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님 안녕하세요! 기계공학과 졸업을 앞둔 26살 여자 취준생입니다. 재수, 휴학, 졸업 유예 등을 이유로 비교적 늦게 졸업하게 됐는데, 나이가 많은 편이라 조급한 마음이 듭니다. 취준은 올해 하반기부터 시작했어요.

질문을 드리기 전에 제 기본적인 스펙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학점은 3점 중반대, 토익은 900 초반대이며, 오픽 AL, 일반기계기사, 한국사 1급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서류상으로 보이기에 저는 큰 단점도 없지만, 장점도 없는 것 같아요.

이러한 스펙으로 올해 하반기, 10개의 기업에 지원했는데(공기업 2개, 사기업 8개) 다섯 군데에서 서류 통과를 했고(공기업 1개, 사기업 4개) 세 군데에서 인적성을 봤습니다. 그중 한 기업의 인적성에 통과해 면접을 봤지만 떨어졌습니다. 

서류와 인적성, 면접 등에서 탈락한 이유를 스스로 살펴보면, 기업과 선택 직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고, 기업에 어필해야 하는 ‘나’를 제대로 그려내지도 못한 것 같아요. 그리고 인적성은 제 노력이 부족해서 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희망 기업과 직무가 없다는 거에요. 막연하게 워라밸과 정년이 보장되고, 근무 강도가 심하지 않은 회사나 공기업 정도로 희망 기업을 생각하고 있어요. 뚜렷한 기준이 없다는 거죠.

정해 놓은 희망 기업, 직무가 없다 보니 지원할 때도 ‘왜 이 회사를 선택했는가’ 하는 질문에 대답하기 힘들어요. 정보도 부족해서 제 성향에 맞는 직무를 찾는 게 어렵습니다. 

이렇게 고민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무슨 직무를 해야 할지 찾다가 기계공학과가 지원할 수 있는 회사들이 대부분 연구개발 직무를 채용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멘토님께 연구개발 직무가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인지, 일하면서 느낀 것이 무엇인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추가로 H그룹에서 연구개발 직무를 하고 계신 멘토님이 회사 분위기나 그동안 생각하신 것들을 알려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스스로 생각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질문을 드리게 돼서 혹시 무례한 질문은 아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답변 기다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멘티님! 반갑습니다. 답변하기 전에 멘티님의 스펙을 보면서 든 생각인데, 지원하신 열 군데 중에서 반절이나 통과하신 것은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 서류 통과율이 50%가 넘는 사람은 흔치 않아요. 충분히 스스로 자신감을 가지셔도 될 것 같습니다.

다만 희망하는 직무를 찾는 것이 시급해 보입니다. 구직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이 하고 싶은 직무를 찾고, 그 직무를 뽑는 회사를 찾는 것입니다. 지금 당장 눈에 보이기에는 별로 도움이 안 되어 보여도 꼭 본인이 원하는 직무를 찾아야 해요.

이 과정을 필수적으로 거쳐야 자소서에도 직무 수행의 의지를 명확하게 드러낼 수 있어요. 그런 마음은 글과 말을 통해 서류 심사를 하는 사람과 면접관에게 전달되니까요.

멘티님께서는 이미 부족한 부분을 잘 파악하고 계신 것 같으니 더 이상 강조하지는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희망 직무와 회사를 찾는 것에 약간의 조언을 덧붙이자면, 멘티님께서는 워라밸이나 정년보장이 되는 회사를 원하신다고 했는데, 그런 조건의 회사는 소수의 공기업을 제외하고는 찾기 힘듭니다. 심지어 공기업도 워라밸이 보장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해요.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의 변화로 회사들이 점점 더 워라밸을 보장하리라 생각합니다. 따라서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회사를 알아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리고 인적성과 면접에 관해서도 말씀드릴게요. 인적성, 면접 전형에서 좋지 않은 성적을 거둔 것은 말씀하신 대로 준비가 부족했던 것 같은데, 지금부터는 이 전형들에 초점을 맞춰서 진행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인적성은 당연히 스스로 공부하셔야 하지만, 면접은 모의 면접이나 스터디를 통해 당당하지만 거만하지 않은 면접 태도를 준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다음 공채에서는 취업스터디, 면접스터디를 활용하신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것 같아요.

이제 연구개발 직무가 하는 전반적인 업무를 말씀드릴게요. 

또한, 기계공학적으로 실제 하드웨어를 설계하고, 해당 하드웨어가 차체 진동과 공진을 일으키지 않게 *공진점을 회피하는 설계를 만들어요. 아이템에 따라 외주 업체에 설계 작업을 맡기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설계에 직접 관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자동차 부품 관련 연구개발을 주로 하는데, H자동차의 개발 일정과 방향에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본인이 하고 싶은 연구개발을 하기는 힘들고,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는 경우가 많아요. 

참고로 저는 자동차 조향장치를 제어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적성에 잘 맞는 것 같아요.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전공지식을 활용하고, 실제 차량을 운전하면서 얻은 데이터를 통해 로직을 보완하는 등 제가 하고 있는 일련의 업무에 흥미를 느끼거든요.

추가로 회사 분위기를 물어보셨는데, 많이 좋아지기는 했으나 아직도 조직 문화나 위계질서에서 과거의 좋지 않은 모습을 다 벗지 못했습니다. 

다행히 저는 야근도 없고 수평적인 문화가 정착된 팀에서 일하고 있으니 부서마다 분위기는 천차만별인 점 알려드려요.

제 조언이 멘티님께 도움이 됐으면 좋겠네요. 원하시는 대로 꼭 취업하시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