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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을 위해 대학원을 그만두는 게 나을까요?
프리랜서 · UX Research
약 5년 전
💬 멘티의 질문
안녕하세요. 상경계열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대학원생입니다. 진로 고민이 많았는데 친구 추천으로 잇다를 알게 되고, 이렇게 글을 남기게 됐습니다. 

먼저 간단히 제 상황을 설명해 드릴게요. 저는 학부 때 경영학과 인간공학을 전공했습니다. 사실 디자인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인간공학을 공부하면서 큰 흥미를 느꼈지만, 계속 문과를 공부해 온 저로서는 이 분야에 도전하기가 두려웠어요.

그래서 부모님의 추천으로 경영 분야 대학원에 진학했는데, 문제는 제가 이 분야에 전혀 흥미가 없고, 재능도 없다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능률이 떨어지고, 논문을 붙잡고 압박감에 시달리다 흰 머리가 부쩍 늘어나고, 탈모와 피부병이 생겼습니다. 밤에 울면서 잠드는 날도 비일비재했어요.

domenico loia


흥미와 에너지를 전부 잃어버리자 저는 다른 진로를 계속 고민하다가 학부 시절 배웠던 인간공학, 그중에서도 디자인 수업을 떠올렸습니다. UI/UX 수업을 들었을 때 어렵긴 했지만, 제가 정말 재밌어했다는 걸요.

주변 이야기를 들어보니 공학 지식이 많이 필요하지 않은 디자인 분야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이후 저는 디자인 관련 서적을 찾아보고, 대학원을 새롭게 알아보면서 관련 분야에 종사하시는 교수님과 면담 약속을 잡는 등 디자인의 길이 제게 맞을지 탐색하는 중입니다. 

부모님께는 디자인 분야로 가고 싶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지금까지 해온 공부가 아깝다면서 석사는 계획대로 마치는 것이 어떻냐는 말만 하십니다. 사실 부모님의 말씀이 전부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저는 맞지 않는 일을 하면서 사람들과 부대끼는 것이 너무 싫고 빨리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큽니다. 

제 고민을 정리하자면, 일단 디자인 분야로 가기로 마음먹었는데 석사를 그쪽에서 새로 시작하는 것이 맞을지, 석사는 여기서 버티고 디자인 분야로 박사를 가는 것이 나을지 모르겠다는 겁니다. 주변에서 현직자를 찾기가 힘들어 이번 기회에 조언을 듣고 싶어요.

너무 막막해서 감정적인 글을 쓴 것 같아 부끄럽지만, 그만큼 도움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멘토님의 글을 기다리겠습니다. 

💬 김성미 멘토의 답변

john matychuk


맞지 않는 대학원, 과감하게 포기하세요

안녕하세요 멘티님! 잇다를 통해 본인의 고민을 들려줘서 고맙습니다. 멘티님의 절실한 마음이 느껴져서 어떻게 답장을 해줘야 할지 오래 생각을 했습니다. 저도 진심을 담아 조언을 드릴게요.

일단 지금 다니시는 대학원은 그만두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겪어보지 않았던 분야를 1년 동안 공부했고, 그 결과 본인에게 맞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히 알았으니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하고 싶은 분야까지 찾으셨으니까요.

거기서 졸업까지 하려면 논문 쓰느라 더 힘들어질 텐데 비용과 시간을 1년이라도 아끼고 건강을 찾는다고 생각하세요. 석사 이상에서는 학교에 다니다가 그만두는 건 아무 흠이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1년간 배웠던 내용은 언젠가 다시 써먹게 되니 너무 아까워하지 마세요!

저도 멘티님 같은 경험이 있었습니다. 고등학교에 다닐 때 저는 이과에 있었는데, 공부에 너무 흥미가 없어져서 진로를 고민하다 디자인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부모님은 일단 이과 쪽으로 대학을 나오고 디자인을 해보면 어떻겠냐고 말씀을 하셨죠. 

그래서 일단 이과반에 있으면서 미술학원에 다녀봤는데, 점점 디자인 대학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습니다. ‘이공대 4년 다녔다가 디자인을 배우지 말고, 그냥 디자인을 바로 하는게 낫지 않나’하는 간단한 결론인데, 그때는 정말 어려운 생각이었죠. 결국 저는 예체능으로 전과를 했었어요.

결국 그 결정은 저를 위한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부모님들은 다 비슷한 생각이십니다. 그래서 멘티님의 부모님 말씀도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단순히 학위를 받으려고 지금 원하지 않는 공부를 꾸역꾸역하시는 건 정말 힘든 일이에요. 디자인을 하고 싶다는 멘티님의 의지를 잘 설명해서 부모님을 설득해보시면 어떨까요? 


freepik



디자인 박사학위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디자인으로 박사 학위를 따는 것은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일단 디자인 분야에서는 박사과정이 타 전공과 비교하면 별로 없습니다. 산업, 실무 현장에서 발전한 분야다 보니 박사 정도의 심화과정이 부족한 거죠.

반대로 디자인은 실무 경험이 중요한 분야입니다. 실제 사용자와 소통한 경험이 있어야 좋은 디자인을 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실무 경험 없이 디자인 석사, 박사만 취득한 사람은 별로 인정받지 못해요.

그리고 대학원 교수님께 직접 들은 이야기인데, 박사 과정은 자기가 하고 싶은 연구를 하는 것 이상으로 펀딩도 받아야 하고, 지도교수와 밀접하게 관계를 맺으며 논문도 써내야 하니까 좋은 지도교수를 찾지 않는 이상 안 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고 합니다. 현재 디자인 분야에서는 제자를 정말 잘 이끌어줄 만한 박사 수준의 디자인 전문가가 부족하다고 하시면서요.

게다가 멘티님께서는 디자인을 공부해 보거나, 실무 경험이 없으니까 박사 과정으로 바로 들어가기는 쉽지 않을 거예요. 들어간다고 해도 학부 과정을 스스로 공부해야 할 겁니다. 

따라서 제 생각에는 멘티님이 지금 하고 계신 대로 디자인 공부를 계속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교수님과 면담하거나, 서적을 읽는 건 아주 잘 하고 있는 거예요. 

디자인은 학위 없이도 충분히 독학으로 해낼 수 있는 분야입니다. 본인이 원하는 것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스킬은 학원이나 독학으로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 독학이 가능하니까 실제로 대학에서는 그런 부분을 가르치지 않고요.  

peoplecreations



독학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는 방법

멘티님은 디자인 수업을 전혀 들어보지 않은 게 아니라서 지금 당장 디자인을 시작하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 같아요. 특히 관심있어 하시는 UI/UX는 인지과학, 인간공학, 심리학, 마케팅 등이 결합된 분야이므로 멘티님의 경험을 바탕으로 접근하시면 좋습니다. 

멘티님처럼 경영을 배운 사람이 디자인 기술도 갖추는 것은 굉장히 강력한 장점이 됩니다. 경영과 디자인은 서로 밀접한 분야에요. 국내 대학원 중에서는 국민대 인터랙션디자인랩이나 연세대 UX Lab, 서울대 UX Lab 등이 있습니다. 

대학원이 여의치 않다면, 독학하면서 스터디나 프로젝트 그룹에 참여해보세요. 실력을 늘리려면 직접 해보시는 것이 가장 빠릅니다. 다른 전문가들과 함께 일하고 무언가를 만들면서 배워보시는 거죠.

혹시 아이디어를 시각적, 물리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이 부족하시다면 어도비 프로그램을 써보면서 점점 발전시키면 됩니다. 

혼자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보는 것도 추천하고 싶어요. 예를 들어 평소 사용하는 모바일 앱 중에 사용하기 불편한 것이 있다면 디자인을 다시 해봐도 좋고,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분석할 수도 있습니다. 

멘티님이 앞으로 어떤 길을 걷든 응원하고 싶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얻는 기쁨이 얼마나 큰지 잘 아니까 더욱더 잘 되셨으면 좋겠네요. 궁금한 것이 더 있으시면 다시 질문해주세요. 

김성미 멘토
프리랜서 · UX Research
디자인/예술
한국에서 의자디자이너로 약 6년 일하다가 적정기술, 사회혁신에 관심을 갖고 유학길에 올랐습니다. 뉴욕에서 디자인전략대학원을 마치고 컵공유 스타트업에서 경험디자이너로 지냈습니다. 현재 한국에서 UX리서치, UX컨설팅, 디자인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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