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제일 중요한 건 뭐?
매일 아침 가볍게 어제 한 일, 오늘 한일, 이슈를 공유한다.그리고 금요일 오후가 되면, 이번 주 한 일을 돌아보고, 다음 주 할 일을 같이 정한다.다음 주 할 일을 정할 때, 나의 기준은 딱 하나다지금 제일 중요한 것만 한다팀장은 계속해서 “이거 엄~청 중요해!” 라고 말하며 이런저런 기능들을 얘기한다.그러면 난 다시 물어본다. “그래서 지금 이게 제일 중요해?”그러면 선뜻 대답을 못 한다. 또다시 “이거도 엄~청 중요해!” 고 말하며 다른 기능을 얘기한다.그럼 난 또다시 물어본다. “그래서 지금 이게 제일 중요해?”그러면 다음 행동에 아무 도움이 안 되는 뻔한 얘기를 하곤 한다.예를 들면, “우리 삶에서 행복이 제일 중요해” 수준의 얘기.이런 대화가 지겹도록 반복된다.여기서 관찰한 것 한가지는.다 중요해 보이는 많은 것 중에서, 제일 중요한 뭔가를 고르는 것을 불편해하더라.그렇게 제일 중요한 한 가지를 선택하는 순간 다른 것들은 안 중요한 것처럼 느껴져서인가?끝없이 늘어져 있는 Todo list가 내 마음에 안정감을 주는 것인가?매주 이걸 반복하는데, 지난주 회의 때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났다.역시나 회의 시간에는 이런 대화가 이어졌다. (편의상 그 팀장을 K로 표현)K: “리눅스에서도 동작하게 하는 게 제일 중요해”나: “그건 이미 해결됐어. 왜냐면 지금 버전도 리눅스에서 동작은 하거든. 프로젝트 끝내도 되겠네?”K: “마이그레이션을 준비하는 게 제일 중요해”나: “그건 지금 못해. 매일매일 구조가 바뀌고 있는데, 지금 마이그레이션 도구를 만드는 게 가능해? 그건 지금 하나도 안 중요해. 한 달 뒤쯤엔 중요해질 수도 있겠네”K: “컨트롤 배치할 때 가로 정렬이 안 되서 불편해, 그걸 하자”나: “그게 제일 중요해? 만약 3주 후쯤에 출시를 해야 한다면, 컨트롤 가로 정렬 기능만 잘 동작하도록 하면 될까?”K: “고객이 계속 이런이런 새로운 기능을 요구하고 있는데, 그게 중요해 보여”나: “그럼 원래 동작하는 기능은 안 만들어도 돼? 그 새로운 기능만 붙여서 출시할까?”이런 대화를 지겨울 정도로 반복하다가, 드디어 의미 있는 얘길 꺼낸다“지금 고객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화면이 있는데, 최소한 이 정도는 갖춰 놓아야 할 것 같아. 이걸 갖추고, 마이그레이션까지 해 봐야 고객과 다음 스텝에 대한 협의가 가능할 것 같아”이 말을 듣고, 제일 중요한 것을 제대로 찾았다는 신호를 발견했다.그 말을 하고 있는 K의 표정이 바뀌었다! 얼굴에 뭔지 모를 절박함(?)이 드러난다.지금까진 내가 다 해 주길 기대하고(난 그런 역할을 하지 않을 거라고 수도 없이 얘기를 했건만… ;;;), 아무런 생각 없이, 그냥 자기 하고 싶은 것만 머릿속에 잔뜩 넣고 있었는데.. 여기저기 관련 팀을 찾아다니며 고객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능들을 알아보고 있다.우렁찬 목소리 크기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방법보다, 훨씬 진지해졌다.참고로, 그는, 바로 며칠 전 까지만 해도,이번 주에 하기로 했던 계획은 뒷전이고 이번 주 목표와 아무 상관이 없는 기능의 작은 버그를 붙잡고 씨름하고 있었다. 반드시 해야겠다고 스스로 결심한 것을 하지 말라고 한들 거기서 빠져나올 수 없다는 걸 알기에(스스로 거기서 나와야지!) 그냥 내버려 두었다. 강압적으로 행동을 멈추게 할 수는 있겠지만, 생각이 바뀌게 하기 위해선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하다. 기다려 주어야 한다. 단지 다 같이 결정한 이번 주의 목표를 상기 시켜 줄 뿐이다.“근데 OOOO는 어떻게 되고 있어?”그래도 빠져나오지 못한다면 그냥 이번 주는 버리면 된다 ㅋㅋ일을 일주일 텀으로 진행하는 것은, 나를 너무 조급하게도, 너무 늘어지게도 하지 않고, 침착하면서도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게 해 준다. 당장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은 조급한 마음이 들어도, 이번 주 계획을 급수정 해야 할 것 같아도, 동료의 일하는 방식이 마음에 안 들어 당장 관두라고 하고 싶어질 때도, 스스로에게 “다음 주까지만 기다려보자"라고 말한다. 대부분 일주일이란 시간을 보내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될 때가 많고, 최악의 상황이라 할지라도 그냥 그 일주일만 버리면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