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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터널을 뚫고 정규직 PD가 되기까지
MBC강원영동 · 편성제작국
약 5년 전
💬 멘티의 질문
안녕하세요. 한 방송전문학교에서 방송연출을 전공 중인 25살 학생입니다. 졸업까지 2년을 앞두고 있습니다. 졸업을 하면 28살이 되는데 졸업 후 방송 분야로 바로 취업한다는 보장이 없어 걱정입니다. 

방송 일을 꿈꾸는 사람으로서 지상파 3사에서 일하고 싶었지만, 현실적으로 좋은 학교 출신도 아니고 아무리 블라인드 면접을 한다고 해도 서연고 등 좋은 학교 스펙을 갖춘 경쟁자에 비해 많이 밀린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아무런 대비 없이 남은 시간을 보내다 졸업 후 취업준비생이 될까 봐 우려됩니다. 
그래서 요즘 취업 때 중시한다는 오픽 영어 말하기 자격증도 준비하고 있고 편집할 때 자주 쓰이는 프리미어, 애프터 이펙트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Borhax

약간 시선을 돌려 종편 방송사나 방송 관련 외주 일자리도 알아보고 있습니다. 부족한 스펙으로 무작정 덤벼들기엔 늦은 감이 있는 것 같아 여러 가지 방법을 알아보며 준비 중입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하면 된다’는 뚜렷한 지침이 없어서 그런지 제가 제대로 준비하고 있는 건지 확신이 서질 않아요. 

저와 비슷한 처지의 친구는 이제 2학년을 끝냈으니 휴학해서 현장경험을 좀 더 쌓은 후 복학해 졸업하고, 취업 시에 경력직으로 입사하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나이가 나이인 만큼 졸업을 우선적으로 여겨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도 내년에 복학할지 방송 현장 알바라도 시작할 것인지 두 가지 선택지를 두고 고민이 됩니다. 어느 쪽이 미래에 방송 일을 하고 싶은 저에게 더 좋은 선택이고 제대로 된 과정일까요?

방송 일을 직접 하고 계시는 분에게 질문 할 기회가 많이 없다 보니 이것저것 한 번에 여쭤보다 글이 길어졌습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신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 Jiwoong Hwang 멘토의 답변
ⒸIxMaster

손에 닿는 대로 일했습니다

제 경험을 중심으로 설명하겠습니다. 저는 강원 영동지역을 관할하는 지상파 지역 계열사에 2010년 공채로 입사했습니다. 참고로 저는 97학번이고요, 휴학을 2번에 하고 2004년에 졸업했지요.
 
졸업 후 공채 입사까지, 6년 넘는 기간 동안 뭘 했을까요? 저는 부산 소재 사립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나왔습니다. 군대를 다녀오고 곧바로 알 수 있었어요. 이 학교 졸업해 봐야 취업이 안 된다는 걸요. 당시는 IMF 외환 위기 시절이라 지금과 비교하긴 그렇지만, 대학교를 졸업해도 취업하기 힘든 시기였죠. 

그래서 대학교 2학년 2학기에 휴학하고 담당 교수님 소개로 부산의 한 방송국에서 무급으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습니다. 남들은 방송 아카데미에 가서 배울 것들을 저는 공짜로 배운다는 마음으로 일했었어요. 

일한 지 2달 만에 주급 4만 원, 한 달에 16만 원 받는 일용직으로 전환됐습니다만 지금 생각해도 말도 안 되는 일이었어요. 하여튼 그 일을 1년 가까이 하고 복학 후 학교를 1년 다니다가 서울의 한 케이블 방송사 조연출로 채용됐습니다.

서울 가기 전, 학교 다니던 1년 동안 한 달에 1편씩 납품하는 조건으로 VJ 활동도 했지요. 그때 학교 장비와 학교 컴퓨터에 깔린 프리미어를 사용했습니다. 

Ⓒpexels

당시엔 6mm 카메라나 프리미어 편집 컴퓨터를 쉽게 구할 수 없어서 학교 수업으로 사용법을 배우고 카메라나 편집 컴퓨터가 놀고 있을 때 교수님께 양해를 구해 사용했지요. 당시 가격으로도 1,000만 원은 있어야 사서 쓸 수 있는 장비들이었어요.  

중간, 기말고사 기간이나 학기 과제 내는 시기에는 가급적 장비를 안 쓰는 방법으로 얼렁뚱땅 잘 넘어갔지요. 그러다 서울에서 정규직으로 일 하는 선배 PD들의 콜을 받고 서울로 올라 간 겁니다. 그게 3학년 2학기 때의 일이네요. 그 케이블 방송사에서 그동안 배운 것들을 모조리 써먹으며 1년을 보냅니다. 

결국 남은 3학기는 학교에 안 가도 학점을 받을 수 있도록 교수님이 취업계를 써주셨어요. 낙제를 겨우 면할 학점으로 졸업을 했지요. 

그렇게 케이블 방송사에서 1년 가까이 일하다가 지상파 M 방송국 시사교양국 일용직 조연출 자리로 옮기게 됩니다. 결국 M 본사 시사교양국이라는 평생의 꿈을 꾸게 됐습니다. 

Ⓒcreativeart

더 나은 곳으로 가겠다는 목표를 가지세요

지상파 M 본사 시사교양국에서 일용직, 파견 계약직, 자체계약직으로 승진하면서 일을 약 5년 가까이 이어갔는데요, 결국 정규직은 못 됐습니다. 시험은 쳐 봤지만 아무런 스펙도 없었고 PD로서의 경력도 없었기 때문이지요.

마침 노무현 정부의 비정규직법이 시행되면서 2년 이상 자체계약직으로 일을 못 하게 되었어요. 결국 외주제작사로 나와 제대로 된 PD가 됐습니다. EBS, tvN, SBS, MBC 등에 직간접적으로 납품하는 외주 제작사 여러 군데에서 2년 가까이 프리랜서로 일했어요. 

그사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을 생각에 고민이 많아졌습니다. 이 때문에 더 나은 직장, 고용이 안정된 직장을 찾기 위해 노력했고요. 영어공부도 했었고 한 언론사 문화센터에서 운영하는 언론 고시반에 등록도 했었어요. 

M 본사에 정규직 신입사원으로 들어온, 저보다 어리지만 똑똑한 친구들과 같은 조연출로 어울려 일해 봐서 그런 걸까요. 계약만료로 M 본사를 나온 시점부터 지금 다니는 곳에 입사하기까지 정말 원서를 100번은 쓴 것 같습니다. 물론 프리랜서로 어딘가에서 일하면서 말입니다. 

Ⓒpressfoto

그 100번 중에 대부분은 서류전형에서 떨어졌고요. 하지만 시험을 계속 치다보니 필기나 면접에 임할 때 자신감이 붙더라고요. 지상파 3사가 아니면 서류전형을 통과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케이블이나 대기업 사내방송사 같은 곳은 최종까지도 갔었어요.

그러다 결국 고용이 안정된 현재의 직장에 옮겨올 수 있었어요. 물론 지금도 거의 매일 구인구직 사이트를 봅니다. 작년까지도 이직을 위해서 원서를 썼어요. 

요즘은 명문대 출신도 공중파 방송사 정규직으로 입사하려면 케이블이나 종편 경력이 있어야 한다고들 합니다. 어차피 졸업과 동시에 취업이 안 된다면 지금부터 일하세요.

물론 젊음을 낭비하는 소모적인 일을 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방송 장르나 분야를 따져보고 그런 방송을 하는 부서나 회사에서 일을 시작하세요. 

첫술에 배부를 순 없다고, 취업이 끝이 아닙니다. 더 나은 곳, 혹은 현재 일하는 곳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길게 봐야 하지요. 결국 살기 위해서, 돈을 벌기 위해서 취업하잖아요. 끝이 없어요. 마음을 차분하되 굳건히 먹고 인생을 길게 보고 결단하세요. 

Jiwoong Hwang 멘토
MBC강원영동 · 편성제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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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강원영동 편성제작국 황지웅PD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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