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멘토님. 지방에서 자재창고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28살 직장인입니다. 업무를 하면서 제 미래를 생각하다가 글을 남깁니다.
저는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대기업 물류 계열사에 입사하였습니다. 1년 차 때는 높은 연봉, 사회적 인지도, 복지 같은 조건이 좋아 솔직히 친구들을 만나면 우쭐한 마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2년 차가 되니 과연 이 업무가 제가 바라던 회사 생활인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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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과 주말을 포함해, 한 달에 8일을 쉬는데 그중 4일은 출근을 합니다. 창고관리를 하는 업무이다 보니 일과 휴식에 대한 경계가 없습니다. 주말에 걸려오는 전화는 일상이고, 해외여행 중에도 보이스톡으로 제품 출하를 진행해야 했습니다.
신입사원의 열정이 사라지니 이런 하루하루가 힘이 듭니다. 친구들과 풋살을 할 때도 잠시 쉬는 시간이면 핸드폰을 확인하고, 부재중 전화를 살피는 제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이후 퇴근하면 책상에 앉아 정말 이게 원하는 삶인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저는 단순히 취업이 잘 될 것 같다는 이유로 물류직을 선택했습니다. 취업을 떠나, 가장 재미있었던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니 인턴 근무할 때가 떠오르더라고요.
저는 공공기관의 인사 총무과에서 인턴 근무를 했습니다. 그때 부모님 세대의 근무자분들을 관리하는 직책을 맡고 있었는데 사람들과 어울리며 그 사람들의 업무를 분담하고 조율하는 과정이 즐거웠습니다. 또, 그분들과 함께 하는 체육대회를 기획하고 완성하는 과정이 참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업무강도도 세지 않았고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주말 근무도 없었습니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니 남들이 부러워하지 않는 직장, 낮은 연봉을 택하더라도 인사관리라는 업무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주말 근무에 지친 직장인의 막연한 동경일 수도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미쳤다고 합니다. 곧 결혼하게 될 여자친구, 부모님도 모두 반대를 하세요. 솔직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내년이면 29살인데 재취업이 보장된 상황도 아니면서 남들이 들어오고 싶어 하는 기업을 그만두는 것이 걱정되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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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현직에 계시는 멘토님께 여쭤보고 싶습니다. 제가 과연 인사업무 혹은 총무업무를 해도 될까요? 좋은 경험으로 남은 인턴 근무 당시의 직무가 인사 업무가 맞나요?
특히, 인사 총무와 관련된 자격증도 없는데 입사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고민이 많아 글이 길어졌네요. 답답한 상황에 멘토님의 답변을 기다립니다.
💬 한동수 멘토의 답변
안녕하세요. 우선 저에게 이렇게 솔직하게 고민을 나눠 주셔서 감사합니다.
처우보다 일이 먼저입니다
아마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할 때 모두 '이 직무가 정말 나에게 맞는 일인가? 앞으로 계속 이 길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할 거예요. 졸업을 앞둔 후배들에게 요즘 어떻게 지내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삼성, 현대, LG 등 대기업 취업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공계 친구들은 당연히 연구원 쪽으로 준비하겠지만 인문계 친구들에게 “그래서, 무슨 일 하려고?”라고 물으면 그에 관해서는 딱히 고민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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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은 중요치 않고, 얼마나 많은 돈을 주고 좋은 복리후생을 지원해 주는 회사인지 따지는 것입니다. 이것이 장래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되어 버린 것이지요. 아마, 입사하게 되면 대기업의 시스템이 알아서 적성에 맞는 직무를 찾아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입사 전 직무를 먼저 이해해야 해요
기업에는 정말 많은 직무가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학생은 여러 직무에 관해 잘 알지 못하니까 막연하게 마케팅, 홍보, 인사, 영업, 회계, 경영기획 등 인기 있는 부서만 진로로 고려합니다.
인사 부서만 해도 인재운영, 인재육성, 채용, 조직 문화 등 여러 갈래의 직무가 있습니다. 직무에 관한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일하니 본인이 생각했던 직무와 달라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지요.
멘티님의 자격 사항, 수상경력 등을 미루어 짐작컨데, 굉장히 진취적이고 창의적인 분일 것 같습니다. 아마 유통관리사나 물류 관리 자격증 때문에 물류센터로 발령을 받은 것 같은데요.
그쪽 업무는 반복해서 할 일이 대부분이어서 지루하고 따분할 수 있습니다. 또 업무 특성상 주말에도 편하게 쉴 수 없으니 여러 가지로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쯤 되면 멘티님이 생각했던 직장생활과 현재 상황에 괴리감을 느끼실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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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점에서 멘티님이 확실하게 짚고 넘어갈 부분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물류 업무가 정말 멘티님과 맞지 않는지. 둘째, 인사 업무나 총무 업무는 멘티님에게 맞는 업무인지. 이 둘을 꼭 고민하셔야 합니다.
혹시 요즘 너무 힘들어서 다른 분야의 업무에 관심이 생긴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파악하시고 지금 단순히 업무 강도가 약하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일이 필요한 것은 아닌지 자신을 돌아보시면 좋겠어요.
이 두 가지 고민에 답을 내리고 이직을 고려하세요. 그냥 이직이 아닌, 직무를 바꾸는 것은 정말 신중하게 생각하셔야 합니다.
인사와 총무는 업무가 조금 다릅니다
이제 인사 업무와 총무 업무에 관해 설명을 하겠습니다. 보통 보수적인 회사는 인사와 총무를 묶어서 운영하고, 인사 부문이 중요한 회사는 인사팀을 별도로 운영합니다.
우선 업무부터 구분해 볼게요. 인사는 직원의 채용부터 퇴직까지의 전반적인 일을 다루는 부서입니다. 채용, 이동 배치, 승진, 보상, 퇴직, 조직문화 등과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죠. 총무는 회사 자산 관리, 비품 관리, 행사 기획, 의전 등의 업무를 수행합니다. 인턴 때 경험하셨던 일은 총무 일이고요.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인사 쪽은 야근이 많지 않은 반면, 총무 쪽은 야근이 많은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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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업무를 하기 위해 특별한 자격증은 필요하지 않으나, 인사 관련 자격증은 공인노무사나 *SHRM이 주관하는 자격증, 경영지도사 등이 있고, 총무 쪽은 자격증보다는 거래처 관리하는 능력, 보험관리 등의 협상 능력이 필요합니다.
또 인사 쪽은 고용노동청, 병무청, 장애인 공단 등의 중앙기관과 협업할 일이 많아서 노동법 같은 법률 지식을 많이 공부하게 됩니다. 또 숫자를 많이 다루기 때문에 불꽃 같은 엑셀 실력도 필요하지요. 총무도 마찬가지로 관공서나 거래처 업무가 많기 때문에 계약 관련된 법률 지식이 필요합니다.
인생에 정답은 없습니다. 제가 멘토로서 드릴 수 있는 말은 내 인생은 내 것이지, 회사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젊었을 때는 다른 친구들보다 많은 돈을 버는 것이 좋아 보이지만, 나중에 결혼하면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게 능력이 되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삶이 됩니다.
본인의 10년, 20년 뒤를 생각해서 신중하게 결정하세요. 지금 이렇게 걱정하고 고민하는 모든 일이, 지나고 나면 다 멘티님의 능력과 힘이 될 겁니다. 어떤 결정을 하게 되더라도 후회하지 않으실 거예요.
이런 이야기는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나눠야 하는데요. 지금 고민이 많으시겠지만, 주변 사람들 조언도 많이 듣고 무엇보다 본인의 의지로 좋은 결론 내셨으면 좋겠네요. 진심으로 멘티님의 앞날을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SHRM(Society for Human Resource Management): 인적 자원 관리 학회.
기타로 솜사탕 빚는 솔이결이아빠입니다.
현재 HR 업무 12년차이고,
'내일날씨'라는 출판, 편집 디자인 회사에서 전략경영실을 맡고 있습니다.
'Decibel zero' 라는 밴드에서 기타를 치고 있으며,
고리타분하고 뻔한 이론 얘기가 아닌
삶과 직장 실무 속에서 겪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