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님, 안녕하세요! 한동안 직무를 정하지 못하다가 최근 구매 업무에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4학년이라 출발이 늦다고 생각하지만 잘 시작하고 싶어 도움을 요청합니다.
간단히 제 소개를 드리면, 저는 한 지역 광역시에 살고 있는데요. 성적에 맞춰서 영어영문과를 선택했었고, 학점은 좋지 않았지만 제대 후 열심히 회복하고 있습니다. 공장이 많은 주변 분위기에 영향을 받아 산업경영공학부를 복수전공 하고 있고, 꽤 열심히 해서 전국 산업경영시스템공학회에서 상도 탔습니다. 학교에서 *캡스톤 1등을 하기도 했고요.
지금은 캐나다에서 영어 공부 중에 있습니다. 사람 좋아하고 얘기하는 걸 좋아해서 외국인 친구들이랑도 곧잘 대화합니다. 하지만 이제 곧 다시 돌아가야 할 시기가 오면서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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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좋아하고 접해온 게 자동차라 자동차 회사(H 사, K 사 등) 취업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구매 부서에 대해서는 막연히 회사를 위해 싸고 좋은 물건을 사는 부서라고만 알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멘토님께 이렇게 질문을 드립니다.
1. 구매 직무에 필요한 덕목은 무엇인가요?
2. 종사하는 산업이나 산업군은 어떤 시각으로 봐야 하고 어떻게 어디까지 공부하는 게 좋을까요?
3. 필요한 자질(자격)이나 경험은 무엇일까요?
4. 제가 했던 경험으로 구매 직무에 가질 수 있는 강점은 무엇이고 약점은 무엇인가요?
캐나다에 있는 남은 시간 동안 고민을 좀 더 하다가 한국에 돌아가자마자 달리려고 합니다. 잘 부탁드릴게요! 그리고 이외에도 해 주고 싶은 말씀 있으시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캡스톤 : 창의적 종합설계 능력을 갖춘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프로그램. 현장에서 부딪히는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기 위해 졸업 논문 대신 기획부터 제작까지 일련의 과정을 학생들이 직접 수행한다.
💬 멘토의 답변
멘티님, 안녕하세요! 월마감 중이라 답변이 늦어 죄송합니다. 잠시 변명을 하자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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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구매팀은 월마감을 진행합니다. 물건을 샀으니 돈을 줘야죠. 그런데 매번 그때마다 지급하기가 어려우니 일반적으로 월단위 처리를 합니다. 제가 지난주 목요일부터 오늘까지 바빴던 건 이 월마감에 업무가 쏠렸기 때문이에요.
구매팀에서 일을 하게 되면 매달 월말 - 월초에는 야근을 할 수밖에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원래 하던 일은 그대로인데 돈 계산이 추가되니까요. 그럼 이제 질문에 대해 하나씩 답해볼까요?
모든 부서가 구매와 연결됩니다
첫 번째 질문. 필요한 덕목은 뭘까요? 음, 덕목이라는 단어를 따로 생각해보진 않았지만, 경험자로서 느낀 바를 말하자면요. 구매는 생각보다 많은 부서와 일을 하기 때문에 협업의 마인드가 굉장히 중요해요.
회사의 일이 돌아가는 한 사이클을 살펴보면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먼저 연구소에서 제품을 개발할 때 구매팀에 필요한 걸 요청하지요. 이렇게 개발이 되면 영업 부서가 오더를 따오는데, 이때 필요한 수량을 적시에 만들 만큼의 원료/자재가 있는지 구매팀에 체크를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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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료가 들어오면 품질에 이상이 없는지 품질 부서가 체크하고요. 이동은 물류 부서가 맡고, 생산하다 생겨나는 문제는 제조 부서가 담당하죠. 이때 각각 구매팀에게 문의를 하게 됩니다. 거기에 돈을 줘야 하니 재무 부서까지 들어가, 결국 모든 부서가 구매와 연결됩니다.
여기서 구매 부서의 장점과 단점이 나오는데요. 단점은 너무 바쁘다는 거예요. 정신이 없죠. 좀 오버하면 전화기를 붙들고 삽니다. 외부에서 온 물건이다 보니 문제를 내가 직접 해결해 주기보다는 다시 외부와 연락을 해야 합니다. 통화가 두 배로 많죠.
동시에 이 단점이 장점이 되기도 하는데요. 워낙 여러 부서와 여러 가지 접점을 갖고 연락을 하다 보니 친분이 생기고 배우는 것도 생긴다는 것이죠. 다만 이 구조는 산업별로 모두 다릅니다.
다음 답변으로 넘어가 볼까요? 산업에 대한 이해와 공부 범위를 질문해 주셨는데요. 저는 화학 업종에서 일하다 보니 화학 약품을 탱크로리(기름 싣고 다니는 트럭 보셨죠?) 단위로 구매하거나 더 큰 배 단위로 구매하기도 해요.
하지만 멘티님이 원하는 자동차 업계는 다르죠. 부품 단위로 구매를 하죠. 제가 하는 것처럼 톤이나 킬로그램 단위로 구매를 하는 것과는 다를 거예요. 이처럼 산업이 달라지면 같은 직군의 업무도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생각하셔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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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자동차 업계의 구매를 정확히 알지는 못합니다. 다만 자동차 업계는 완전공급시장으로 *바잉파워가 세지만 화학 업계는 셀러마켓이라 바잉파워가 약하죠. 자동차 업계는 부품의 검증을 위해 품질 부서가 구매 부서와 함께 있고, 때에 따라 연구 부서가 함께 있기도 한 거로 알고 있어요. 하지만 화학은 각각 완전히 다른 부서죠.
해당 회사의 기술에 대한 이해가 필수입니다
또 제품을 사서 그대로 되파는 회사가 있다면 그곳의 구매는 또 다른 상황을 맞이하게 될 거예요. 어디까지 공부해야 하는지도 결국 업계에 따라 다르다는 거죠. 하지만 제조업의 구매팀은 그 회사의 기술에 대한 이해가 기반이 되어야 강점을 가질 수 있습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자동차 업계라면 기계과가 유리하겠죠? 저희는 화공과나 화학과가 유리할 테고요. 이는 구매하는 제품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돼야 응용을 통해 구매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고요. 실제로 많은 회사가 엔지니어나 연구소에서 일하던 사람이 구매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술에 대한 이해를 실무로 접해봤으니까요.
저희의 경우에는 수입건이 많아서 영어나 중국어, 일어 등 외국어도 중요하답니다. 자신의 강점(영어)을 살리고 싶다면 외자구매가 많거나 중요한 회사에 가시는 것이 유리하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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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직무에 신입을 뽑는 경우는 드물어요
필요한 자질이나 경험이란 것이 직군에 따라 정해진 답은 없는 것 같아요. 사실 입사 면접에서 협상을 잘하니 구매 부서에 가야 한다고 해도 그대로 믿기는 어렵고요. 또 어떠한 경험 하나만 보고서 구매 직무를 잘할 것이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죠.
최초의 자질이나 경험을 보기보다는 보통 그 회사의 성향이나 인재상에 잘 맞는 사람들을 뽑아서 그중 하나를 구매로 보내게 됩니다. 앞서 말했듯 구매팀은 타 부서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보니 신입을 바로 뽑는 경우가 적고 티오도 적어요. 이 부분은 취업난에서 더 어려움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테니 잘 알아보셔야 해요. 보통 구매팀의 인원은 영업사원의 1/10 이하 수준이랍니다.
자격증에 관해 말씀드리면, *CPSM 이라는 전문 자격증이 있지만 경력이 필요해서 학생은 어려울 거고요. 국내에서 하는 *KPM 도 있는데, 사실 자격증 쪽은 제가 잘 모르겠네요. 자격증 있다고 뽑진 않거든요. 그만큼 자격증 하나로 나의 구매 능력을 검증할 수가 없다는 이야기가 되지요.
한계를 뛰어넘을 고민이 필요합니다
단정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조심스럽지만, 개인적으로는 문과생이 구매를 하는 건 좋은 생각은 아니라고 봐요. 단기라면 괜찮을 수도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제품과 기술을 이해하는 데 한계가 생기기 때문이에요. 대신 재무 쪽과 연결되어 그쪽을 배우게 되는 장점을 가질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아예 문과 출신은 안 뽑는 회사도 있는 거로 알고요. 쉽지 않은 길이 될듯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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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구매가 하고 싶다면 왜라는 질문에 더 많은 대답을 해보실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저는 구매팀이 가장 중요한 부서라 생각했고, 제가 그 중요한 일을 하고자 해서 시작했어요.
구매가 왜 하고 싶은가요? 스스로에게 좀 더 질문을 해보길 바랍니다. 그리고 해온 것들이 충분히 좋아 보여요. 복수전공도 그렇고요. 업계와 업무 특성을 알고 싶다면 M 사 쪽의 지인분이 더 좋은 답을 해주실지도 모르겠네요.
모쪼록 너무 미리 상심을 하지는 않으셨으면 해요. 그럼 꼭 원하는 바 이루길 바라면서 이만 쓸게요. 파이팅!
*바잉파워 : 지배적인 지위나 기업 규모의 크기를 배경으로 대규모 소매업 또는 대량 판매점이 갖고 있는 구매력을 이르는 용어.
*CPSM : 미공급관리협회(ISM; Institute for Supply Management)에서 주관하는 국제공인 구매공급전문가 자격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