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님, 안녕하세요. 질문을 드리기에 앞서 제 상황을 설명드려야 할 것 같아 잠시 저에 대해 조금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처음 영문과에 입학했지만 원하는 결과가 아니었기 때문에 재수를 반복했습니다. 군대를 다녀오고 나서는 편입을 준비했다 실패하고, 이후에는 알바로 돈을 모아가며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아, 주 5일씩 과외를 하며 모든 생활비와 공부 비용을 충당하며 소소한 금융자격증 몇 개를 땄지만 별 소용은 없었습니다.
지금은 다니던 학교에서 경영학과로 전과를 해 놓은 상태이고요. 마지막으로 편입 시험을 보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만약 여기에 합격한다면 그쪽 학교로 가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지금 학교에서 졸업을 하려고 합니다. 이렇게 8년 내내 이러저러한 형태로 매달리다 보니 지금은 정신적으로 많이 지친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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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저에게는 동갑보다 4년 늦은 시간을 조금이라도 만회하는 것과, 어려운 집안 사정을 위해 돈을 버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입니다. 원래는 영어를 좋아했고 임용 고시에도 생각이 있었지만, 임용에만 전념할 수 있는 경제적 조건이 아니라 포기했습니다.
적성과 능력을 생각해보니 문과를 벗어날 수도 없었고요. 그래서 고민을 하다 성과에 따른 보상을 중요시하는 제 성향에 맞춰 금융권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1. 남들보다 늦은 4년을 만회하기 위해 학교 공부와 과외 알바를 병행하면서 회계사나 세무사를 준비하려고 합니다. 시험을 가볍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경제 사정 때문에 어쩔 수가 없는데요. 이런 제 계획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2. 편입에 성공하면 새로운 학교에서 인간관계도 쌓고 할 텐데, 만약 실패한다면 사람들과 관계를 끊고 시험공부에만 올인할 것 같습니다. 제가 사람 만나는 걸 정말 좋아하지만 시험에 집중하려면 이런 거리 두기가 필요한 것 같은데요. 제 생각이 틀린 것일까요?
3. 실제 입사 시에는 자격증과 경험 중 어떤 것이 더 중요할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저는 지금 상황에서 휴학을 하고 인턴을 하기는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4. 사실 멘토님께서 일하고 계시는 IR 분야를 얼마 전에 경영학 서적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또 이렇게 전문적으로 하시는 분들이 계신다는 것도 몰랐고요. 멘토님의 이력을 보니 IR이 금융권과도 관련이 있을 것 같은데요. 금융권을 준비하면 일반 기업의 IR 분야도 진출이 가능한 것인가요?
사실 문과생 입장에서는 수십 군데 원서를 써도 한두 군데 붙기도 어려운 상황이라, 금융권 준비를 하면 혹시 금융권에 가지 못하더라도 일반 사기업 회계 재무 쪽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늘 건강 조심하시고요. 멘토님 하시는 일도 잘 되시길 바랍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 이승우 멘토의 답변
멘티님, 안녕하세요? 우선 IR이란 분야가 워낙 생소한 분야이기 때문에 (경제, 금융, 회계 쪽을 공부했거나 주식 투자자가 아닌 이상 잘 모르지요.) 질문이 많이 들어오리라 생각하진 않았습니다만, 이렇게 질문을 주시니 성심성의껏 답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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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티님의 글을 몇 번이고 읽어보니, 저와 유사한 점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금전적인 문제는 겪어 본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죠. 저 또한 중학교 때 아버님의 투자 실패로 고교 때부터 어렵게 학업을 이어갔어요.
대학에 진학해서도 학원 시간 강사, 공부방 알바 등등으로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썼던 기억이 납니다. 비록 멘티님과 과목은 다르지만 제 꿈도 교사였죠. 그러다가 상황이 여의치 않아 금융 쪽으로 진로를 틀었습니다.
서론이 너무 길었네요. 질문하신 글에 대한 답변을 최대한 고민하여 작성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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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된 자원, 시간 배분이 중요합니다
먼저 학과 공부와 알바를 병행하면서 회계사나 세무사를 준비하려는 계획에 대해 질문 주셨는데요. 저도 대학 4학년 때부터 알바와 각종 자격증 공부를 병행하였습니다. 물론 회계사나 세무사의 시험보단 난이도가 낮은 시험들이었지만, 정신력과 체력이 문제가 됐었죠. 고등학교 때 세 시간씩 자고 공부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제 자신과 싸웠던 것 같습니다.
제가 위에서 금융권으로 진로를 틀었다고 했는데요. 이때 *금융 3종(증투, 파투, 펀투), *AFPK, 투자자산운용사, 금융투자분석사 등등 국내 자격증은 닥치는 대로 땄던 것 같습니다. 참고로 공부는 이패스코리아를 이용했습니다.
또 해외 자격증인 *CFA에 도전하려 하였으나 금전적인 문제로 학생 때는 포기하였습니다. CFA 시험은 난이도도 극강이지만 3차 시험까지 봐야 하며, 볼 때마다 응시료가 만만치 않았거든요. 심지어 CFA협회에 등록을 해야만 시험을 치를 수가 있는데, 등록비도 내야 했었죠. (이후 직장 다니면서 1차는 패스하고 2차 준비 중에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멘토님의 계획은 체력과 정신력만 따라준다면 무리라고 생각되진 않습니다. 다만 시간 배분을 정말 잘하셔야 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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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의 거리 두기는 도움이 됩니다
다음 질문으로 시험공부를 하면서 사람들과 거리 두기 하는 것에 대한 생각을 물어보셨네요. 여기에 맞고 틀리고는 없다고 봅니다. 저 역시 사람 만나는 것을 매우 좋아하지만, 공부할 땐 많은 사람들과 연락이 끊겼습니다.
그 과정에서 진짜 친구들만 남게 되었지요. 조금은 이기적일 수도 있겠지만 저를 진정한 친구, 평생 함께하고픈 친구라 생각한다면, 시험공부 올인이 끝난 후 술 한 잔, 커피 한 잔, 전화 한 통에 어색함 없이 다시 잘 지낼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지금은 2년 정도 끊겼던 인연들 중 절반 이상 아주 절친으로 잘 지내고 있습니다. 더욱더 돈독해졌죠. 물론 시험을 준비하면서 간간이 안부 문자(당시엔 카톡이 없었어요)는 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어느 정도 거리 두기, 저는 찬성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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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이라면 자격증, 이직이라면 실무 경력
세 번째로는 자격증과 경험 중에서 어느 것이 더 중요한지 궁금해하셨는데요. 입사 시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 자격증은 CFA, CPA, AICPA, CFP, 국제 FRM 등 굵직하다고 할 수 있는 자격증이에요.
그 외의 자격증들은 업무에 특성화돼 있지 않은 이상 크게 가산점을 얻을 순 없습니다. 물론 금융권의 PB 쪽이라면 AFPK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겠고, 일반 기업의 회계 쪽이라면 재무관리사 같은 게 어필할 수 있는 자격증입니다.
인턴에 대해서 말씀드리면 없는 것보다는 낫지만, 경력직이 아닌 신규직인 이상 인턴 경력은 크게 반영되진 않습니다. 반대로 경력 이직이라면, 제가 말한 것들이 반대가 됩니다. 자격증보다는 실무 경력이 우선시되지요.
지금 멘토님은 일차적으로, 금융권인지 일반 사기업 재경 부서인지에 대한 진로를 먼저 정하시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물론 이 두 진로가 아래에서 말씀드릴 IR과 연관성이 있기 때문에 동시에 염두에 두고 준비하셔도 무방합니다.
다만 금융권 쪽 지원이시라면 AFPK는 따 두시는 게 좋고요. 리서치센터라면 여기에 필요한 강력한 무기는 CFA겠지요. 또 MBA에 금융투자공학 같은 게 있습니다만, MBA는 현재 여건상 어려우니 제외하고요. PB 진입 후 리서치센터 입성을 노려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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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증권사)과 IR은 공통점이 많은 직군입니다
마지막으로는 IR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면 될 거 같네요. IR은 굉장히 매력적인 직업군입니다. 상대적으로 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 문과 출신들이 사기업에 가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직군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중소기업이라도 상장한 기업은 IR에 신경을 상당히 많이 쓰기에 페이가 높은 편이고, 이직도 용이합니다. 국내 상장 기업에는 모두 1~3명의 IR 담당자가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경력직의 경우는 TO가 부족하여 끊임없이 스카우트 요청이 오기도 하고, 이삼 년 일하고 연봉 점프하여 옮기는 일도 다반사입니다.
금융권에서 IR 쪽으로 올 수 있는지를 물어보셨죠? 답은 YES입니다. 그것도 아주 빈번하죠. IR 담당자들은 금융권과의 교류가 특히 중요해 인맥 풀 형성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또 프레젠테이션 역량 및 재무 분석 능력(설명해 줄 수 있는)이 요구됩니다. 이점에서 금융권에 있다가 장점을 살려 이직하는 경우도 매우 많습니다.
반대로 IR 담당자로 있다가 리서치센터, 투자자문사로 가는 경우도 종종 나타나곤 하죠. 그러므로 금융권을 준비하시다가 IR 담당자로 지원하여 신입으로 가실 수도 있다는 것 말씀드립니다. 또 재무 회계 쪽으로도 가실 수 있고요. 대부분 IR 담당자들은 재무 회계 지식이 어느 정도 요구되는 편이기 때문에, 금융-재무 회계-IR이 동시에 준비되는 효과를 얻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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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 담당자가 필요한 자격증은 금융권 쪽 자격증과 상당히 궤를 같이하고 있습니다. 보너스로 회계 관련 자격증이 하나가 추가된다면 IR 담당자로서의 자격증은 모두 갖춘 셈이 됩니다. 위에서 저는 현직 IR 담당자이기에 CFA를 공부하고 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증권사 리서치센터분들도 CFA 공부하시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IR은 기업의 주가를 상승 또는 유지시키기 위하여 끊임없이 기관 투자자, 애널리스트 등과 만납니다. 반대로 기관 투자자 및 애널리스트는 기업 발굴을 위해 IR 담당자를 끊임없이 만나죠. (기업 탐방이라고 합니다) 입장만 다르다뿐이지 상당히 유사한 직군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단, 여기서 제가 말씀드린 금융권은 증권사 기준입니다. 은행과 IR 쪽은 많이 다릅니다.
답변이 되셨는지 모르겠네요. 모쪼록 좋은 선택 하셔서 원하시는 직군에 딱 붙으시길 바라봅니다. 언제든지 의문점이 있으시면 질문 주세요.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 성심성의껏 답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금융 3종 : 한국금융투자협회에서 주관하는 금융자격증 시험 중 파생상품투자상담사(파투상), 증권투자상담사(증투상), 펀드투자상담사(펀투상) 자격증을 묶어 부르는 말이다.
*AFPK: 한국재무설계사. Associate Financial Planner Korea의 약자로, 한국 FPSB(Financial Planning Standards Board)가 주관하는 AFPK 자격인증시험을 말한다.
*CFA : Chartered Financial Analyst. 미국 CFA Institute에서 자격을 부여하는 공인재무분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