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멘토님. 예전에 제게 쓸모없는 시간은 없다며 따뜻하게 조언해주신 걸 기억하고 다시 왔습니다.
저는 회계 직무를 준비하는 28살 여자 취업준비생입니다. 졸업 후 3년간의 공백이 너무 길어서 심적으로 불안합니다.
약 3년 전 졸업하고 1년 6개월 동안 세무 공무원을 준비하다가 그만뒀습니다. 애초에 기간을 정하고 공부했던 터라 그만둔 것을 후회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취업을 하려니 2년간 아르바이트를 했음에도 공백이 신경 쓰이네요.
ⒸMaja H.
저는 작년 6월부터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어요. 준비한 건 900 초반대의 토익 점수와 전산회계 1급, 전산 세무 2급 자격증밖에 없습니다. 면접 제안이 안 들어오니 답답합니다.
지난 3년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사람들과 어울리며 의사소통 능력을 키웠고 직무에 대해 충분히 고민해서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준비 기간이 길어지니 자꾸 그 생각이 무너집니다. 절대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느껴져요.
입사 지원을 해도 연락을 못 받는 게 이런 이유인가 싶습니다. 면접을 보게 될 때 공백기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또한, 현재 제 상황에 대한 조언 부탁드립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 이수용 멘토의 답변
공백(空白). 정말 공이고 백일까?
요즘 시험을 준비했던 분들이 진로 전환 후 공백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네요. 공백이란 단어는 비어있고 하얗다는 의미인데, 멘티님이 보낸 시간이 과연 비어있고 하얀색일까요. 시험을 준비했던 시간을 스스로 돌아보길 권해요.
Ⓒkatemangostar
저는 멘토링을 하면서 많은 학생이 스펙위주로 자신을 평가하고 남과 비교하는 모습에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안타까울 정도로 우리 인생이 단순화되고 있었죠.
저도 법대 출신이라 고시 생활을 한 동기들을 봐왔기에 그게 얼마나 치열하고 처절한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결과를 떠나 인생에 큰 자양분이 된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꿈보다 해몽이라죠. 꿈은 누구나 꾸지만 해석하는 자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집니다. 공백을 아름답게 해석하길 권합니다. 모든 일에는 분명 이유가 있으니까요.
성찰(省察), 취업 준비의 시작이자 끝입니다
'나는 취업을 위해 준비한 것이 없구나.' '주변 사람들은 좋은 경험과 경력을 가지고 있구나.'
취업을 마음먹고 열심히 하면 할수록 해야 할 것은 많고, 경쟁자들이 나보다 더 많은 경험과 경력을 쌓은 것을 느낄 때 취업에 대한 공포를 느끼죠.
하지만 그 차이는 생각보다 크지 않습니다. 지금 해야 할 것은 격차 메우기가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성찰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성찰이 왜 중요하냐? 취업은 일종의 자기 세일즈입니다. 직장에 자신을 판매하는 행위죠.
“나를 팔 테니 30년 동안 1년에 연봉 5천 만 원씩 달라! 휴가도 좀 주고, 퇴직할 때 돈도 챙겨주시오.”
그러면 회사가 묻습니다. “당신은 어떤 사람입니까? 당신이 가진 장기는 무엇입니까? 재능이 무엇이고 잠재력이 무엇인지 알려주면 제가 당신에게 기회를 주겠습니다.” 취업 과정을 쉽게 표현해봤습니다.
ⒸStock Rocket
이에 대한 상당수 준비생의 답변은 다음과 같습니다. 저는 ‘어느 대학’ 출신이고, '경영'을 전공했고, 학점이 높고 해외봉사 했고, 인턴 했고, 토익 몇 점이고 자격증을 이만큼 보유했으니 저를 뽑아야 합니다.
이 답변은 반은 정답이고 반은 오답입니다. 왜냐면 명문대 나온 사람도 많고, 경영전공자도 많고, 학점 높은 사람도 많은데 기업은 그 조건을 공고문에 명시하지 않았습니다. 비난받을 내용이라 생각해서 뺀 게 아니라 그런 조건을 달 필요가 없기 때문이죠.
왜 그럴까요? 그런 조건만으로는 회사에 필요한 인재를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즉 다른 조건의 능력과 잠재력을 가진 인재를 찾기 위해 엄청난 비용을 투자해 채용준비를 하는 겁니다. 결국, 우리는 다른 방식으로 자신이 보유한 능력과 잠재력을 표현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설명할게요. 친구가 네 아버지는 어떤 사람이냐고 물어봤다고 가정합시다.
내 아버지는 의사야
내 아버지는 굉장히 마음이 따듯하신 분이야. 병원에서 진료를 보시는 데 돈이 없는 환자가 치료를 고민하자, 기초치료를 도와주시고 봉사단체에 소개해줘서 재활치료를 돕고 있어.
둘 다 내 아버지가 의사라는 사실에 기초하지만, 의미를 전달하는 방식이 조금 다릅니다. 하나는 내 아버지가 의사인걸 강조하고 있고, 다른 하나는 내 아버지의 따뜻한 인성을 강조하고 있죠.
대부분의 취준생은 1번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자소서를 보면 느낌이 와요. 해외 인턴이나 아르바이트한 경험을 정말 많이들 작성하는데, 내가 해외에서 일했다는 점에 방점을 찍고 있지 내가 어떤 사람이냐를 보여주는 내용은 별로 없습니다.
내가 대기업에서 인턴을 했다는 것을 부각하지 거기서 어떤 일, 어떤 태스크를 얼마나 멋지게 수행했는지는 강조하지 않죠. 대부분 1번 방식을 채택하기에 취업 준비생들이 모이는 자리나 스터디에 참여하면 다른 지원자와는 달리 나는 특이한 경험이나 경력이 없다는 사실에 괴리를 느낄 겁니다. 절대 주저하지 말고 2번 방식에 집중하세요.
우리가 의사는 아니지만 따뜻한 인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내가 대기업 인턴은 하지 않았지만, 더 열심히 세일즈를 해본 경험이 있을 수도 있죠. 2번에 초점을 맞춰 자신의 인생을 성찰해보세요. 내가 어떤 장점을 가졌는지 어떤 잠재력을 가진 사람인지를 생각해보세요. 이것이 자소서와 면접의 시작이자 끝입니다.
냉철한 현실인식을 기반으로 성장을 꾀하세요
현실은 현실입니다. 즉 현실을 똑바로 직시해야 합니다. 꿈은 꾸되 허황된 믿음으론 변화를 꾀할 수 없습니다.
ⒸOkrasyuk
멘티님은 늦은 나이는 아니지만, 분야를 바꿨기에 빠른 적응이 필요합니다. 주어진 시간이 남들보다 부족하니 더 많은 노력과 효율적인 방법이 필요합니다.
일단 분야를 정합니다.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할 일, 현실적으로 취업 가능성이 있는 쪽을 목표로 정합니다. 아직 결정하기 힘들다면 우선순위라도 정해봐요.
그다음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스터디를 구하세요. 현재 상태에서 혼자 정보를 구하는 것은 매우 힘듭니다. 그리고 진출하고 싶은 분야의 뉘앙스도 체화해야 하는데 시간이 부족하죠. 따라서 관련된 스터디나 행사에 참석해서 관심 분야의 뉘앙스를 체득할 것을 권합니다.
현실을 피하진 마세요. 본인이 늦게 시작한 만큼 다른 준비생과 많은 차이를 느끼게 될 겁니다. 하지만 그 차이에 무너지지 말고 필요한 역량을 빨리 수용하길 바랍니다. 오히려 뛰어난 사람들과 함께 준비할수록 얻는 것도 많으니, 그런 부분에서 용기를 얻길 바랍니다.
저도 증권사를 준비했던 적이 있습니다. 다른 학교 학생들과 스터디를 했는데 저 빼고 모두 원하는 증권사에서 인턴 경력을 쌓았죠. 저는 그 스터디를 나가지 않았습니다. 휴일마다 친구들을 통해 많은 정보를 얻었죠.
그리고 그해 취업시즌에 저를 제외하고 모두가 원하는 대기업과 증권사에 합격해서 취업준비를 끝냈습니다. 제겐 매우 굴욕적이고 고통스러운 나날이었지만 그 친구들과 계속 연락하며 도움받은 덕에 지금의 회사에 오게 되었습니다.
혼자 움츠리거나 비슷한 사람들과 준비했다면 결과가 좋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나보다 뛰어난 사람들과 비교하며 격차를 좁힐 때 성장이 있습니다. 현실에 당당히 마주하길 바랍니다.
ⒸEsther Tuttle
결국, 길은 걸어야 합니다
멘티님에게 가장 하고 싶은 말입니다. 결국, 우리는 길을 걸어야 합니다. 돈을 안 벌고 살 수는 없으니 취업은 해야 합니다. 공백이 길고 부족함이 있더라도 나는 답을 찾아서 해결해야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결론은 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물론 원하는 답이 아닐 수도 있죠. 하지만 그렇게 나쁘지는 않을 겁니다. 세상은 노력하는 자에게 가혹한 답을 주진 않습니다. 그러니 미래에 대한 불안에 방황하지 말고, 지난날에 대한 후회도 접고 당당하게 자신의 길을 걷길 권합니다.
마지막으로 멘티님 질문에 현실적인 답을 하자면 공백은 자소서에 최대한 감추고, 면접 때 물으면 솔직하게 답하세요. 시험 준비 열심히 했고 알바하면서 사회성도 길렀다고요. 부끄러운 일도 아니고 잘못한 것도 없습니다. 움츠러들지 마세요.
저는 은행에 근무하고 있어 회계/재무 쪽에 특화된 답변을 할 수 없지만 향후 은행 쪽에도 관심이 있다면 또 질문 주세요. 상세하게 답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