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티님 안녕하세요.
문헌정보학과라면 정보의 수집과 관리, 처리 등의 원리와 기술을 습득했겠군요. 멋집니다! 구체적 학습 내용은 모르겠지만 데이터를 다뤄봤다는 사실이 매력적이네요. MD에 관심을 가져주시니 괜스레 감사하기도 하고요.
말씀하신 대로 MD 업무가 데이터 분석 비중이 크긴 합니다. MD 직무와 실제 업무를 소개하면서 답변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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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활용 수요예측, 외국어 그리고 보세사 자격증
면세점/백화점은 흔히 말하는 소매 유통업에 속해요. 유통에는 상품 기획부터 소싱, 판매하는 상품기획부와 실제 상품을 판매하거나 판매사원들을 관리하는 영업점,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돕는 지원팀(ex: 물류팀, 경영팀, 시스템팀 등)으로 구분할 수 있어요.
상품기획부는 고객과 소비성향을 파악하는 능력이 필요해요. 요즘은 데이터를 활용한 수요예측이 필수예요. (이 지점에서 멘티님이 관심을 가졌을 듯하네요.)
영업점은 사람을 잘 관리해야 합니다. 보통 경영학과나 심리학과가 많이 할 것 같지만 면세점은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판매 및 관리를 하기 때문에 언어 잘하는 게 최곱니다.
지원팀 중, 물류는 (면세업무에 한해) 한국관세물류협회가 주관하는 국가전문자격증인 보세사 자격증이 있어요. 다들 업무로 바쁘기 때문에 면세업에서 *보세사 자격증을 가진 것은 큰 이득이 됩니다. 다만 물류팀이라면 더 좋다는 거죠.
물류팀 이외에 경영팀이나 시스템팀은 워낙 특수 분야라 깊이 말씀드리긴 어렵네요. 경영팀이 보세판매를 하기 위한 한국면세협회의 요구 조건에 충족해야 한다는 것과 시스템팀이 전산시스템을 완벽하게 지원해야 된다는 정도로만 말씀드릴게요.
브랜드 유치에 마진 협상까지 모든 영역에 MD가 있다
상품기획자라는 MD 직무는 매장에 입점할 브랜드를 유치하고 상품을 계약, 공급, 판매, 판촉행위 하는 모든 영역을 아우르는 역할입니다. 왜 이렇게 하는 일이 많냐고요? 그래서 MD는 업계 사람들끼리 뭐든지 다 한다고 해서 이니셜 MD라고 농담으로 얘기해요. MD란 그런 거죠.
예를 들어 MD가 애플 브랜드를 유치하면 월 1000만 원 매출을 올릴 수 있는데, 샤오미 브랜드를 유치해 월 30만 원 매출을 올렸다면 MD 역량이 부족하다고 평가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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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유치뿐만 아니라 경쟁사와 비교해 마진 협상에서도 앞서야 합니다. 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타 회사보다 높은 마진 협상을 해야 하고 매출이 떨어지면 프로모션을 통해 매출을 향상시켜야 합니다. 소위 말하는 비 온 날에도 썬크림을 팔 수 있도록 방법을 마련해야 해요.
데이터 활용 능력은 전부가 아닌, 강점 중 하나로만
자, 중요한 건 다 말했어요. 업계 최고라는 L사 MD는 보통 S대 출신이에요. 수요예측, 판매, 협상 그리고 매출(실적)이 일단위로 전 직원에게 공개되는 업무라 난다긴다하는 사람들이 많죠.
제가 이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이거에요. MD가 데이터를 다루긴 하지만, 데이터를 다루는 것이 MD 업무의 전체는 아니라는 거죠. MD 보조로 데이터만 다루는 역할을 하는 AMD도 있어요. 그런데 보통 MD를 생각한다면 AMD가 아니라 브랜드를 직접 다루는 MD에 관심이 있는 거죠.
최근 5년간 빅데이터 분석이 업계 화두가 되고 있는데요. 위와 같은 맥락에서 보면, 빅데이터 분석, 각종 전략/기획 등의 실력 갖췄다고 해서 MD가 된다는 보장은 없어요. 하나의 도움은 되겠지만요. 회사를 지원할 때 자기소개서나 면접에서 “이런 강점으로 일할 수 있다”며 어필하는 건 좋습니다. 하지만 혹여나 ‘내가 데이터를 잘 다루는데 왜 MD가 안될까?’라고 생각하지는 않으시길 바라요. 오히려 관련 학과를 잘 어필하면 눈에 띌 듯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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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신 있다면 어렵더라도 MD로 출발하길
전공 분야를 살려 먼저 사서로 일을 시작한다는 선택지에 대해서는요. 사실 직무의 테크트리(Tech-Tree)에는 정답이 없지만, 대중적인 선택은 있죠. 사서로 일하게 되면 MD로의 진입이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그건 MD라는 특성이 한몫하는데, MD에서 다른 업무는 할 수 있지만, 다른 업무에서 MD를 하는 경우는 거의 못 봤어요. 이건 현실입니다. MD에 확신이 있고, 이 일로 행복하게 일할 수 있다면 묵묵히 지원하시는 게 맞아요!
개인적으로 저는 면세점MD로 시작했다, IT기자를 잠깐 했어요. (특이하죠) 그러다 다시 온라인 스타트업 MD로 일을 하게 됐습니다. IT기반 스타트업이라 이게 가능했는데, 정말 드문 경우입니다.
또 꼭 말씀드리고 싶은 내용은 MD와 마케팅은 별개라는 겁니다. 마케팅도 데이터를 활용해 업무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지만, MD는 상품과 브랜드를 다루고 마케팅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조심스럽습니다만, 현실에서는 MD에도 등급이랄까 그런 게 있는데요. 면세점>백화점>마트 or 아울렛>편의점 순입니다. 면세점에 신입 MD로 입사하는 건 정말 쉽지 않아요. 불가능은 아닌데, 백화점이나 다른 MD도 지원하면 좋을 거예요.
MD 직무를 사랑하는 월급쟁이로서 이런저런 얘기 드리고 싶다 보니 답변이 길어졌네요. 부디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궁금한 건 언제든 물어보세요. 파이팅요!
*보세사 : 보세사란 보세창고운영인이 보세창고를 운영하기 위해서 반드시 채용해야 하는 국가전문자격사를 말한다. 보세사가 되기 위해서는 일반직공무원으로서 5년 이상 관세행정에 종사한 경력이 있는 사람이거나 또는 보세화물의 관리업무에 관한 전형 시험에 합격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