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에 대한 고민으로 멘토님을 찾게 된 20대 후반 청년입니다. 진로 계획과 고민을 멘토님께 털어놓기에 앞서, 먼저 간략하게 제 소개를 하고 지금의 상황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단 저는 허리 부상으로 인해 스무 살부터 치료에만 전념하여, 24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이때 당시만 해도 영어 교사가 되고 싶어 전공을 영문과로 결정했으며, 틈이 날 때마다 동네 학생들과 친구들에게 무료로 영어 과외를 해주며 지냈습니다.

그런데 문득 교육을 업으로 하기보다는, 주특기인 영어를 활용해 무언가 더욱 보람 있는 일을 해보고 싶어졌습니다. 때마침 지인이 개발도상국을 위한 봉사 및 지원 업무를 수행하는 코이카(KOICA)에 대해 소개해줬고, 이후 현재까지 국제기구(특히 UN) 입사를 목표로 공부해오고 있는 중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주로 전공 공부에만 집중해, 영어를 제외한 다른 역량을 갖춘 바가 없어 허탈하고 부끄럽기도 합니다. 그리하여 앞으로 5년 동안은 제 2외국어로 불어를 공부함과 동시에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나아가 코이카 청년 봉사단이나 외국계 기업 인턴 경험을 해보려 하는데요.

 

멘토님께서는 제가 최종 목표인 국제기구에 입사하기 위해 어떤 경로가 가장 좋다고 생각하시나요? 또한, 코이카 입사를 위해서는 봉사 활동을 제외한 다른 어떤 경력이 필요한지 궁금합니다. 현직자이신 멘토님의 조언을 간절히 구합니다.

일반적으로 UN과 같은 국제기구에 들어가는 방법은 총 네 가지 정도로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JPO(Junior Professional Officer·국제기구초급전문가) 시험을 치르는 방법이에요. 사실 UN에 처음 입성하기에는 가장 좋은 시험이 JPO지만, 국내 최상위권 및 해외 유수 대학 출신자들이 많이 지원을 하는데다, 영어뿐만 아니라 프랑스어와 같은 제 2외국어도 수준급이어야 해요. 중국어의 경우는 HSK 6급, 프랑스어의 경우는 C1 정도의 성적이 필요하죠.

 

게다가 학내 모의 UN 및 국제기구 활동 경험이 있는 친구들도 많아, 혹 시험을 보시게 된다면 영어 작문과 회화는 물론이고 불어에도 능통하도록 대비를 하셔야 합니다. 석사 학위나 회계사 등의 전문자격증, 사회 경력과 수상 경력 등은 가점이 됩니다.

 

단, JPO에 합격해도 2년 계약 만료 후 갱신에 실패한다면 한국으로 돌아와야 하기 때문에, 그때 다시 UN의 공식 채용시험인 YPP에 응시해야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두 번째는 방금 제가 언급한 UN의 공식 채용시험인 YPP(Young Professionals Programme) 시험입니다. 전 세계에서 모여든 지원자와 경쟁해야 하는 대신 채용 안정성이 확실한 방법이에요. 기본적으로 직무와 급수에 따라 요구 조건이 다른데, 학사라면 최소 유관 경력 4년, 석사라면 유관 경력 2년이 지원 자격입니다.

 

다음으로 외교관 후보자 시험이 있어요. 외무부에 입사해 추후 UN 등의 국제기구로 파견을 가는 방법이 바로 그것이죠. 솔직히 말씀드리면 JPO보다 더욱 어려운 방법이지만, 귀국 후에도 외무부 소속으로 배치된다는 점에서 직업 안정성이 압도적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끝으로 NGO에서 UN과 같은 큰 규모의 국제기구 진출을 꿈꾸는 분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경로는 경력직 지원입니다. 다만, 경력직 채용은 특정 분야의 전문가를 선발하겠다는 뜻이기에, 최소 10년 정도의 전문 경력이 필요해요.

멘티님께서는 우선 코이카 입사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언급하신 코이카 해외봉사는 분명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으나, 입사 지원 시 약간의 가점 정도밖에 되지 않을 거예요. 심지어 코이카 봉사단에 지원하는 분들도 사회복지사, 한국어 교사,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비롯해 여러 분야의 전문성을 갖고 계신 경우가 많아, 합격이 쉽지는 않겠습니다.

 

결정적으로, 코이카 입사의 핵심은 입사 시험을 잘 치르는 것입니다. 역시나 대체로 석사 학위를 취득한 분들 혹은 최소 1년 이상의 유관 경력을 갖춘 분들이 시험에 지원하세요.

 

그러니 멘티님께서도 코이카 혹은 국제기구에 발을 들이기 위해선 본인만의 전문 분야를 반드시 구축하셔야 해요. 영문학이라는 전공은 국제기구에 어필할 수 있을 만한 특색이 없으니, 대학원 진학을 생각하신다면 경제학이나 국제협력 전공 정도를 고려해보시길 바랍니다.

무엇보다도 현재 멘티님께 필요한 건 현실적인 결정이라 생각해요. 앞으로 5년 정도 경력을 쌓는다고 하셨는데, 30대 중반의 나이로는 코이카나 여타 국제기구로의 취직이 어려운 편이기 때문입니다. 실질적으로 매년 코이카 봉사단이 파견되고, 또 NGO에서 경력을 쌓은 분들이 코이카에 지원하나, 정직원이 되는 분은 극히 소수에 불과해요.

저 역시 과거 NGO 분야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고, UNEP 인턴 및 코이카 해외봉사 활동도 했었는데요. 그럼에도 취업이 쉽지 않아, 결국 제 나이와 역량 및 집안 사정을 고려해 진로를 틀어 외국계 기업으로 입사하게 됐어요.

 

물론 원하던 꿈을 곧장 성취하진 못해 많이 아쉬웠죠. 하지만 저는 지금도 개인적으로 주말마다 의료봉사나 교육봉사 활동을 하며 제 나름의 가치관을 실천해나가고 있어요. 그러니 초심을 잊지 않은 채 현재 맡은 분야에서 전문성을 기르다보면, 언젠가 저도 경력직으로 국제기구의 문을 두드려 볼 수 있겠죠?

 

이렇듯, 국제기구 입사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데는 하나의 길만 존재하는 게 아니랍니다. 그러므로 저는 멘티님이 보다 현실을 고려해, 일단 외국계 기업의 인사 또는 영업 직무 입사에 뜻을 두고 공부를 해보셨으면 해요. 섣불리 리스크가 큰 도전을 하기보다는 먼저 기업에서 경력을 쌓은 뒤, 추후 원대한 꿈을 향해 발을 내딛어보시길 권합니다.

 

지금까지 제 나름대로 답변과 조언을 해드렸는데요. 오히려 진로에 더 고민을 드렸을지도 모르겠네요. 앞으로도 멘티님의 멋진 미래를 위해 열심히 달려 나가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