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멘토님! S 전자 입사를 목표로 하는 지방 국립대학교 전자정보통신공학과 4학년 학생입니다. 목표 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두 번 인턴 지원을 했는데 면접에서 고배를 마셨습니다. 

왜 자꾸 탈락했을까 고민을 해봤는데 변별력이 없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면접장에 가보니 다들 학점도 높고 SKY 출신에 포항공대까지 학벌도 화려해서 주눅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이렇게 쟁쟁한 지원자들 사이에서 저를 어필할 수 있을까요? 공채를 앞두고 마음이 초조해집니다.

 

그리고 가전사업부에선 어떤 일을 하는지 또 전자공학도로서 입사할 때 어떤 능력을 갖춰야 할지 알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질문의 순서를 좀 바꿔서 대답하겠습니다. 우선 가전사업부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부터 설명할게요.

일단 제가 있는 조직은 정확히 생활가전사업부입니다. 생활가전에서 생산하는 제품은 크게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조리기기, 청소기 5종류입니다. 

저는 선행개발팀에서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개발 부서는 선행개발팀과 개발팀으로 나뉩니다. 개발팀은 검증된 플랫폼의 파생 제품 위주로 개발하고 신규 플랫폼은 주로 선행 개발팀에서 개발합니다. 

개발팀은 양산이 코앞에 닥친 제품의 개발을 합니다. 수십, 수백만 대의 제품의 생산과 관련된 일이다 보니 개발팀은 신뢰성에 중점을 둡니다. 양산 개발 외에, 양산 중인 제품의 원가 절감도 개발팀의 큰 업무 중 하나입니다. 같은 가격으로 제품을 판다고 가정할 때, 재료비를 줄이면 이익률이 오르니까요. 

물론 선행개발팀이라고 양산과 동떨어진 개발을 하지는 않습니다. 개발팀이 3개월, 6개월 뒤 양산될 제품을 개발한다면 선행개발팀은 2년에서 3년 뒤 양산될 제품을 개발한다고 보면 됩니다. 그래서 선행개발팀은 신뢰성 검토도 하지만 그보다는 새로운 컨셉의 제품 개발, 새로운 기술, 신규 기능 등을 개발하는 데 역점을 둡니다.

사실 제가 잘나서 입사할 줄 알았는데 입사하고 보니 그렇지 않더라고요. 우선 입사 후 첫 반년 정도는 교육만 받습니다. 그 이후 반년 정도도 교육에 중점을 둡니다. 

가방끈의 길이도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회사에서는 ‘학사/석사 나왔다고 뭘 하냐, 박사는 나와야 알지’ 정도로 인식합니다. 학사/석사 졸업은 회사의 교육 커리큘럼을 정상적으로 따라 오고, 소화하는 사람임을 가늠하는 척도 정도로 통하는 것 같습니다. 입사하니 정말 인사하는 법부터 가르쳐 주더라고요.  

그러니 전자공학도라고 특별히 바라는 것은 없을 겁니다. 회사는 신입사원에게 교육을 따라오는 능력과 열심히 배워서 회사에 돈을 벌어다 주겠다는 의지를 기대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부서마다 차이는 있고 인사팀의 대외적인 의견은 다를지도 모르겠으나 제가 경험한 S 전자가 신입사원에게 바라는 바는 그 정도입니다.  

어떻게 하면 나를 어필할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질문입니다. 가끔 그런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생활가전사업부 면접에서 TV를 만들겠다고 말하는 사람이요. 참고로 TV를 만드는 곳은 VD 사업부입니다. 최소한 이런 실수는 하지 말아야 합니다. 

제가 면접관이라면 면접에서 '가전사업부에서 일하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지원자보다는 '생활가전사업부에서 세탁기를 개발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하는 지원자에게 더 높은 점수를 주겠습니다. 그보다는 '생활가전사업부에서 제 이름 달고 나가는 명품 세탁기 하나 제대로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라고 말하는 면접자를 뽑을 거고요. 

미묘한 차이를 알겠나요? 정확히 어떤 일을 하고 싶어서 이곳에 오고 싶은지, 왜 그 일을 하고 싶은지 정리해보세요. 또 지원 기업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이를 알기 위해 어떤 노력과 관심을 기울였는지를 잘 준비해서 조리 있게 말하면 고만고만한 지원자들 사이에서 빛을 발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S 전자만큼 학벌 안 보는 회사가 없다고 합니다. 최소한의 스펙은 필요하지만 멘티님 스펙이 어디 한 군데 모자라서 면접에서 떨어진 게 아니라면 스토리를 충족하면 됩니다. 시시콜콜한 이야기 말고 ‘내가 이 회사에 가서 이런 것을 할 포부가 있다, 그래서 이렇게 준비하고 있다, 부족한 부분은 가서 부딪히며 배우겠다’ 이런 스토리요.

생각보다 이야기가 길어졌네요. 쓰다 보니 하고 싶은 말이 많아져서 그런 것 같아요. 더 궁금한 점이 있다면 언제든지 질문 주세요. 회사 보안 문제 때문에 모든 것에 대답해줄 수는 없지만 가능한 선에서, 아는 선에서 최대한 답하겠습니다.

이렇게 원인을 찾고 방법을 찾으려는 의지가 있는 걸 보니 머지않아 S 전자 사내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대접하겠다는 연락을 받을 것 같네요. 힘내세요. 좋은 결과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