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답답한 와중에 잇다 사이트를 둘러보다가 이렇게 멘토님께 글을 남기게 되네요. 저는 한국에서 경영대를 졸업했고, 현재는 미국에서 인턴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까지 오게 된 과정을 조금 길지만 말씀드려 볼게요.
제가 처음 일한 건 학교 다닐 때였는데요. 평소에 좋아했던 스포츠 마케팅 회사였어요. 그런데 스포츠 이벤트를 기획하는 활동은 재미있었지만, 페이스북이나 블로그 같은 소셜 미디어를 관리하는 일은 재미가 없다는 걸 알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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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에 졸업을 하게 되었고, 이번에는 통상학과라는 전공을 살려 물류 회사 쪽으로 취업을 했어요. 그런데 지금까지의 활동 중에 제일 재미가 없더라고요.
대체 나는 뭘 해야 될까 생각을 하던 중에 기술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고, 곧 IT를 떠올렸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헬스 건강 웰빙 쪽이나, 페이코 페이팔 같은 결제 시스템 분야로 창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거예요.
이런 생각을 하면서 미국 인턴십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마침 신용카드 관련 한인 회사의 구직 자리가 나왔어요. 그래서 IT나 결제 시스템 등에 대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입사했는데, 전혀 그렇지가 않았어요. IT는 아예 다른 층에 있고, DATA ENTRY 업무를 맡아 종일 데이터 입력만 하다 보니 시간이 너무 아까워요.
미국에 오기 전에 생활코딩이라는 사이트를 알게 됐는데요. 미국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이 사이트를 통해 프로그래밍을 한번 독학해보자는 마음을 먹었던 거거든요. 그런데 회사 일은 도움도 안 되는 것 같고 프로그래밍 강좌는 들을수록 뜬구름 잡는 것 같아 고민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질문드리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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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원래는 제가 기업 분석하고 공부하는 걸 굉장히 좋아했었는데요. 사실은 멘토님 이력에 IT Consulting이라는 단어를 보고 궁금해서 질문을 드리게 된 거예요. IT consulting이란 어떤 분야이고, 어떤 일을 하나요? 또 어떤 공부를 하면 되는 건지도 궁금해요.
2. 아직 근무한 지 2개월밖에 안 됐지만 가능하다면 다른 관심 있는 분야로 회사를 옮기고 싶은데요. 해외 구직의 팁 같은 걸 얻을 수 있을까요?
3. 마지막으로 근본적인 질문인데요. 이런 분야 공부를 하는 게 저랑 맞는 걸까 하는 고민이 들어요. 멘티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제 27살이 되었지만, 이룬 것 없이 이것저것 시도만 하다가 만 듯해 좌절감도 들고 막막하네요. 그래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에 요즘 영어 공부도 정말 많이 하고 있고, 정보 검색도 많이 하려고 해요. 이런 제게 멘토님이 써 놓으신 ‘부족해도 어디든 도전하면 길이 있다’는 말이 너무 희망적이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답변 기다릴게요!
💬 Eunji Park 멘토의 답변
멘티님 안녕하세요. 그럼 현재 미국에 계신 건가요? 저도 독일에서 막 잠들던 참인데, 메일로 온 멘티님의 질문을 보고 이렇게 답변을 씁니다. 우선 쉬운 부분부터 이야기해 볼게요.
IT Consulting, 두 가지 직무로 나뉘어요
첫 질문에서 IT Consulting에 대해 물어보셨는데요. IT Consulting은 회사의 특성, 주로 다루게 되는 Topic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제가 다녔던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컴퓨팅, 컨설팅 등과 관련된 IT 회사를 기본으로 설명을 드리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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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미국에 소재한 O 기업이나 S 기업 같은 회사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여 라이선스와 컨설팅 역량을 파는 회사지요. 그래서 자사의 제품 지식을 기반으로 고객을 만나 영업 활동을 지원하는 Presales consultant와 제품 판매 이후 실질적인 시스템 구현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consultant로 나뉩니다. Presales consultant의 경우, 소프트웨어는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니까 특장점 등을 해당 고객사에 맞게 미리 잘 설명해야 하죠.
각 회사마다 두 직무를 부르는 명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직무 설명을 꼼꼼히 읽어보시는 것이 중요하고요. O 기업의 경우 전자를 Presales 혹은 Sales Consultant(SC)라고 부르고, 후자를 IT consultant라 부릅니다.
그중에서도 제가 속한 Presales라는 직무를 보면요. 고객을 발굴하고 고객의 프로세스를 분석하고, 제안 작업을 진행하는 등의 업무를 하는데요. 쉽게 생각하면 비즈니스 컨설팅적인 요소에 IT라는 지식을 가미했다고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여기서 다시 비즈니스 쪽으로 강점을 가지는 Consultant와 기술 쪽으로 더 지원하는 Technical consultant로 나뉘기도 합니다.
위에서 IT consultant라고 지칭한 고객 프로젝트 지원 업무의 경우, 주로 고객사로 직접 파견되어 정해진 기간 내에 계획된 임무를 완수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입니다. 해당 제품에 대한 깊은 이해는 물론, 출중한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프로젝트 관리 능력이 필요합니다.
혹 IT Consulting을 하고 싶다면, 이 중에 본인의 성향에 잘 맞는 방향을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같은 IT Consulting 분야라 하더라도 필요한 역량이 매우 다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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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ume와 Cover Letter
두 번째 질문이었던 해외 취업 팁에 관해서는 제 경험을 먼저 얘기해 드릴게요. 저도 아주 예전에(2009년) 미국에서 인턴 자리를 구했었는데, 어쩌면 지금은 상황이 조금 다를지도 모르겠네요. 아쉬웠던 부분은 Google 등 제가 욕심을 냈던 큰 기업들은 여름과 겨울 인턴을 정해진 기간에만 뽑았기 때문에 제가 구직을 하던 기간과 맞지 않아 지원서조차 내지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도 욕심이 나서 여러 번 수업 전에 찾아가 이력서를 전달했었지요. 하지만 작은 기업이나 기관들은 수시로 인턴을 뽑으니 링크드인 등의 사이트를 통해 꾸준히 기회를 탐색하는 것이 가장 기본일 것 같습니다.
외국에서의 취업 활동은 어찌 보면 한국보다 쉬운 점도 있는 것 같습니다. 똑같은 Resume를 형식 변경 없이 여러 회사에 보낼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오히려 Cover Letter가 더 중요하기도 하지요.
특히 신입 혹은 인턴의 경우 지원하는 업무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경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Cover Letter를 통해 지원하는 영역에 대한 이해 정도와 본인의 열정을 피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참고로, 신입의 Resume는 한 장을 넘어서는 안 되고, 이력서에 포함되는 영어 단어는 google에서 "Resume Voca" 등의 키워드를 검색해서 그 안에 포함된 단어를 써주는 것이 좋습니다.)
어느 취업 과정이나, 성실히 기회를 찾고 많이 지원하는 것이 가장 기본이라 생각합니다. 본인 스스로 세운 기준으로 가능성을 낮추기보다, 관심 있고 잡고 싶은 기회는 부지런히 지원하는 것이 좋지요. 이력서를 쓰는 방법이나 면접 요령 등은 직접 부딪히면서 배우는 것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taylor jacobs
작은 경험이라도 한 발 더
마지막으로는 어떤 분야를 선택해야 할지 근본적인 고민을 적어 주셨네요. 이건 본인 이외에 누구도 찾아줄 수 없는 부분이겠지요. 마케팅이든, 무역이든, IT든 결국에는 멘티님이 선택해야 할 부분이니까요.
어느 분야가 트렌드이니 그 길을 따라야겠다는 생각은 단편적인 고민밖에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트렌드는 결국 변하고, 내가 원하고 즐기는 길이 아니면 결국 지쳐 오래 할 수가 없으니까요. 그런 면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꾸준히 고민해가는 멘티님을 보니 기특하고 응원해주고 싶습니다.
다만, 세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어떤 길을 가든, 현재 멘티님이 경험하는 것들이 어떠한 경우에서든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았으면 합니다. 특히 창업에 대한 생각을 하는 중이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비록 직접적으로 IT에 대한 기술을 쌓을 수는 없지만, 조금 더 마음을 열고 기회를 찾는다면 현재 재직 중인 곳에서 IT 담당자를 만난다거나 결제 시스템에 대한 이해를 조금 더 넓혀 나중에 창업 시 활용할 수 있겠지요.
또한, 현재의 업무가 단순 데이터 입력일지라도, 이 데이터를 왜 입력해야 하고, 이것이 시스템으로 흘러들어 가면 어떻게 작동이 되는지 등 주어진 업무에서 한 발 한 발 더 들어가 고민해보는 훈련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마음가짐은 이력서나 면접에서도 드러납니다. 같은 경험을 했더라도 누군가는 'A에서 일했고, B에서도 일했고, 그냥 기회가 닿아서 이런저런 일을 했습니다.'라고 할 수 있지만, 누군가는 'A에서는 이런 일을 했는데 이런 면에서 제게 맞지 않다고 생각했고, B에서는 비록 작은 일을 했지만 제가 하는 일이 이렇게 저렇게 회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라고 보다 정돈된 생각을 말할 수 있는 것이지요.
Ⓒehud neuhaus
프로그래밍 공부, 좋은 시도입니다
프로그래밍 공부에 대해 짧게 말씀드리자면, 좋은 시도라고 칭찬부터 해드리고 싶습니다. 무엇이든 아무리 기본적인 공부만 한다고 해도, 아예 모르는 것과 조금이라도 아는 것은 이해의 범위가 다르지요. IT에 관심을 가졌다면 조금씩 이해도를 넓혀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창업을 위해 시스템을 개발할 만큼의 수준을 원하신다면, 제대로 교육 과정을 밟지 않는 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조언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라면 프로그래밍을 잘하는 동료를 찾아볼 것 같아요. 대신 제가 강점인 부분에 더 몰입하면서, IT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그 친구에게 내가 원하는 바를 잘 알아듣게 설명을 하는 게 좋겠지요.
이래저래 말이 너무 길었네요. 짧게 정리하자면, 지금처럼 지치지 말고 도전하시기를. 다만 내가 원하는 분야를 아직 찾지 못했다 할지라도 그 역시 큰 경험이고 배움이니 좌절하지 마시기를. 그리고 어쩌면 내 앞에 주어진 작은 일이 하찮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그 작은 일들을 하나씩 해나가다 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나만의 분야가 생기기도 한답니다. 이 부분이 제가 지금까지 생활해오면서 배운 교훈인 것 같네요. 힘내시고, 본인을 조금 더 믿고, 주어진 기회 놓치지 않으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시원하지 않은 답변이었을 것 같아 걱정이네요. 조금이나마 고민에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