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부 4학년 1학기 재학 중인 학생입니다. 제 성격은 차분하고 꼼꼼하며, 시간을 잘 지키고, 계획적입니다. 평소 인사팀을 희망해왔으나, 취업의 문이 너무 좁다고 주위에서 만류하여 다른 방향을 생각해보려 합니다.
현재까지 인사 인턴, 경영지원 인턴, 영업 지원 인턴에 지원했습니다. 제가 원하는 업무와 제 성향이 어떤 쪽인지 알려드리고자 지원 현황을 공유해 봤어요.
ⒸWilliam Potter
학교 취업 컨설턴트와 면담을 했는데, 제가 영어 성적이 높은 편이고 상경계니 국제무역사를 취득해 구매, 물류, 해외 영업 쪽으로 지원하는 것을 추천해주셨습니다.
외국계 기업 인턴십 중 구매팀 직원분과 교류하며 구매팀을 고려해보긴 했었습니다. 하지만 업무 할 때 이공계 지식이 많이 필요한 것 같아 제가 지원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겨울 방학에 위 직무에 지원하기 전 필요한 역량이나 경험을 쌓고자 합니다. 회사 제품을 아는 건 기본이라고 생각되나, 아직 지원 기업을 정하지 않았고 직무 역량도 부족해 직무 중심으로 준비하려 합니다.
일단 제 계획은 공기업도 지원할 생각이기에 경영학과 회계학을 정리하고, GSAT 인적성 공부와 국제무역사를 취득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할 게 너무 많다 보니 우선순위부터 정해야 할 것 같아요.
국제무역사가 생각보다 어려워서 보통 3개월을 잡으라고 하던데, 자격증이 구매 업무에 꼭 필요한지 궁금합니다. 또한 구매 부서, 해외 영업 부서 지원 전 도움 될 만한 책이나 지식, 경험 등에 관해 조언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멘토의 답변
멘티님 안녕하세요. 저 또한 대학 시절에 인사학회 활동을 했고 인사에서 구매로 직무를 바꾼 적이 있으니 제 견해가 도움 될 수 있을 것 같네요.
우선 구매 직무의 업무는 영업의 반대편 즉, 영업사원을 만나는 일입니다. 누군가는 팔고 누군가는 사겠죠. 상대적으로 편할 수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영업사원들이 웃으며 대해주니까요.
우선 구매직의 장단점을 쉽게 정리해서 알려드리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이런 건 사실 학생 때는 쉽게 알 수 없는 부분이거든요.
ⒸStartup Stock Photos
높은 자율성과 직무 관심도
우선 구매직의 장점부터 꼽아보겠습니다.
1. 높은 자율성: 구매팀은 보통 해당 아이템의 구매 담당자를 설정하고 이것을 구매하는 직접적인 권한을 담당자에게 일임해요. 물론 결재도 받아야 하고 중간에 계속 지시를 받지만, 사원이나 대리 시절부터 방향설정의 권한이 많은 편이에요. 그만큼 편하게 업무를 할 수도 있고, 내가 이걸 다 처리해야 하니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죠.
2. 커뮤니케이션의 즐거움: 영업처럼 사람을 만나는 직무고, 대화하는 게 일이라 저는 이 부분이 구매업무의 최대 장점이라 생각해요. 외부 인맥 형성도 되죠.
3. 직무 관심도 증가 추세: 최근 구매 직무가 중요하다는 관점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덕분에 회사 내에서 구매직무의 중요도가 올라가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이는 그만큼 지금까지 구매가 보잘것없는 직무, 누가 해도 성과가 다를 게 없는 직무로 인식되어왔다는 방증이기에 꼭 장점이라 말할 수만은 없네요.
마찬가지로 여전히 구매직무를 무시하고 인원을 적게 할당하는 회사도 많아요. 이런 곳에서는 당장 업무 처리에 급급해서 전략적인 접근이 힘들어요. 물론 그럴 필요도 없이 경쟁만 시켜도 충분한 회사도 많지만, 단순히 비딩만 진행하면 구매 담당자의 발전 기회는 적을 수밖에 없죠.
Ⓒmantinov
경영학 전공자의 한계, 어려운 이직
이제 구매직의 단점을 나열해볼게요.
1. 좁은 취업문 : 구매는 보통 내부인원을 돌리는 경우가 많아요. 업무 특성상 타부서와 교류가 많고 내부사정을 잘 알면 효과적인 부분이 있거든요. 그래서 채용 공고에서 구매 부분 신입 채용이란 문구를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죠.
저희 회사에서도 경영지원으로만 뽑고 부서를 나눠서 구매 티오가 있는지 없는지 공고상으로 알 수 없었어요.
2. 경영학 전공자의 한계 존재: 구매 직무를 둔 회사는 결국 제조를 하는 기술 기반의 회사란 의미입니다. 공대 출신이 아니라면 이 부분에서 불리해요.
저 또한 화학물질을 구매하면서 화학식, 반응 조건 등의 기술적 지식의 부족함을 느낄 때가 많아요. 공대 출신은 외국어가 약한 경우가 많아서 유리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구매로 오는 공대 출신은 보통 외국어를 잘해서 배치된 거라 꼭 그렇지만도 않아요.
3. 어려운 이직: 앞서 말했듯 구매직무는 내부에서 인원을 돌리는 경우가 많아서 굳이 외부 경력직을 뽑으려 하지 않아요. 경력직 이직 기회가 아예 없다는 건 아니지만 다른 직무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고 자체가 적은 편입니다.
물론 구매팀 인원이 영업 인원보다 훨씬 적기 때문에 이 분야의 지원자가 적다는 것도 특징이라면 특징이겠네요.
다만 구매팀도 안에서 세부직무가 나뉘고 회사마다 업무스타일이 모두 다르다는 점 고려하세요. 제 경험을 기반으로 썼기에 조금 다를 수도 있습니다.
ⒸStokkete
회사에 따라 업무량의 편차가 큽니다
이제 장단점 외의 특징을 설명하겠습니다. 우선 구매직은 회사에 따라 업무량 편차가 큰 직군입니다. 재무니 인사니 회사 구성원은 어딜 가나 바쁘고 힘들어요. 그런데 구매 직무는 랜덤입니다.
저희는 보통 6시 반이면 퇴근하는데 어떤 회사 구매팀은 언제나 10시에 퇴근을 합니다. 구매팀은 공장이나 연구소 등 타 부서와의 업무 연계가 많고 동시에 구매처 영업사원 같은 외부거래처와도 소통해야 하기에 정신이 없고 일이 많은 편이에요.
그래서 구매팀의 업무 범위를 회사가 어떻게 정하느냐가 관건입니다. 저희 회사는 각각의 부서에서 최대한 업무를 처리 해보고 요구 사항을 요청하는 편인데 정말 아무것도 없이 요청만 하면 구매팀이 그 일을 다 해서 떠먹여 주는 구조의 회사도 있는 것 같아요.
정리해서 말하자면 구매는 입사부터 업무까지 모든 과정에서 내가 노력한다고 원하는 대로 되는 직군은 아닌 것 같아요.
앞서 말했듯 구매 직무는 신입을 선호하지 않아요. 생각해보세요. 영업 사원이 40대 아저씬데 신입 사원에게 물건 사는 일을 맡긴다. 사기당하고 비싸게 살 것 같지 않나요? 근본적으로 구매직 자리가 적은데다가 경영지원으로 입사해서 구매로 배치된다는 보장도 없으며 시장 정보도 너무 적죠.
게다가 구매하는 물건의 특징에 따라 업무 차이가 커요. 예를 들어 화학 업계는 제품 품질이 우선이라 영업 쪽에서 오히려 갑질을 합니다. 일단 품질이 좋으면 서로 사고 싶어 하거든요. 하지만 유통업계 구매 직무는 엄청난 갑이죠.
화학 업계는 어떻게든 좋은 것을 싸게 사려고 궁리를 하지만 유통은 그냥 비딩이에요. 누가 아부 더 잘 하나의 경쟁이 될 수도 있지요.
ⒸBillion Photos
자격증은 ‘관심 표현’의 수단일 뿐
구매 직무 관련 자격증으로 무역 영어, 국제무역사를 꼽을 수 있습니다. 물론 있으면 도움은 되나 이것들을 소지했다고 붙여주지는 않아요. 이 분야에 관심 있다는 표현의 수단일 뿐 가점 요소는 아니란 얘기죠.
사실 구매와 직결된 자격증으로 CPSM(국제공인 구매공급 전문가)이란 것이 있어요. 문제는 회사원들도 비싸서 못 따는 자격증이라는 겁니다. 더 중요한 건 구매팀은 알아도 인사팀은 이 자격증을 모른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채용 시 가점을 주는지 모르겠네요.
제가 요즘 직업적인 고민이 많아서 부정적인 면을 많이 적은 것 같지만, 경영학과 인문계 출신에게 제조업의 구매 직군은 한계가 있는 분야 같아요. 저는 공업 지식이 필요 없는 유통 업계 쪽 구매 직군을 추천하고 싶네요.
멘티님이 인사팀에도 관심 있다고 했는데, 인사팀에는 왜 가고 싶었나요? 인사팀의 전망도 괜찮긴 해요. 어느 회사나 인사팀은 있고 업무 범위에서 큰 차이가 없거든요. 분야별 장단점과 전망을 미리 숙지하고 취업준비를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