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멘토님. 기계공학부 4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입니다. 생산기술 직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준비를 해야 하는지 궁금해 질문드립니다.

 

현재 전공도 어학도 괜찮은 상태이지만, 면접 때 무언가 어필할 수 있는 강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궁금한 점을 아래에 정리했습니다.

 ⒸMikhailSh

1. 제가 아는 생산기술이란 1) 최적의 생산라인을 설치 2) 생산라인을 수리, 유지(보통 *maintenance가 있지만)하는 업무라고 생각하는데요. 좀 더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2. 설계 도면을 볼 줄 알아야 한다고 해서 캐드 자격증을 따보려고도 했는데요. 이게 과연 변별력이 있는 자격증인가요?

 

3. 생산기술에 관련해 어떠한 역량을 기르고 어필해야 할까요? 또한 어떠한 자격증을 따는 것이 좋을까요?

 

4. 자동제어를 어필해보려고 프로그래밍을 준비할 생각인데 올바른 생각일까요?

 

질문 들어주셔서 감사드리고요. 현직에 계시는 분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maintenance : 보전 업무

 

반갑습니다. 멘티님. 질문 잘 받아보았습니다. 궁금한 점이 많으셔서 하나씩 차근차근 풀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말씀하신 생산기술(줄여서 생기)의 업무부터 이야기해 볼게요. 멘토님은 최적의 생산라인 설치, 생산라인 수리, 유지가 생기의 주 업무라고 보셨는데요.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것만 가지고는 선뜻 와닿지가 않습니다.

 

조금 더 이해하기 쉽게 가상의 상황을 들어보겠습니다. 멘토님이 '카페'를 하나 운영한다고 생각해볼게요.

 

멘토님이 운영하는 카페에는 스탠드형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고 형광등이 조명으로 달려 있습니다. 카페 가운데 기둥이 있는데, 그 기둥은 카페를 오픈할 당시에 철거를 할 수가 없어서 그냥 둔 상태라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카페 주인으로서 스탠드형 에어컨은 천장형 에어컨으로 바꾸고 싶고, 형광등은 LED 조명으로 바꾸고 싶어요. 카페 가운데를 답답하게 막고 있는 기둥도 철거하고 싶죠. 그게 보기에도 깔끔하고, 손님들에게도 편하고, 디자인 면에서도 좋아 보이니까요.

 

그래서 어떻게 해야 에어컨을 천장형으로 바꿀 수 있는지, 형광등은 LED로 바꿀 수 있는지 알아봅니다. 기둥은 또 어떤 업체를 불러 철거해야 하는지 알아보고요. 이런 일련의 일들을 계획하고, 업체를 컨택해 실제로 공사를 해서 옮깁니다. 이게 생기 사람들이 하는 일이에요.

 

그 과정에서 건물 주인과 협의도 해야 하고, 주변 가게에 소음을 일으키니 양해도 구해야겠죠? 이런 것들이 현장에서 이뤄지는 협상과 동일한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런데 카페 장사는 계속해야 하니까 손님들이 드나드는 시간에는 에어컨을 옮긴다거나, 조명을 바꾼다거나, 카페 한가운데 있는 기둥을 철거하는 일을 할 수는 없겠죠. 손님들에게 피해가 되니까요. 그래서 영업을 하지 않는 주말 혹은 영업시간 종료 후 작업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게 바로 생기 사람들에게 주말 출근이 많고, 주말 보장이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죠.

 

적절한 예시가 됐는지 모르겠으나, 위에서 말한 내용을 직무에 대입해, ‘카페=공장 / 인테리어 바꾸는 계획=생산조건 구축 / 건물주와 협의, 주변 가게에 양해 구하기=보전, 생산 부서와의 협상’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실제 공장의 예로 설명을 해보자면요. 'G'라는 신차를 만들려고 하는데, 기존의 설비로는 문제가 생긴다거나, 용량이 부족하다거나 등의 문제가 있다면 차를 만들 수가 없지요. 이때 'G'라는 신차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생산 조건들을 구축하는 게 생기의 업무입니다.

 

생기의 주 업무는 오로지 신차 양산 조건을 갖추는 게 되어야 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현장에 발생하는 문제들을 개선 해야 하는 일들도 많고, 보전이나 생산 쪽 요구사항에 따라 설비를 개조하는 경우도 많아요. 다른 답변에 앞서 참고하시라는 차원에서 설명드렸습니다.

 

다음으로 면접 단계에서 캐드 자격증이 변별력이 있는가 없는가에 대한 여부는 저도 답변을 드리기가 힘듭니다. 다만 담당 업무에 따라서 캐드를 많이 쓸 수는 있습니다.

제 경우는 화공과 출신이라 캐드를 다뤄보지 않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캐드 없이는 업무를 할 수가 없죠. 경우에 따라 전혀 안 쓰는 생기 부서도 있습니다만, 이런 경우를 대비하여 캐드를 잘하면 좋을 듯합니다. 또 최종면접에 실장급(이사)들이 면접관으로 참석하니, 그때도 캐드 관련 자격증이 있다면 상당히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생기 직무에 필요한 능력이라면 협상 능력, 일정관리 능력, 꼼꼼함을 중요하게 꼽습니다. 다른 건 다 배우면서 늘게 되지요. 물론 이 세 가지도 회사 생활 하면서 발전합니다만, 특히 면접단계에서 이 협상 능력, 일정관리 능력, 꼼꼼함 세 가지를 어필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생기는 품질도 중요하지만 납기가 생명이거든요. 그런 맥락에서 일정관리 능력은 정말 크게 필요합니다.

위 능력 중에서 꼼꼼함이라고 표현한 건 이런 의미입니다. 예를 들면 어떤 선택을 할 때는 따져볼 게 많습니다. 이걸 도전하면 뭘 못하게 되고 그러면 또 뭐가 문제가 되고, 이것도 고려해야 하고 저것도 고려해야 하는 그런 상황들 말이죠. 설비를 개조할 때도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설비 하나 바꾸는 데 고려해야 할 사항이 열 가지가 넘습니다. 어떤 업체랑 할 것인지, 일정을 지킬 수 있는지, 간섭 설비는 없는지. 또 생산이나 보전에서 반대하지는 않을 것인지, 반대한다면 어떤 대안으로 나가야 할지, 간섭 설비를 개조한다면 그 설비는 제 역할을 할 것인지 등등 고려해야 할 게 상당히 많습니다. 하나라도 놓치게 되면 크게 고생하게 되죠.

 ⒸMari Helin

어떤 자격증을 따야 하는지도 질문하셨는데요. 이건 뭐라 말씀드리기 어렵네요. 다만 확실한 것은 일반기계기사 이런 자격증은 업무하는 데 전혀 도움이 안 됩니다. 차체 생기라도 가면 모르겠는데 아마 거기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됩니다. 어찌 되었든 프로그램 툴에 관련한 공부를 하는 게 어필하기도, 현업에 들어와서도 좋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자동제어 관련한 프로그래밍 준비에 대해 말씀드리면요. 자동제어만 전담으로 하는 팀도 있습니다. 생기-툴링사업부-자동화기술부-설비제어팀인데요. 전기를 안다는 것은 어느 팀을 가도 크게 메리트가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멘티님은 학벌, 어학, 전공도 다 좋으니 면접만 잘 보시면 좋은 결과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다만 생기 직무를 선택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한 번 더 생각해보세요. H 사에는 수많은 부서가 있고 생기는 그중에서도 가장 힘들다고 불리는 직무 중 하나입니다. 사실 많이 힘듭니다. 그러나 각오가 되어있다면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좋은 소식 기대하겠습니다. 날 추운데 건강관리 잘하세요. 취준생에게 정신 건강과, 육체의 건강이 제일 중요하니까요! 화이팅!

 

*생기 : 생산기술의 줄임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