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이번에 약리 독성 연구 부문에 모두 지원을 했어요. 비록 학부과정이었지만 동물실험도 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약리독성학 연구를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지원한 것입니다. 그런데 서류 전형을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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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서에 직무와 관련된 지식을 잘 녹여내지 못해서일까요? 아니면 석사과정 이력이 이 직무를 하기에 부적합한 것일까요? 주위에 약리 독성 연구직에 취직한 사람이 없으니 물어볼 데가 없어 답답했는데, 잇다에서 멘토님을 발견하고 기쁜 마음으로 질문을 남깁니다.
우선, 저는 학부는 유전공학과를 졸업했고, 분자 생식학 연구실에서 석사 과정을 마쳤습니다. 석사과정 때 분자생물학 실험 및 생식학 관련 연구를 했고 동물 세포와 실험용 쥐의 난자를 이용한 실험도 했습니다.
약리 독성직무는 질병의 원인 및 기전에 관한 이해를 바탕으로 약물의 작용을 알아보는 실험을 계획하고 연구하는 일이라고 들었습니다. 또 약물의 독성을 최소화할 방법을 모색하고 전략적인 평가방법으로 신약개발을 앞당기는 일을 한다고 알고 있어요. 그래서 이를 녹여서 자소서를 썼습니다.
제가 잘못 알고 있거나 놓치고 있는 세부사항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를 멘토님이 구체적으로 알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이 직무의 연구원이 되기 위해 제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알려주세요.
💬 멘토의 답변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와 이력이 비슷해서 반갑고 안타까운 마음도 드네요. 연구실 후배라고 생각하고 이야기를 해볼게요. 편하게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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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멘티님의 이력으로 근무가 가능한 제약회사의 연구부서를 세분화해볼게요. 세 분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약리 분야(PD:약리, 비임상 / PK: 약동학), 독성 분야(toxicity), 그리고 세포실험 분야(in vitro)입니다.
제약회사의 규모에 따라 이를 세분화하거나 통합해 운영하는 경우도 있어요. 제가 다니는 연구소는 PD+toxicity, PK+in vitro로 나뉘는데 팀이 통합되어 있지만 담당 업무는 확실히 구분됩니다. PD 연구원이 독성 연구를 하는 일이 거의 없고 PK와 in vitro 연구원도 업무가 섞이지 않아요.
기초 과학 전공자가 많지 않습니다
그럼 제가 다니는 연구소를 기준으로, 연구원들의 이력을 살펴볼까요? PD의 경우, 약사와 수의사가 95%의 비율로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저만 생명과학부 출신이죠. Tox도 수의사가 95% 비율을 차지하고 멘티님같이 유전학을 전공해 석사과정을 마치신 분이 한 분 계십니다.
PK의 경우는 수의사와 약사가 60%를 이루고 있고 in vitro는 약사가 20% 정도 있고 대부분 일반 생명과학 관련 전공자입니다. 조금 감이 오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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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티님이 원하는 약리 독성 분야에 기초과학 전공자가 많지 않습니다. 다른 회사에는 위에서 말씀드린 것보다 비율이 낮아지긴 하겠지만, 보통 수의사와 약사를 원하고 경력이 있는 사람을 선호합니다.
그럼 저는 어떻게 입사했는지 제 이야기를 할게요. 저는 생명과학부를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해 분자세포 생물학 전공 이학박사 학위를 취득했지만 의학대학원에서 내분비대사학 연구를 했습니다.
입사 지원 당시, 회사에서 내분비 대사질환 신약개발을 할 사람을 찾는 중이었어요. 제가 약사와 수의사는 아니지만 박사 학위가 있어 과제를 이해할 수 있었고 관련 실험도 가능했기 때문에 운이 좋게 선발되었습니다. 이후로는 계속 약대 출신의 연구원이 들어왔고요.
입사 후 연구를 하다 보니 왜 전공의 제약이 큰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연구의 이해와 실험은 생명과학 전공자들이 잘할 수 있지만 제약의 몇몇 업무는 약사와 수의사가 유리한 부분이 있습니다. 특히 독성 쪽 보고서는 담당 수의사의 직함이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멘티님이 대기업 연구소의 약리 독성 분야에 지원한다면 지금 이력이 불리한 건 사실입니다. 2차 면접까지 가면 경쟁력이 있지만, 서류를 통과하기 어려울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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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내부 상황을 알면 합격률을 높일 수 있어요
회사는 지원자가 앞으로 함께할 프로젝트를 얼마나 잘 이해할지, 관련 실험이나 과제를 한 적이 있는지를 먼저 봅니다. 2차 면접이나 최종 면접에 가서야 인성과 세부 이력을 살피게 되죠.
그러니 서류 전형에 더 주력해야겠죠? 이력서 작성 팁을 드리자면, 이력서를 쓸 때 많은 지원자가 대학원에 다니면서 어려운 일을 해냈거나 본인이 잘하는 것을 씁니다. 그것보다는 회사가 어떤 연구를 할 사람을 뽑는 건지 먼저 파악하고 써야 합니다.
회사 정보에 접근하기 어렵다면, 회사의 최신 기사나 홈페이지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어요. 예를 들어 그런 정보를 통해 항암, 면역, 당뇨 연구를 주로 하는 회사라면 자소서를 쓸 때도 단순히 독성과 약리 연구를 하겠다고 쓰면 안 되겠죠. 항암 독성을, 당뇨 약리를 연구하고 싶다는 식으로 구체적으로 작성하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의 내부상황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는 게 관건입니다. 어렵지만 이런 방식으로 접근하면 서류전형 합격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멘티님. 지금부터가 더 중요해요! 지금 취업을 준비한 지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지만, 마지막 합격까지 더 많이 지원하고 오래 기다려야 할 거예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서류 합격률이 높아지고 면접도 보게 될 겁니다. 그 경험이 최종 합격을 위한 경험이 됩니다.
멘티님이 꼭 합격하길 바라고 응원하겠습니다! 지속적인 멘토링이 필요하다면 또 연락해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