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외국 대학을 졸업한 취준생입니다. 최근 기획 직무에 관심이 생겨 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직무와 관련해 궁금한 점이 많아 멘토님께 이렇게 질문을 남깁니다.
ⒸLeszek Czerwonka
2. 기획 직무의 커리어 패스를 알고 싶습니다. 5년 차, 10년 차가 되면서 직급이 올라갈 텐데 직급에 따라 업무가 어떻게 바뀌나요?
3. 기획 직무에서 일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량은 무엇인가요? 어떤 분은 꼼꼼함과 빠르고 정확히 일을 해내는 능력이라고 하셨는데, 멘토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4. 저는 외교학을 전공했고 다른 공기업 시험 준비로 경제학을 조금 공부했습니다. 하지만 회계나 재무는 배운 적이 없는데, 이것이 지원할 때 많이 불리할까요?
5. 마지막은 개인적인 진로 관련 질문입니다. 제가 성격상 낯을 가리는 편이고 너무 정직한 나머지 융통성이 없어 보인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대신 배려를 잘하고, 상대방의 얘기를 잘 들으며 공감해 준다고 합니다. 친구들은 이런 제 성격이 사기업에 맞지 않을 거라고 하더라고요. 현직자로서 멘토님은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시간 내어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답변 기다리겠습니다.
💬 멘토의 답변
안녕하세요. 질문을 구체적으로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바로 답변드릴게요. 다만, 제가 답변 드리는 모든 내용은 회사마다 차이가 있으니 이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jannoon028
기획팀은 데이터를 주로 다룹니다
제가 소속된 기획팀의 가장 큰 역할은 손익 관리, 경영계획 수립, 각종 회의체 관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해외 19개 법인의 손익 관련 이슈를 정리하여 각종 내부보고 회의자료를 작성하고, 주간, 월간, 연간 데이터를 관리/가공합니다.
이때 인수·합병한 회사도 함께 관리하며, 각 계열사 지주회사와의 손익/이슈 관련 소통 업무도 합니다.
연말이 되면 다음 해 경영계획을 수립합니다. 연중 가장 큰 행사라고 할 수 있죠. 각 법인과 함께 국가별 각종 지표, 미래경영환경, 당사 고객군의 변동요소, 인건비 변동요인 등을 고려하여 예상 손익계산서에 기반한 내년도 경영계획을 수립하는 작업을 진행합니다.
커리어 패스 부분은 현실적인 말씀을 드릴게요. 어느 부서든 큰 맥락에선 비슷하겠지만, 사원과 대리같이 낮은 직급에서는 단순 취합 업무를 많이 합니다. 저는 이 업무를 팩트 체크 업무라고 일컫는데요.
객관성이 보장된 자료를 바탕으로 가공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에 각종 지표를 객관화하는 작업을 보통 1~3년 직급이 수행하는 업무라 보시면 될 것 같아요.
그 이후는 사원마다 유의미한 보고서/평가서를 작성하는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이때 뒷받침되는 지식이 풍부한 사람은 더 양질의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겠죠.
그 이후의 커리어는 리더의 커리어라고 보시면 됩니다. 보고서를 가공/수정하여 최종자료를 만들고 경영진의 의사결정을 이끌어내는 업무를 합니다. 업무 총괄이라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네요.
Ⓒrawpixel
꼼꼼함과 의사소통 능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기획 업무를 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을 물어보셨는데, 다른 분의 말씀처럼 저 역시 꼼꼼함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고 싶어요. 입사 후 초반, 약 5년간은 지루하게 자료를 봐야 할 일이 많아 자칫 꼼꼼함을 잊을 수 있습니다.
팩트체크는 모든 분석자료의 기반입니다. 이 작업에서 오류가 있다면 그 이후 단계에서 경영진에 잘못된 보고가 올라갈 수도 있어요. 그렇다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되죠. 따라서 꼼꼼한 일 처리 역량이 기획 업무에는 꼭 필요합니다.
두 번째 필요 역량으로는 내부적인 의사소통 능력을 꼽고 싶네요. 영업과 달리 기획 업무는 대부분 사내 유관부서와 협업을 하며 업무를 진행하는데요. 유관부서와의 관계는 일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는지를 좌우하기 때문에 소통 능력이 중요합니다.
또 회계와 재무를 배우지 않으셔서 걱정하시는데, 이게 입사 지원 시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제가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다만 재무회계적인 지식이 있으면 재무/회계적 툴 내에서 자료를 일차 검증할 수 있으니 관련 지식이 부족한 구성원과 비교를 한다면 입사 시 우위를 점할 수 있겠죠.
ⒸLife Of Pix
하지만 입사 후 회사에서 배울 수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1~5년 차 직급에서 향후 멘토님의 커리어를 준비하실 때 같이 준비하셔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마지막 질문에 답을 하며 마무리하겠습니다. 융통성이 부족한 성격이 사기업에 맞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는, 요즘 시대에는 조금 맞지 않는 이야기가 될 수 있습니다.
약함 속에 강함이 있고, 강함 속에 약함이 있다는 이야기를 해드리고 싶습니다. 또 모든 것에는 중도가 가장 중요하다는 말씀도 드리고 싶고요. 어느 정도의 융통성은 분명히 업무수행에 도움을 줄 요소이지만, 과하면 독이 되는 것 같아요.
같이 업무를 수행하는 상대 파트너 중 불통, 다혈질인 사람과는 업무 효율을 기대하기 힘듭니다. 팩트/논리에 기반한 자기주장을 하되, 틀렸으면 얼마든지 상대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시선을 조금 더 오픈하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