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편집자의 꿈을 갖고 계시다니 반갑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최근 어려움이 닥친 출판시장에 뛰어들고자 하는 멘티님을 보니 안쓰러운 마음도 드는 게 현실이네요. 질문해주신 부분에 대해 제 나름의 답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트렌드 파악과 기획력으로 승부해야 해요
먼저 현재 근무하고 계신 자비출판사에서의 3개월 인턴 경력은, 이후 출판 편집자로 진로를 정하여 나아가심에 큰 도움이 되진 않을 듯합니다.
2000년대로 접어들며 편집자에게 요구되는 역량은 단순 교정·교열 능력에서 콘텐츠 기획력으로 변화했습니다. 물론 책을 제작함에 있어 교정·교열 작업은 필수입니다만, 이미 단행본 출판 업계에는 상당한 수의 편집자 예비군이 존재해요. 즉, 기왕에 출판사에서 경력을 쌓은 뒤, 외주로 교정·교열 업무만 수행하는 전문가들이 필드에 두루 계신다는 뜻입니다.
그에 따라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출판사에서는 대부분 교정·교열 업무를 이분들께 외주로 맡겨 기회비용을 줄이려 한답니다. 또한, 정규직 편집자로는 출판 시장의 트렌드를 파악하고 독자의 필요에 맞는 콘텐츠를 기획할 수 있는 사람을 위주로 채용하려고 해요.
ⒸJaredd Craig
요컨대 독자와 시장을 상대로 하는 기획출판사의 편집자는, 저자의 필요에만 의해 책을 펴내는 자비출판사의 편집자와 질적으로 다른 능력과 경험을 보유해야 합니다. 하여 저 또한 멘티님이 현재 출판사에서 인턴 근무를 지속하기보다, 새로운 직장을 찾아 이직하시는 게 더 현명한 판단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직에 앞서 현재 출판사와 계약한 인턴 근무 기간은 모두 채우시는 편이 좋겠습니다. 모든 직장에서는 개인의 역량만큼이나 사회적 관계와 약속, 그리고 업무를 대하는 자세가 무척 중요합니다. 그러므로 멘티님께서도 책임 있게 지금의 일을 끝마치고 나서 다음 행보를 걸으셨으면 합니다.
출판계의 현실은 녹록지 않아
끝으로 업계의 경험이 많지 않은 멘티님께 한 말씀만 드리자면, 출판계의 현실은 드라마에서처럼 화려하고 멋지지 않습니다. 출판 편집자는 언제나 저자와 원고에 시달려야 하며, 여느 다른 기업에서처럼 불합리한 일들과 종종 마주해야 합니다. 특히 자본력이 취약한 중소 규모의 출판사 편집자는 대체로 고용이 불안하거나 처우가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니 책을 만드는 소임에 충실하며 차근차근 경력을 쌓아나갈 준비가 돼 있지 않으시다면, 출판 편집자라는 진로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해보셨으면 합니다. 미래를 냉정하게 바라보시고 결단을 내리세요.
혹 그럼에도 출판 편집자의 길을 걷고 싶으시다면, 한국출판인회의 부설 서울북인스티튜트의 강좌를 수강하며 업무를 좀 더 체계적으로 배우고 인맥도 쌓아보시길 권합니다.
멘티님의 앞길에 행운이 함께 하길 바랍니다.