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멘토님. 저는 HR(인사), 그중에서도 HRM(인적자원관리) 쪽 진로에 관심이 있는 25세 취준생입니다. 대학원 4학기가 막 끝났고, 한 학기 졸업을 유예했어요.
대학 때 동아리에서 신입 선발이나 교육을 맡았었고, 산업조직심리 수업을 들으면서 이쪽에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산업심리 대학원에 진학한 것도 HR을 하려면 조직과 사람에 대한 전문성을 쌓아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논문을 마친 뒤 취준을 시작했습니다. 인사는 공고가 별로 안 뜨더라고요. 총 열 군데에 지원했고요. 다섯 군데 서류 합격, 두 군데 인적성 탈락, 두 군데 최종 탈락하고 한 군데는 개인 사정으로 포기했어요. 이렇게만 보면 첫 취준으론 나쁘지 않다고 스스로 위로하고 있어요. 하지만 인적성과 최종 탈락을 거치면서 든 생각이 저를 너무 괴롭게 합니다.
ⒸSilentgunman
1. 우선 정말 가고 싶었던 기업 두 군데 모두 인적성에서 떨어졌습니다. 적성은 나름 잘 풀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아무래도 인성이 문제인 것 같더라고요. 정말 내 인성이 그렇게 인사에 안 맞나, 직무를 잘못 선택한 건 아닐까, 이제 와서 돌이키기엔 늦지 않았나 별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그래서 한번 사설로 인성 검사를 해봤습니다. 길지만 그 결과를 가져와 봤어요.
"이 유형은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업무를 선호하는 실용주의자입니다. (중략) . 예측하기 어렵거나 가능성을 보고해야 하는장기적인 일보다는 해야 할 일이 정해져 있고 미리 준비를 해서 수행할 때 결과가 좋은 일을 선호합니다. (중략) 분명하게 정해진 절차나 노력에 따라서 결정된 일을 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장애물이나 위기 상황에서는 적절한 대응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또한 자신의 논리가 강하다 보니, 타인에 대한 배려나 자신의 행동이 타인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을 간과하여 대인관계에서 갈등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일의 성과가 인맥이나 개인적 관계에 의해 좌우되는 상황에는 적응하기 어려워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부분이 팀워크를 중시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제가 기본적으로 사람들과 둥글게 지내는 것을 추구하지만, 성과를 내야 하는 급박한 일은 혼자 처리하는 것을 선호하긴 합니다. 하지만 이게 정말 결정적인 결격 요소인지 궁금합니다. 대체 어떤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인사팀에 잘 맞는 걸까요?
ⒸLeonardo da
2. 최종 면접 때, '공부만 하시고 인턴 경험이 없다. 단체 생활 경험이 없나? 아르바이트는? 몸 쓰는 힘든 일 해본 적 없나?' 이런 류의 말을 들었습니다. 오케스트라 동아리, 웹진 활동, 랩 프로젝트 등 경험을 했다고 말씀드렸지만, 어느 것도 마음에 들지는 않았나봅니다. 제가 단체 생활을 잘 못할 것 같은 온실 속 화초 그런 느낌을 주나 봐요.
대학원을 괜히 간 걸까, 그냥 그 2년 동안 인턴 경험을 쌓을 걸 그랬나 하는 후회가 처음으로 들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인턴에 서류를 넣고 있지만 이런 저를 뽑아줄까 하는 두려움이 앞서요. 석사는 오버스펙인 것만 같고. 저보다 더 어리고 적응 잘할 지원자를 좋아하지 않을까 하는 패배주의에 물들게 되네요.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정말 4개월 만에 이렇게 피폐해졌어요.
인턴 자소서에는 저의 어떤 면을 어필하는 것이 좋을까요? 공채 자소서가 자신감과 기여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었다면, 인턴 자소서에는 무조건 배우겠다, 열심히 하겠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좋을까요? 덧붙여, 만약 인턴을 하지 못하게 된다면, 저의 단점을 커버할 수 있을 만한 다른 방법은 없을지 의견 여쭙고 싶습니다.
우울하게만 지내다가 우연히 잇다라는 곳을 알게 됐고, 멘토님을 찾게 되었어요. 넋두리가 된 것 같지만, 너무 답답해서 이렇게 긴 질문을 드립니다. 귀한 시간 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꼭 답변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박이랑 멘토의 답변
안녕하세요, 멘티님. 먼저 소중한 고민을 나눠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질문에 그동안 어떤 고민을 했는지 충분히 느껴지네요.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보고 답변을 드립니다.
ⒸSelenophile
사람과 상황에 대해 보다 긍정적이고 유연한 마음가짐으로!
첫 질문을 요약하면 인사담당자의 성향이 어떠해야 하는가로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 회사마다 사용하는 인적성검사의 종류는 무척 다양하고 합격 기준도 천차만별입니다.
특히 대기업의 경우에는 회사의 핵심가치와 인재상에 맞게 커스터마이징된 경우가 대부분이고요. 저도 취업과 이직을 통해 수많은 인적성검사를 접해 보았지만, 그때마다 여러가지 해석이 나오곤 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인적성검사를 맹신하지는 않습니다.
사실 저도 인성에서 탈락을 맛본 경험이 있어요. 서류나 면접에서 떨어졌을 때보다 충격이 크더라고요. 나름대로 사회생활을 원만하게 잘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왠지 제 인성을 부정당하는 느낌이 들기도 했죠.
어떤 성향이 인사담당자에게 잘 맞겠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도 역시 인적성검사의 종류만큼이나 다양할 거예요. 다만 인사담당자의 업무 특성을 살펴볼 때 몇 가지 필요한 부분이 있는데, 바로 다음의 세 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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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사는 단기전이 아니라 장기전입니다. 인사는 궁극적으로 개인과 조직의 변화를 다루는 부서입니다. 사람(개인)을 바꾸든, 팀(조직)을 바꾸든, 제도(HRM)를 바꾸든, 가르치는 방식(HRD)을 바꾸든, 인사팀의 업무 자체가 단기전일 수 있어도, 그 성과를 확인하려면 무조건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러니 단기전에 강한 사람, 즉각적으로 눈에 보이는 성과가 있어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은 근무하기 힘든 부서 중 하나입니다.
2. 인사담당자는 단단하면서도 물러야 하고, 외향적이면서도 내향적이어야 합니다. 하는 일이 필연적으로 전사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부서이다 보니, 기본적으로 원칙 위에 서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모든 것은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때로는 더 상위의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원칙을 초월하여 유연하게 행동할 때도 있어야 하지요.
3. 사실 이 부분이 제일 중요한데요. 인사팀의 성과는 인사팀이 내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내는 것입니다. 내가 아무리 일을 잘해도, 직원들이 내가 기획한 제도를 따라주지 않고 만족해 주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입니다. 그러므로 내가 얼마의 지식을 가지고 있는지보다 내가 얼마나 직원들과 건강한 관계를 맺고 있느냐가 사실 인사담당자의 핵심 역량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멘티님이 기재해 주신 인성검사의 일부 코멘트를 살펴보면 인사담당자로서 몇 가지 걸리는 부분이 있긴 합니다. '예측하기 어렵거나 가능성을 보고해야 하는 장기적인 일보다는 해야 할 일이 정해져 있고 미리 준비를 해서 수행할 때 결과가 좋은 일을 선호합니다.', '일의 성과가 인맥이나 개인적 관계에 의해 좌우되는 상황에는 적응하기 어려워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와 같은 부분이죠.
좋은 학교에서 석사까지 하셨으니 전문성이나 업무 역량에 대해서는 크게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입니다만, 본인만의 논리나 기준이 강하고 유연성이 떨어지는 부분은 다소 경직되어 보이거나 독선적으로 비칠 수도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인적성검사를 응시할 때 조금 더 사람과 상황에 대해 긍정적이고 유연한 마음가짐을 가지고 응시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patpitchaya
서포트, 학습, 성장이란 키워드에 초점을!
두 번째 질문은 인턴 자기소개서 작정에 대한 것이었는데요. 이 인턴 경험은 제가 개인적으로 서류를 검토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항목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인턴 생활 경험담 이야기가 많이 써진 자기소개서를 선호합니다. 아무래도 실무에 가장 가까운 환경이 조성되어 있기 때문에 지원자의 역량을 가장 수월하게 유추해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턴십 자기소개서의 포인트도 공채 자기소개서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성과 창출'보다는 '서포트', '학습', '성장'과 같은 키워드에 초점을 맞추어 작성하면 좋겠습니다. 인턴에게 성과 창출을 기대하는 회사, 또는 성과 창출 업무를 부여하는 회사는 많지 않거든요. 대신 현업에서 인턴이 수행 가능한 (즉시 위임 가능한) 업무를 잘 맡아서 문제없이 수행해 줄 인원, 그러면서도 조직에 잘 융화되어 우리 회사의 문화와 업무의 특성을 잘 이해하는 인원을 선호합니다.
만일 상반기 인턴십이 여의치 않다면 최대한 기업 인사 담당자들을 많이 만나 직무 인터뷰를 진행하고, 멘토링을 받아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단순히 학업에서 그치지 않고 최대한 현업으로 활동을 확장해 왔다는 것을 어필하면 좋겠습니다.
답변이 잘 되었는지 모르겠네요. 너무 기죽지 마세요. 이미 좋은 조건으로 좋은 출발을 하고 계시니까요.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