르겠다.그러나 이러한 외로움을 스스로 택했기에 후회는 없다. 오히려 이러한 외로움이 인생에서 필요하다는 생각도 한다.날이 갈수록 인간 관계를 유지하기가 힘든 세상이다. 속 터놓을 친구도 점점 줄어든다.바쁘다는 이유로, 피곤하다는 이유로 주변 사람들과 얼굴 한 번 마주하기도 쉽지 않은 현실이다.그 외로움을 그냥 끙끙 앓고 스마트폰으로 달래기보다, 또다른 일로 치유하는 게 지금 나의 삶이다.아니, 그 외로움 덕에 나 자신이 몰입하는 시간, 돌아보는 시간을 더 늘릴 수 있어 그 외로움을 즐기게 된다.물론, 이해가 안 갈 수도 있겠다. '여행 좀 다니지...' '사람 좀 만나지....'그런데 내 생각은 그렇다. 일을 더 하고 싶은 욕심도 있지만, 꼭 남들 하는대로만 해야 하나는 일종의 반항심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남들의 의견과 대세에 따라서 하는 여행, 심심함을 잠깐이라도 달래보고자 만나는 친구가 얼마나 오래 남을까?피상적인 피곤함과 외로움을 일시적으로 달래는 것은 항생제밖에 되지 않는다. 그 항생제도 언젠가는 말을 듣지 않을 것이다.결국 Multi-Job이라는 것은 진정한 나의 인생과 그 의미를 찾고자 하는 몸부림인 셈이다.진짜 내가 즐거운 시점이 언제인지,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보람을 느끼는 시간이 언제인지 등을 찾아가는 과정이다.나는 지금도 그러한 과정 속에 있다. 만일 지금의 삶에서 보람을 찾지 못한다면 또다른 여정을 떠나지 않을까?여러 정체성으로 산다는 것, 쉽지 않은 일이다.하지만 나의 인생, 내면을 여러 각도로 바라볼 수 있다는 점에선 꽤나 의미가 있는 것 같다.자신의 내면을 위한 진짜 여행은 비행기 표 예매 사이트, 공항 게이트에 있는 게 아니라,나의 또다른 정체성을 찾아 고민하고 실행하는 것에 있음을 많은 젊은이들, 그리고 청년들이 알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